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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내의 세종한글 길라잡이

북경에 한자, 소치에 러시아어면 평창엔 한글잔치다

[홍사내의 세종한글 길라잡이 11]

[그린경제/얼레빗 = 홍사내 기자]  하나. 많은 사람이 2008년 여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중국의 문화 가운데서도 한자를 가장 자랑스럽게 펼쳐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 이번 2014년 겨울 소치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서 또 다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니, 로마자가 러시아에 흘러들어가서 러시아말을 적기 위해 33개 글자로 된 것과, 그에 따른 러시아 역사의 발전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글자는 그렇게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최고의 문화유산인가 보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글자를 가진 우리가, 그동안 올림픽과 월드컵 등 세계적인 행사를 여러 번 치르면서도 세종과 한글에 대한 자랑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분단국가의 소원과 동양철학적인 주제로 개막식을 올렸고, 2002년 월드컵에서도 전통 음악과 춤으로 만남 소통 어울림이라는 주제를 표현하였다. 돌이켜 보면우리 역사와 문화를 가시적으로 알리기엔 주제의 한계를 느꼈고 구체화하는 데에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지 준비할 차례가 아닌가 

   
   ▲ 소치올림픽에서는 러시아어를 활용한 개막식을 했다.

. 잘 알다시피 서양의 모든 나라는 로마자를 쓰고 있다. 그 아버지격인 글자가 라틴글자이고, 그 아버지가 그리스글자이며, 그 아버지가 페니키아글자이고, 그 아버지가 이집트 그림글자이다. 그림을 단순화시켜 만든 글자, 그래서 나라마다 한두 자씩 늘어나면서 지금의 알파벳이 되었다. 로마제국의 지배에 따라 전 유럽에 퍼진 로마자는 나라마다 다른 제나라 말을 표현하기 위해 몇 가지씩 글자가 더 만들어져서, 러시아에서는 33개나 되는 알파벳으로 늘어난 것이다. 모음이 전혀 없던 이집트글자에서 한두 자씩 모음이 만들어지면서, 빌려온 글자로 제나라 말을 짜 맞추어 적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서양 사람들은 과학적인 글자를 만들 상상조차 못하였다.  

문자에 대해 미흡한 과학적 사고는 동양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한자의 할아버지뻘 되는 갑골문자는 그림글자였으며, 여기에 많은 글자가 끝없이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의 한자이다. 하지만 한자의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결국 현대에 와서는 뜻글자인 한자를 단순화하여 2000자가 넘는 간체자를 만들면서 소리글자로 전환시키고 있다. 

. 로마자나 한자와는 다르게, 한글은 세종의 과학적인 탐구정신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성음학에 대한 깊은 이해, 인체 구조와 발성에 대한 10여 년 동안의 관찰과 분석, 소리의 자질과 초성, 중성, 종성의 원리를 세운 종합적 결합 방법 등을 정립하고, 수많은 실험을 통하여 글자의 모양과 개수를 정하고, 이를 겹쳐서 같고 다른 말과 글자의 짝을 맞추었다. 그 이론의 앞뒤가 충돌하지 않고 모순되지 않으며 기본 글자 28자를 수학적으로 생성하면 11천 자 이상의 무궁무진한 글자를 만들 수 있는 공식을 세웠던 것이다.  

그 이론서가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이 책은 문자의 철학적, 과학적 원리와 분석이라는 부제를 달 만한 과학서임이 틀림없다. 이는 서양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갈릴레이의 책보다 200여 년이나 앞선 과학 이론서이기도 하다. 

. 세종 이도(李祹)는 어려서부터 하루 온종일 공부로 시간을 보냈고, 한 가지 책을 수십 번 이상 읽었으며, 왕자로서 수많은 지식인들에게 교육을 받았으니 그 지식과 사고력은 누구도 따를 자가 없었다. 똑똑하고 지혜롭고 올바로 자란 스물한 살의 청년이었기에 이른바 준비된 임금이었다. 책벌레, 공부벌레였던 그가 임금이 되어 바라본 세상은 불합리 투성이었다. 그는 모든 학문이 중국에 중심을 두어 현실과 맞지 않음을 깨닫고, 세법, 농법, 병법, 천문, 지리, 척도, 측량, 음악 등 어느 것 하나 과학적 탐구를 통하여 현실에 맞도록 정밀하고 정확하게 고치지 않은 것이 없는 지식인이었다. 

다섯. 그러므로 세종을 과학의 아버지라고 해도 전혀 지나친 말이 아니다. 모름지기 글자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가고 쌓아가는 데 가장 밑바탕이 되는 요소이니, 오늘날까지 거의 변화 없이 쓰고 있는 글자를 만들고, 그 원리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보인 것은 인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세종은 문자 창제뿐만 아니라, 음악과 도량형에서도 그 정밀함이 대단했으니, 그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악기가 여러 가지이며, 악기의 음을 새로 맞추고, 정간보라는 악보를 만들고, 직접 작곡한 노래도 수없이 많다 

   
▲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자랑스러운 한글과의 잔치를 해야만 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칠정산 내외편은 해, , 별의 운동을 계산한 수학적 방법의 역학(曆學) 결산서이며, 세금을 징수할 때는 토지의 질, 수확의 양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54등분(전분 6, 연분 9)으로 나누어 매겼고, 이를 위해 온 백성이 참여하는 여론조사를 하였으며, 자와 저울, 말을 정확히 계량하였다. 땅의 거리를 재는 기리고차’, 최초의 로켓포 신기전도 세종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종은 나라를 다스리면서 모든 분야에 과학적 사고를 접목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문자의 아버지’, ‘언어학의 아버지’, ‘활자의 아버지’, ‘도량형(度量衡)의 아버지’, ‘천체관측의 아버지’, ‘역학의 아버지’, ‘측량의 아버지’, ‘음악의 아버지’, ‘(백성)교육의 아버지’, ‘(여성)인권의 아버지, 이른바 서양의 아버지로 불리는 많은 사람들보다 앞선 15세기에 이미 그는 근대 과학적 사고와 그 실천으로 수많은 서적과 과학기기를 남긴 사람이니, 그를 과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데 주저할 일이 없지 않은가?  

여섯. 그동안 올림픽과 월드컵의 개막식은 개최국이 그 나라 역사와 문화, 과학과 국력, 심지어는 상대적 우위에 있는 수출 상품과 미래 육성산업의 홍보 마당으로 삼아 왔다. 2018년 겨울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펼쳐질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와 역사를 떠올려 본다.  

과학의 아버지 세종이 어떻게 한글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말을 적으며, 어떻게 우리 역사를 기록해 왔는지, 그리고 15세기 동양의 르네상스가 어떻게 펼쳐졌고, 그 수많은 과학기기와 업적들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또 지금 우리 곁에서 예술적으로, 첨단과학적으로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한류를 타고 어디까지 뻗어갔는지를 후회 없이 보여주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2014.2.24.©홍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