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순고식(因循姑息)’은 예전 해오던 대로 따라하고, 제 몸 편한 것만 생각하여 바꿀 생각이 없고, 늘 어떤 욕심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저 세 끼 밥이 입에 들어가니 살고, 등 따스며, 배부르면 그만이라는는 마음입니다. ‘구차미봉(苟且彌縫)’은 그러다가 일이 생기면 정면으로 돌파할 생각은 않고, 어찌어찌 술수를 부려 적당히 넘어갈 궁리만 하며, 대충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는 태도입니다. 인순고식도 나쁘지만 구차미봉은 더 나쁩니다. 대충 꿰맨 자리는 언젠가는 다시 터지고, 구차하게 술수 부려 넘어간 일은 그 다음엔 통하지 않지요. 변할 줄 모르고, 늘 거부만 하는 삶은 밥벌레의 삶일 것입니다.
<참고> ‘죽비소리’(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 정민, 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