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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의 반역 2> 개벽 5회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선조는 명나라 군사들을 부름에 있어서 천군(天軍)이라 호칭하고 있지 않습니까? 명에 대한 의존도가 수위를 넘겼습니다. 오죽하면 일본과의 전쟁이 터지자 망명을 하고자 했겠습니까? 조선은 명나라를 언제나 섬기고 있습니다.”

이순신의 눈매에서 예사롭지 않은 결의가 뿜어져 나왔다.

“겁은 나지만 비겁하기는 싫다. 조선의 굴욕을 더 이상 감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순신은 명나라에 대하여 뿌리 깊은 불신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 명나라 군대는 조선을 구원하기 위해 왔다는 미명아래 온갖 추태를 저지르며, 그 오만방자함이 설명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단지 군사의 숫자가 많을 뿐이옵니다. 그러나 숫자는 숫자에 불과할 뿐입니다. 명나라 대군을 상대하기 위한 방도가 존재 합니다.”

이순신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너에게 그런 방안이 강구되어 있단 말이냐?”

“장담드릴 수 없으나 사용할 만합니다.”

김충선은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좋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 표현해 보도록 하자.”

이순신은 어린아이처럼 제안했다. 그리고는 걷다말고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손가락으로 글자를 적었다. 김충선은 이순신의 돌연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확실히 이순신은 변해 있었다. 34일 전의 이순신이 아니었다. 그때의 이순신은 무겁고 예민하고 치밀했으며 무엇보다도 근엄하였다. 그러나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순신의 뒷모습에는 삼도수군통제사의 위용이 어디에도 없었다. 누가 보아도 볼품없는 시골의 노인이었다. 그러나 김충선의 눈에는 그리 보이지 않았다. 꾸부정한 그의 뒷등으로 어마어마한 대륙의 평원과 총기와 도검으로 무장한 군사들의 도열 행진이 끝없이 이어졌다. 군마의 울부짖음과 화포를 끌고 미는 용병(勇兵)들의 함성이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판옥선과 돌격 거북선의 이순신 함대가 바다가 아닌 육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광경은 실로 장관이었다.

‘이제 진정한 전쟁이 벌어지겠구나!’

김충선은 내심 중얼거리며 자신의 발아래 글자를 적었다. 
 

-여진(女眞) 
 

“어디 보자꾸나.”

이순신은 몸을 일으켜서 김충선의 땅바닥 ‘여진’을 확인하고는 자신이 적었던 글도 보여주었다. 
 

-왜적(倭敵)과 여진족(女眞族) 


김충선의 눈가에 이채가 떠올랐다.

“여진은 당연하지만 왜적이라 하심은?”

이순신이 신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현 정국에서 가장 취약한 군대를 지니고 있는 나라가 어디인가?”

“조선과 여진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어쩌면 조선이 가장 약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