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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단돈 10전으로 피서하는 법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561]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 제15호(1928년 8월 1일 발행)에는 “단돈 20전 피서비법”라는 글이 보입니다. 편집국장이 기자들에게 20전만 가지고 피서할 방법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이 총동원 됩니다.

한 기자는 “베고의 등거리에 수건 하나 억개에 걸고 맨발에 구무신 신고 부채 하나 손에 들고 골목 밧갓 가가에서 참외 두 개 골라 드니 7전 달라 하는지라. 한푼이라도 앗기느라고 전에 아니 하든 짓을 애걸애걸 깍거서 5전 주고 포켓트 위스키-뷔인 병 하나를 빌려 가지고 선술집에 드러 가서 안주 업시 10전 어치 소주를 너어 달나 하니 ‘이건 또 왼 일이 심닛가’ 하고 주인이 웃는다. 소주는 등거리 주머니에 넛고 참외는 손에 들고 취운정에 드러가 약물 한 바가지 마시니 가슴 속 뼈 속까지 서늘한 법이 제법 더위를 물니친 것갓다.”라고 20전 짜리 피서를 말합니다.

   
▲ 동아일보 1931년 6월 27일, 나무 그늘 아래서 아이스크림 하나로도 피서 한다는 사진

그런가 하면 또 다른 기자는 돈 5전 내고 전차 맨 앞 운전수 등 뒤에서 전차 안을 들어오는 바람을 맞는다고 하기도 하고, 또 한 기자는 빙수를 사서 먹는 게 딱이라고 말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싸우듯 흥정하여 수박을 15전에 사고, 어름 2전, 설탕 3전에 사 집에 가서 수박을 먹으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기자들이 20전으로도 어렵다는 피서를 단 십전으로 피서를 한다고 한 대목입니다. 이 방법은 잡지사가 현상모집하여 받은 묘한 피서법이라고 말합니다. 잡지에는 이렇게 쓰였습니다. “단 십 전 던지고 어린이 8월호 1책을 구하야 가족이 둥그렇게 둘러 앉아 낭독하는 것임니다. 서늘한 사진 서늘한 기사만 골느고 골나 모은 것이라 책장마다에서 어름보다 시원한 긔운이 흘너서 왼 집안을 서늘케함니다.” 지금 같으면 상상 할 수 없는 피서법이지마는 그때는 이런 아이디어도 있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