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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옛날에도 진주를 캐러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551]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어찌하여 진주를 캐는 사람처럼 다투어(爭奈貪珠者) / 목숨 가벼이 여겨 바다 밑에 깊숙이 들어가나(輕生入海底)“ 이는 통일신라 말기 뛰어난 학자이자 문장가였던 최치원(崔致遠)의 “흥에 겨워(寓興)”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이를 보면 이미 통일신라 때에도 진주를 캐러 바다 밑 깊숙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조선 후기의 어의 이시필(李時弼, 16571724)이 지은 ≪소문사설(聞事說)≫에는 “진주 캐는 법(採眞珠法)”이란 글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이시필이 청나라 연행(燕行) 시에 보고 들은 신문물을 중심으로 소개해 놓은 것인데 이 “진주 캐는 법(採眞珠法)”에 나오는 사람은 중국 남부지방의 소수민족인 단인(蜑人)입니다.  

   
▲ ≪소문사설≫에는 중국 남부지방 단인들이 진주 캐는 법을 그려 놓았다.


“단인은 긴 끈을 허리에 묶은 뒤 바구니를 가지고 물속에 들어간다. 조개를 주어 바구니에 넣으면 끈을 흔들어 배에 탄 사람으로 하여금 급히 끌어 올리게 한다. 만약 한 줄기 피가 물에 뜨면 물고기에게 잡아먹힌 것이다.” 이 내용 뒤에는 또 “진주 기르는 법”이라 하여 구멍이 없는 살아 있는 진주를 밀가루 반죽으로 싸서 오래 두면 진주 위에 작은 진주가 낱알처럼 점점 자라난다며 자신이 경험한 것이라는 단서를 붙여  두었습니다.

≪소문사설≫이란 책 이름은 ‘생각이 고루하고 견문이 좁은 지은이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였다’는 뜻으로 겸손하지만 18세기 동아시아 생활지식의 창고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칼 만드는 법부터 쥐 잡는 기구, 기름 짜는 기구, 곡식 빻는 기구, 비누 만들기, 콩 뜨는 기구 같은 삶에 필요한 갖가지 생활도구는 물론 산업화 이전 웬만한 공기구 제작법들이 다 들어있지요. 여기에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적용한 제법들도 수두룩한데 쉰 술을 마실 수 있게 하는 법, 가짜 구리 만드는 법, 가짜 꿀 가려내는 법 등은 지금 봐도 호기심이 발동하게 하는 생활지식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