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24절기는 농경시대 옛사람들의 '지혜'

현대 도시인들에게도 필요한 것인가?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지난 주 금요일(12월 6일)은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 대설(大雪)이었다. 24절기 가운데 봄 절기는 입춘부터 시작하여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가 된다. 또 여름 절기는 입하부터 소만, 망종, 하지, 대서, 소서까지다. 이어서 가을 절기는 입추를 비롯하여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이며, 겨울 절기는 입동과 함께 소설, 대설, 동지, 소한을 지나 대한으로 끝나게 된다.

그래서 대설이 지났다면 이미 겨울 속에 깊숙이 들어왔음을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절기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를 지으려고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해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절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예부터 사람들이 쓰던 달력에는 태음력(太陰曆), 태양력(太陽曆), 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 따위가 있다. 태음력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이다. 1년을 열두 달로 하고, 열두 달은 29일의 작은 달과 30일의 큰 달로 만들었다. 태양력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으로 정한 역법이다. 태음태양력은 태음력과 태양력을 절충하여 만든 역법인데. 우리가 음력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태음력을 태양의 움직임에 맞추려고 회귀년에 따라 19년에 일곱 번의 윤달을 두고 다시 8년에 세 번의 윤날을 둔다.

하지만 이 음력은 달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해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계절의 변화와 잘 맞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려고 해의 움직임을 표시해주는 24절기를 만들어 같이 썼다. 하늘에서 해가 1년 동안 움직이는 길, 곧 지구의 공전운동으로 해의 위치가 하루에 1도(°)씩 이동하여 생기는 길을 황도(the Ecliptic)라 부른다. 이 황도가 0도일 때는 해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해 적도를 통과하는 춘분점(春分點)에 있을 때인데 이때를 ‘춘분’, 15도 움직인 때를 ‘청명,’ 계속해서 15도 이동하면 ‘곡우’가 된다.

   
 
다만 이 24절기가 계절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은 분명한데 원래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후에 맞춰진 것이어서 우리나라와는 잘 맞지 않는다. 더구나 옛날과 견주어 기후와 생태계가 많이 달라져서 어긋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 특히 도시 사람들은 이제 24절기가 쓸모없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이에 맞춰 살아온 것이기에 그 깊은 뜻을 살펴보고 현대에 기억해야 할 점은 없는지 24절기에서 옛 사람들의 슬기로움을 찾아보는 것도 그 뜻은 클 것이다.

한 본보기를 들어보자. 흔히 “추분(秋分)”을 사람들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라고 한다. 그런데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것이 도시인들에겐 큰 의미가 없다 .특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추분”에는 커다란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먼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것에서 우리는 모자람도 지나침도 없는 “중용”의 도리를 배운다. 예나 지금이나 이 도리를 다하지 못하여 패가망신 하는 사람이 그 어디 한둘이던가?

그뿐이 아니다. “추분” 때 들판에 나가면 벼가 황금빛으로 물든다. 이는 여름날 뜨거운 햇볕과 우레와 억수비를 견딘 뒤에 오는 열매 익음이다. 이러한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우리에게 세상을 겸손하게 살라는 가르침을 준다. 또 한자 ‘향기 향(香)’ 자를 보면 벼 화(禾) 자에 날 일(日) 자가 모아진 글자이다. 곧 향기는 벼가 익어 나는 냄새인 것이다. 역시 사람도 내면에 아름다운이 익으면 향기가 나게 마련이다. 반대로 나쁜 생각이 가득하다면 그에게선 악취가 진동하리라.

이렇게 절기 하나를 두고서도 우리는 삶에 큰 가르침을 얻는다. 단순히 옛 것이니까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 뜻을 깊이 새겨보면 분명히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점이 많다. 그러고 보면 24절기는 단순한 농경 사회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조상들의 슬기로움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