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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왕과 신하 14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33번의 파루(罷漏)가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이 은밀히 방문한 곳은 서애대감 댁이었습니다.”

사헌부 지평 강두명은 황송하다는 듯이 어전(御殿)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정녕 영상을 만났단 말이냐?”

선조는 눈을 부릅떴다.

“그들의 발걸음이 북촌(北村=육조거리 주변의 고관대작들 저택이 주로 밀집)으로 향할 때부터 의심스러웠습니다.”

“그 외에 이상한 행동은 없었느냐?”

강두명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이순신과 김충선이 길을 걷다 말고 땅바닥에 했던 낙서(落書)의 의도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래서 보고를 올리지 않을 생각 이었으나 왕이 추궁하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한 가지 이상한 행동이 있었습니다.”

“말하라.”

강두명은 그 날 새벽에 목격했던 그들의 행위를 고스란히 보고했다.

“왜적과 여진족이라고?”

“그러하옵니다. 땅바닥에는 분명히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선조는 다시 물었다.

“그들이 영상을 방문하여 오고갔던 대화를 들을 수는 없었겠지?”

“예. 그러하옵니다.”

“아쉽구나. 아직도 죄인의 신분을 벗지 못한 이순신이 영상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했을꼬?”

강두명은 이리저리 눈알을 굴렸다.

“백의종군의 신분을 하루라도 빨리 벗겨 달라는 탄원이 아니겠습니까? 당금 한성에서는 이순신의 손을 잡아줄 유일한 분이 서애대감 뿐이십니다. 그러니 목을 거기로 맬 수밖에 없는 줄 아뢰옵니다.”

“그건 아니다. 이순신이란 작자는 그런 자가 아니야.”

선조는 강두명의 보고를 무시했다. 선조가 알고 있는 이순신은 절대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자신의 안위를 청탁하는 정도의 위인이라면 선조가 지금 이토록 골머리를 아플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오면......?”

강두명은 감히 왕에게 이순신이 영상을 방문한 까닭을 질의할 수는 없었다. 그저 말꼬리를 흐려서 왕의 의중을 살필 뿐이었다.

“김충선과 동행이라고 했느냐?”

“그러하옵니다.”

“땅바닥에는 왜적과 여진이란 글귀를 남기고?”

“예...전하.”

선조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는 무능하였지만 영악한 군주였다. 조선 13대 임금이던 명종에게 후사가 없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조는 명종의 눈에 들어 임금의 보위에 올랐다. 사실 선조는 적통을 이어받지 못한 서자 출신의 신분이었다.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