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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왕과 신하 20회

 

“그럴 리가 있사옵니까? 어찌 이순신을 상감마마와 비교할 수 있겠나이까. 신은 한때 발칙한 죄를 저지른 이순신을 거듭 경계해야 함을 주청 드리는 것이옵니다. 그러한 자가 다시 신분을 되찾게 된다면 지난 과오를 다시 범할 염려가 있다는 말씀이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순신은 후환이 된다는 것이구나.”

“바로 그러합니다.”

선조의 눈빛이 변하였다.

“넌 김충선을 자세히 모르지?”

“소문을 들어 약간 알고 있나이다.”

“솔직히 말하라.”

강두명이 머리를 조아렸다.

“모르옵니다.”

“짐작하기에 무서운 놈이다. 조국 일본을 배신한 독종이로다. 총기를 다루는 기술과 무장으로의 배짱도 두둑하다. 넌 그 놈이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을 찾아내라. 약점을 파고들란 이야기다. 이순신을 우선 대신해야겠다.”

강두명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이순신을 대신하라는 것은?”

선조는 거침이 없었다.

“김충선을 제거해야겠다.”

강두명은 침을 꼴까닥 삼켰다.

“아......전하.”

선조의 야비한 시선은 혼란에 휘감긴 강두명의 전신에 머물렀다. 아주 미약한 신음처럼 선조의 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다시 이순신을 도모하라.”

이순신에 대하여 선조는 지극히 집요하였다. 광해군을 견제하기 위해서 선조는 우선 왕세자에게 충성을 맹서했던 익호장군 김덕령을 모함으로 매질하여 때려 죽였다. 이번에는 이순신의 충성스러운 김충선을 그냥두지 않으려는 심산이었다. 장수를 잡기 위해서는 말을 우선 쓰러뜨리라는 속담을 선조는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상감마마, 신 사헌부 지평 강두명은 분골쇄신(粉骨碎身) 어명을 수행하겠나이다.”

강두명은 엎드려 용상을 우러러본 후 퇴궐하였다.

 

그는 즉시 남촌(남촌(南村=지금의 남산 기슭으로 몰락한 양반이나 무반들이 주로 생활)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곳에는 강두명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기골이 장대하고 눈빛이 사나운 사내 두 명과 선비 차림에 입술이 여인네처럼 붉은 청년 한 명이었다. 그들은 외진 곳의 민가(民家)에 거주하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선비는 강두명을 반갑게 맞이했다.

“덥구만.”

허리춤에 칼을 차고 있던 사내가 냉수 한 사발을 얼른 떠왔다. 강두명은 쉬지 않고 들이켰다. 선비가 바싹 다가앉았다.

“상감께옵서는 결단을 내리셨는가?”

강두명은 선비차림의 청년에게서 달콤한 향기가 새어나온다고 느꼈다. 이 곱상한 사내가 어떤 순간에는 계집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부드럽고 나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