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유광남 작가] “어서 일어나라.”
이순신은 곤하게 잠들어 있는 아들 회와 조카 완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순신을 보필하면서 남하하던 중이라 여간 피곤한 몸들이 아니었으나 회와 완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쉬, 조용히!”
이순신이 입을 다물라는 시늉을 보내는 순간에 회와 완은 이순신의 손에 들린 단검을 발견했다. 그들은 일거에 잠이 달아남을 느낄 수 있었다.
“자객들이다.”
자객들이란 말에 회와 완은 즉시 자신들의 병기를 꺼내 들었다. 전시이기 때문에 호신용 칼을 소지하고 다녔던 것이다. 그들은 방문의 좌우에 서서 긴장된 눈초리로 밖의 동정을 살폈다. 어떤 소음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들이 막 의아하게 생각하는 순간 ‘달칵’하고 문고리를 잡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야합!”
이순신은 별안간 외마디 기합성을 토해냄과 동시에 방문 출입구의 문짝을 향해서 돌진하면서 냅다 발길질을 감행 하였다.
우지직, 하는 소음과 동시에 문짝이 부숴져 나가면서 ‘어이쿠’하는 비명이 터졌다. 자객 한 명이 제대로 문짝과 동시에 뒤로 나가떨어진 모양이었다.
“이놈들!”
이회와 조카 완이 그 틈새를 이용해서 뛰쳐나갔다. 조카 완의 칼날이 바닥에 나가떨어진 자객의 허벅지를 베었다.
“아야...야......”
이회는 당황한 기색의 다른 자객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자객은 물러서 도주하지 않고 마주 칼을 휘둘러 왔다. 기세로 미루어 단 칼에 이회를 요절내겠다는 심산이었다. 칼과 칼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불꽃이 튕겼다.
“누가 보낸 것이냐?”
이회가 소리쳤으나 자객은 대답이 없었다. 그는 칼을 빙글 돌리면서 이번에는 이완의 목을 노렸다. 그 수법이 절묘하면서도 빨랐다. 이완은 평상시부터 무과에 응시하기 위해 칼과 창, 궁술을 연마해 왔던 몸이었다. 또한 숙부인 이순신을 도와서 여러 차례 해전에도 참석했던 전력이 있었다. 실전을 통해서 숙련 된 솜씨는 역시 범상치 않았다.
“어딜 감히.”
완은 민첩하게 고개를 숙여서 자객의 칼을 무위로 돌림과 동시에 자객의 허리를 베어갔다. 완의 동작이 얼마나 민첩했던지 자객은 무섭게 놀라며 허리를 튕겼다. 자객 역시 놀라운 무술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마치 숭어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듯이 완의 칼날을 타고 넘어가면서 한 바퀴 몸을 굴렀다.
“타앗!”
허벅지에 칼을 맞았던 다른 자객이 한쪽 무릎으로 몸을 버티면서 일어남과 동시에 이회의 등을 공격했다. 이회는 완과 대적하는 자객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던 참이라 미처 그를 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회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등을 돌리는 순간은 이미 늦어 있었다.
“아뿔싸!”
이회는 적의 부상에 안심하고 있던 자신을 질책했다. 자객의 칼이 이회의 등에 닿으려는 순간에 이순신의 호통이 터져 나왔다.
“물러서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