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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쟁기와 수차 - 그때를 아십니까(58)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523]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  “경성측후소 말을 듯건대 재작일 저녁 중국 양자강 연안에 잇든 저긔압(저기압)이 조선 중부를 지나가서 이로 인하야 조선에는 대개 한 평에 닷말여섯되칠홉가량(약 삼십 밀리)왔다하며 그 긔압(기압)이 작일 아츰에 강원도 방면으로 흘러갓슴으로 그곳에 큰비가 왔슬터이며 인하야 한강근원디가 그도에 만흡으로 금명간 한강물도 증수를 보리라 한다. 그리고 아즉 우긔(雨期)가 아님으로 이것으로 금년의 우량을 말 할 수는 업스나 작년 동월보다는 다소간 적다더라”

   
▲ 1968년 모내기 풍경(왼쪽), 논에 수차로 물 대는 모습(제주 '선녀와 나무꾼')

이는 1924년 5월 25일치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이 기사를 이해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대충 내용은 “전 조선에 흡족히 내린 단비(甘雨)로 모내기에 적당하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재미난 것은 경성측후소의 강우량 표시로 밀리(mm) 단위가 아직 정착이 안 되어서인지 ‘닷말여섯되칠홉가량’ 비가 내렸다는 말이 흥미롭습니다. 이제 슬슬 농촌에서는 모내기가 시작됩니다. 모내기철에 내리는 비야말로 단비 가운데 단비 일 것입니다. 과거에는 농사가 나라의 바탕인지라 임금이 직접 농사를 챙겼습니다.

문종실록 2년(1451) 2월 25일 치에 보면 “이제 듣건대 권농(勸農)하는 자가 때의 늦고 빠름이나 비가 충분히 왔는지나 씨앗의 있고 없음은 헤아리지 아니하고 독촉하여 씨를 뿌리게  하면, 백성들은 혹 거짓으로 논을 갈아서 물을 담아 놓고 실지로는 씨를 뿌리지 아니한 자가 많을 것이니(중략) 권농하는 자는 폐단 없이 권농하도록 하라.”는 기록으로 보아 모내기철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단비가 내려 물 걱정이 없다면 이는 더 없는 하늘의 축복으로 여겼던 것이지요.

   
▲ 전 조선에 흡족한 단비 기사(1924년 5월 25일 동아일보, 왼쪽), 쟁기로 밭갈이 하는 모습(제주 선녀와 나무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