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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인연의 장 48회

[그린경제/얼레빗 = 유광남 작가]  강두명은 자세를 더욱 공경히 하며 바싹 낮추었다.

“의금부에 있는 줄로 아옵니다.”

“선전관 조영은 통제사 이순신의 장계를 받아오는 도중에 유실하였다.”

선조는 능숙하게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일을 끄집어냈다. 조영은 없는 죄를 실토하고 의금부에 감금되어 있는 중이었다. 왕의 교묘한 술수에 말려들었던 그는 이순신을 제거하지 못한 벌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강두명은 자기 역시도 이번 왕의 밀명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을 경우 선전관 조영의 꼴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오로지 상감마마의 은총만을 고대하고 있다 들었사옵니다.”

“그래.....”

“사헌부에서는 그의 죄를 더 이상 묻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제는 오히려 조영을 위한 탄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두명의 두뇌는 빛보다도 빠르게 왕성하게 움직였다. 선조가 조영의 이름을 들먹이는 순간부터 그는 왕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도승지와 좌의정을 우선 찾아가야 할 것이다.”

선조의 하명이었다. 강두명은 대전을 물러나며 머릿속으로 일의 순서를 차례로 열거해 보았다. 좌의정 육두명과 도승지 오억령은 왕이 수족처럼 아끼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선조의 측근에서 기생하는 무리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나도 그들과 왕의 중대 사안을 논의하는 위치에 올랐구나.’

권력의 중심으로 한층 다가서는 느낌이었다. 내관 고명수가 어느 틈엔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양이 같은 걸음걸이는 여전했다.

“전하를 뵈었는가?”

“그렇습니다.”

“요즘 부쩍 자네를 많이 찾으시네.”

“이 모두가 고내관님의 은덕 아닙니까.”

고명수의 얼굴에 잔잔히 주름이 잡혔다.

“은덕이라 할 수 있는가. 이 모두가 자네의 역량이 남다른 탓이겠지.”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가? 허허, 그렇다면 고맙고.”

“보연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한때 강두명의 애첩이었던 보연의 이름이 들먹여지자 고명수가 움찔하며 주변을 경계하였다.

“이 사람아, 신중하시게.”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어서 하는 말입니다. 그저 그 아이가 어찌 지내는지 궁금해서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게.”

강두명은 싱긋 웃었다.

“고내관님이 극진히 아끼신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고내관의 콧등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그런 소문을 누구에게 들었는가?”

강두명은 아차 싶었다.

“그냥 인사차 드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