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김영조 기자]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임금과 왕비의 수라상에 올릴 생채음식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특히 신선한 푸성귀(채소)를 수라상에 올리려고 서울 뚝섬에 ‘농푸꼬지기’라는 일꾼을 두었고, 창덕궁 후원에는 궁중에서 필요한 푸성귀를 기르는 내농포(內農圃)를 만들어 일꾼을 두었지요. 그뿐만이 아니라 수라간에는 채증색(菜蒸色)이라는 푸성귀 요리 전문가 6명을 별도로 두었을 정도입니다.
수라상에는 숙채(熟菜)라 하여 푸성귀를 익혀 조리한 반찬과 푸성귀를 날것으로 조리한 반찬인 생채를 올렸는데, 대표적인 궁중의 생채요리로는 잡채(雜菜), 수삼채소생채, 겨자채, 구절판, 도라지생채, 더덕생채, 무생채, 미삼생채, 무굴생채, 죽순채, 삼색무생채, 미나리강회 따위가 있습니다. 이러한 요리들은 오늘날 처럼 지나친 조미료를 쓰지 않았기에 푸성귀 본래의 고유한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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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라상에 올랐던 무생채, 미삼생채, 더덕생채(왼쪽부터, 문화재청 제공) |
그런데 이 요리 가운데 잡채는 요즘 것과는 다릅니다. 잡채라 하면 당면이 중심인 오늘날과 달리 예전의 잡채는 당면은 없고 여러가지 푸성귀가 주를 이룹니다. 1600년대 장계향 선생이 쓴 요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 보면 잡채는 “살짝 데쳐 가늘게 찢은 도라지, 거여목, 박고지, 냉이, 미나리,파, 두릅, 고사리, 승검초, 동아, 가지나물에 오이, 무, 댓무, 참버섯,석이, 표고, 숙주나물을 날 것으로 썰어 넣고, 기름간장에 볶아 낸 후, 고명으로 후추나 생강을 뿌린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잡채에 당면이 들어간 것은 이전 문헌에서는 보이지 않고 1939년에 나온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 처음 이어서 아마도 근대 이후에 오늘날과 같이 당면을 듬뿍 넣은 잡채를 해먹지 않았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