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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개벽의 아침 12

[그린경제=유광남 작가]저 아이가 운이 좋다면 아마 조선의 새 하늘 아래에서 자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네만.”

유성룡의 말꼬리를 김충선이 붙들었다.

“반드시 그리 될 것입니다. 장군이 아니고서는 조선의 바다를 누가 수호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때는 우리와 같은 마음이시어야 합니다.”

“나도 간절히 원하고 있겠네.”

유성룡의 답변을 들으며 김충선은 이순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만 돌아가자는 무언의 표시였다. 그런데 불쑥 이순신이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그들이 아직도 밖에서 우릴 감시하고 있으려나?”

김충선이 흠칫 하였다.

“미행을 눈치 채고 있으셨습니까?”

이순신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의 예민함이 오늘의 이순신을 만든 것이지.”

서애 유성룡은 약간의 당혹감을 드러냈다.

“미행이라니?”

김충선이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누군가로부터 사찰(使察)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감이 아니시라면 누구겠습니까.”

“그걸 알면서도 내 집을 방문했다는 것은?”

“굳이 설명 드린다면 대감께옵서도 우리 편이라는 것을 알려야지요.”

“허허......”

유성룡은 어이가 없던지 실소를 흘렸다. 그는 침묵하는 이순신을 돌아봤다. 삐쩍 마른 체구에 눈이 십 리는 들어가 있다. 광대뼈도 드러나고 다듬지 못한 수염도 어지럽다. 그러나 그의 일신에서 뿜어지는 기상은 예전과 매우 다르다고 느껴졌다.

“그래. 가뜩이나 바다보다도 깊은 의혹을 지니고 계신 상감에게 더 어떤 자극을 가하고 싶으신 건가?”

유성룡은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입을 열려고 하는 김충선을 대신하여 이순신이 나섰다.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다만 성상의 번민(煩悶)이 과도함에 신하 된 도리가 아닌 듯싶어 울적할 뿐이지요. 불행의 근본은 상감의 심근(心根)에 존재합니다.”

조선의 왕 선조에 대하여 이순신은 처음으로 자신의 심정을 드러냈다. 유성룡은 그런 이순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반드시 목숨을 취하려 했던 임금의 행위에 대하여 이순신은 관대했다. 그것은 평소라면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볼 수 없는 이순신의 또 다른 품성이 아닐까 싶었다. 유성룡은 이순신이 지니고 있는 대범함에 어쩌면 그가 군왕으로서의 자질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반가웠다. 그렇다면 서애 유성룡은 이미, 먼 훗날의 이순신의 나라를 예측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상하군요.”

갑자기 김충선이 입술을 떼자 유성룡과 이순신의 시선이 한꺼번에 몰렸다.

“무엇이 말이냐?”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