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김영조 기자] 어린 시절 우리는 전기 없는 방에서 등잔에 의지하고 살았습니다. 우리는 그 등잔 밑에서 공부를 했고, 어머니는 구멍 난 양말을 꿰메시기도 했던 소중한 도구였습니다. 그 등잔을 쓰려면 저녁에는 석유를 부어줘야 했고, 심지를 올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새카맣게된 손을 머리에 쓰윽 문지르거나 바지에 쓱쓱 문대기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등잔 밑에 오래 앉아있으면으레 콧구멍은 새까매지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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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창수네는 전기를 놓고 흑백텔레비전까지 있었지만 우리집 형편으론 언감생심 전기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전기를 놓으려면 전봇대를 세워야 하는데 그 전봇대 값이 큰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치를 보면서 밤마다 창수네로 텔레비전 동냥을 하러다닐 수밖에 없었고, 어떤 아이는 혹시나 창수가 텔레비전을 못 보게 할까봐 창수에게 아부를 하기도 했지요.
그 등잔은 나무, 토기, 사기, 쇠를 쓴 것들이 있었지만 근현대로 오면서는 대부분 사기로 된 것을 썼습니다. 한지 또는 솜으로 심지를 만들어 꽂은 뚜껑이 위에 있었고, 아래쪽엔 손잡이가 달린 기름 넣은 잔이 한 쌍이었지요. 그러나 등잔을 올려놓는 등잔대는 대부분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등잔대는 등잔받침, 대, 밑받침으로 되어 있는데 밑받침은 재떨이로도 쓸 수 있도록 홈이 파져있었지요. 보통 등잔에는 심지를 하나만 꽂을 수 있게 되었지만 간혹 쌍심지를 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옛 속담에 “눈에 쌍심지를 켠다.”는 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