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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오늘은 한가위, 함께 보름달을 보는 날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594]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뉴욕에서 보는 추석 달 속에 / 코스모스 무리지어 핀 / 고향 철길 있네 / 장독대 뒤에 꽈리 한 타래 / 가을볕에 익어 있네
가난이 따뜻하고 아름답던 / 성묫길 소슬바람 송편 향기 / 마천루 달 속에서 물씬거리네
함지박에 가득 담긴 /  머루 다래 수수 차좁쌀 / 쪽머리에 이시고 / 흰 옥양목 적삼의 어머니 계시네 / 울음 때문에 바라볼 수 없는 / 어머니 모습이네"


위 시는 김정기 시인의 <추석 달>입니다. 멀리 남의 나라 미국에서 맞는 한가위 정서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겨레의 가장 큰 명절 한가위입니다. 우리는 예전에 보름달을 보고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었지요. 어려웠던 시절에는 방아 찧는 상상만 해도 배가 불렀습니다.

   
▲ 동아일보 1930년 10월 7일치 한가위 사진

“추석날이면 일년 내 방안에만 가처 잇서서 문밧 천지를 구경하지 못하든 색시와 신부와 부인들이 하로의 틈을 비로소 어더서 고흔 옷 고흔 단장으로 이름 잇는 산에 올라서 바다도 바라보고 강도 바라보며 들도 바라보고 산도 바라볼 뿐만 아니라 시원한 바람도 쐬게 되며 혹은 이웃동리에 잇는 친척,동긔간,옛날동무를 맛나서 마키엇든 회포도 풀고 시집사리 하소연도 하며 반가운 눈물 애달픈 눈물을 서로 박구는 날이니 그날이야말로 여자에게는 해방의 하로라고 볼 수 잇는 날이엇다. 그러나 요 새에 와서는 그만한 여유조차 업시 되야 그런 풍속까지 볼 수 업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생활 범위가 얼마나 더 쭈부러저 드럿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잇는 일이다.”

위 글은 일제강점기인 1931년 9월 1일 자 잡지 <별건곤> 제43호에 나오는 “조선의 명절 추석이야기”입니다. 한가위는 여성에게 해방의 하루인데 당시로는 그런 여유조차 없다며 “명절이 업는 민족은 활긔가 업는 민족이요 명절을 명절답게 지나지 못하는 사회는 빗치 업는 사회이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때는 일제강점기이기에 당연히 그런 여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도 명절이 명절 같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정치, 자본가의 배만 불리는 기업이 있기에 그렇지 않을까요? 올 한가위 보름달은 모두가 함께 보는 보름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