조선의 정궁인 경복궁 안에는 ‘향원지’라는 연못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못의 물은 어디서 흘러들까요? 연못의 물은 북쪽 언덕 밑에서 솟아나는 샘인 ‘열상진원(洌上眞源:차고 맑은 물의 근원이란 뜻)’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지하통로를 통하여 향원지로 흘러들어 갑니다. 그런데 이 열상진원에서 솟은 물은 곧바로 연못으로 들어가지 않고, 지름 41cm, 깊이 15cm의 오목한 웅덩이에서 한 바퀴 돌아 방향을 바꿔 널돌(널판같이 뜬 돌) 밑으로 해서 연못으로 흐릅니다.
이는 서쪽에서 흘러 동쪽으로 들어온다는 명당수의 개념인 서류동입(西流東入)이기도 하지만 샘에서 솟은 차가운 물이 바로 연못으로 들어가지 않아 물이 급하거나 차갑지 않게 하여 물고기들을 배려합니다. 이 뜻은 또 서두르지 않고, 한번쯤 돌아가 삶의 여유를 갖는 겨레의 슬기로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