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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개벽의 아침 13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두 분 말입니다.”

“우리가?”

김충선의 지적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일국의 왕이 보낸 감시자가 두 분을 면밀히 관찰 중이거늘 어째서 이리 태평하실 수 있는 것입니까? 왕의 저주가 정녕 두렵지 않으신 겁니까?”

유성룡이 은근히 물었다.

“자네는 상감과 독대를 하지 않았던가?”

김충선은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이순신의 방면(放免)을 위해서 왕이 감추었던 이순신의 장계(狀啓)를 왕세자 광해군으로부터 찾아내어 선조와 담판을 지었었다. 김충선은 침중한 자세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지요.”

유성룡의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왔다.

“왕이 어떠하시던가?”

왕이 어떠했던가?

김충선은 잠시 선조를 생각했다. 왕권에 매달려서 그는 불안했고 초조 했으며 때로는 비굴했었다. 일국의 지도자라고 하기에 왕은 위엄이 존재하지 않았다. 신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었으며 백성들 역시 왕을 왕답게 여기지 않았다. 임진년의 전쟁으로 그는 왕의 권위를 상실하였다. 전쟁을 피해 백성들을 버리고 야반도주 했으며 명나라로 망명을 하고자 했었다.

그 시간에 이순신을 비롯한 권율, 정기룡, 곽재우 등은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전 했으며 신립, 조헌, 김시민 등의 장수들은 죽음으로 나라를 수호 하고자 했다. 어린 광해군 역시 분조의 임무를 맡아서 전쟁의 한 복판에 내몰렸었다.

그리고 왕자 임해군과 순화군은 일본의 포로가 되어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임진년 전쟁의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할 왕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왕은 작정하고 나라를 포기 하려고 했으며 백성을 버리려고 하였을 뿐이다. 그런 왕을 측근에서 보필해야 하는 충신 유성룡, 이항복 등의 심사는 오죽 했겠는가.

그러나 왕은 교묘한 임기응변(臨機應變)을 갖추고 있었으며 자신을 방어 하는데 있어서는 짐승의 감각처럼 예민했다. 그래서 왕은 불행했다.

“불쌍했습니다.”

유성룡이 눈을 지그시 내려 감았다. 일국의 왕을 불쌍하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는 자가 있었던가. 하지만 그것은 유성룡도 이미 오래 전부터 느껴오던 왕에 대한 감정이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닮아 있었다. 불쌍한 왕 선조. 유성룡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계속 불쌍할 것이다.”

이순신도 다르지 않았다.

“딱하다. 그러나 다른 방도가 없구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