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선조의 부친 덕흥대원군(德興大院君)은 조선 11대 임금이던 중종과 그 후궁 사이에서 출생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선조는 조선 최초의 서자 출신의 왕으로 기록되었다. 이런 혈통의 치명적 약점은 선조의 재위기간 내내 그를 자유롭지 못한 신분으로 피해망상 속에서 헤매도록 했다.
“넌 그들의 대화를 들었어야 했다.”
“황공하옵니다.”
“당장 영상을 불러야겠어.”
선조가 독백처럼 중얼거리고 있을 때 내관 고명수가 문 밖에서 아뢰고 있었다.
“영상께서 납시었나이다.”
선조와 사헌부 지평 강두명의 눈빛이 교차 하였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서애 유성룡이 출현 하였다. 선조는 강두명에게 손을 흔들어 조용히 몸을 숨기라는 시늉을 했다. 강두명은 눈치가 빠른 자였다. 그는 즉각 용상의 뒤편으로 물러났다.
“모셔라.”
선조의 명이 떨어지자 궁녀들이 좌우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서애 유성룡은 안으로 들어서는 즉시 왕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신 유성룡, 상감마마를 뵈옵니다.”
“어서 오시구려.”
“마마에게 아뢰올 것이 있사와 입궐을 서둘렀나이다.”
유성룡의 시선이 용상의 선조에게 향하였다.
“마침 잘 되었소. 나 역시 궁금한 점이 있어서 영상을 보고자 했습니다.”
“어떤 분부이시옵니까?”
선조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영상의 용무가 무엇인지 먼저 듣도록 하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실은 오늘 새벽, 아주 이른 시각에 전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방문을 하였나이다.”
“이순신이?”
선조는 마치 처음 듣는 소리인양 의혹을 매달았다. 유성룡은 망설이지 않았다.
“예. 그는 아직도 죄인의 신분이건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요망스럽게 행동하여 소신이 크게 주의를 주었나이다.”
“요망스러운 행동이라니요?”
선조는 호기심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소신에게 복직에 대한 견해를 물었나이다.”
유성룡의 대답은 참으로 난해하였다. 선조의 판단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순신이 그럴 위인이 분명 아니었다? 그런데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그...게 사실이요?”
유성룡은 왕의 용안을 살피며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아뢰겠나이까.’ 란 표정으로 대답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아예 없을 수 있겠습니까? 단숨에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졌으니 그 허망함이 분수를 모르게 했으리라 여겨집니다.”
“믿을 수가 없구려. 이순신이 누구요? 그는 우리가 잘 알고 있지 않소? 절대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의지의 장수요.”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