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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나라" 풍운의 장 58회

[그린경제/얼레빗 = 유광남 작가]  이순신은 아들이 위험에 빠지자 호신용 단검을 냅다 던졌다. 예리한 단검은 파공음을 내면서 그대로 이회에게 달려들던 자객의 눈을 파고들었다.

“악!”

복면을 착용한 자객이 눈을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허벅지의 자상과 눈의 상처로 인해서 풀썩 주저앉았다.

이회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몸을 돌리면서 위에서 아래로 칼을 내리 그었다. 상대방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는 순간이었다. ‘타앙-’ 이완과 대적을 하던 다른 자객이 비스듬히 몸을 돌리면서 이회의 칼을 중도에서 튕겨냈다. 그는 동료가 위기에 처하자 본능적인 방어 자세로 바뀌었다. 칼날을 정면으로 세우고 한쪽 눈에 단검이 박혀버린 동료 자객을 부축했다.

“날 두고 가라.”

비장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자객은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같이 죽는다. 아니면 같이 돌아간다.”

부상당한 동료를 그대로 두고 떠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순신의 좌우에서는 회와 완이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그들을 향해 칼을 겨누고 대치하는 상태가 되었다. 뿌연 달빛아래 그들은 숨이 막히는 긴장감으로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천천히 완의 발이 움직였다.

“가만.”

그런 완의 소매를 붙드는 것은 이순신이었다. 완은 경거망동 하지 않고 그대로의 자세에서 이순신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적이지만 동료에 대한 우애가 깊구나. 물러가는 것을 허락하겠다.”

이회가 부친 이순신을 불렀다.

“아버님!”

자객들을 그대로 놓아 주겠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하지만 이순신의 뜻은 완곡했다.

“어서 돌아가서 치료 하거라.”

자객들은 상대방의 뜻하지 않은 호의에 대해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들 역시도 적에 대한 관용을 베푸는 이순신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통제사님의 목숨을 노렸던 자객이옵니다. 어찌 그들을 살려 보내신단 말입니까?”

이완이 당치도 않다는 듯이 소리쳤다.

“본래의 목적은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들이 매우 위험한 처지가 아니냐.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목숨마저 위태로울 것이야.”

이순신은 동요하지 않았다. 자객들은 복면을 착용하고 있으므로 어떤 표정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이순신의 예기치 않은 태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설마 자신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자객에게 오히려 구명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순신에 대해서 혼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진심이오?”

자객이 묻고 이순신이 대답했다.

“지금 심정은 그렇다.”

이회는 부친 이순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번복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자식으로 보고 들으면서 성장해 왔다. 그는 한 걸음 칼을 거두면서 물러섰다.

“어서 가라.”

그러나 조카인 이완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