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이 그림은 조선 후기(1754∼1822) 화가 김득신(金得臣)의 그림 “수하일가도(樹下一家圖)”입니다. 한 여름 나무 아래에서 일어나는 한 식구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지요. 그림 한 가운데에 큰 나무를 배치했으며, 남편은 웃통을 벗고 바지가랑이를 걷어 올린 채, 짚신을 삼고 있고, 아내는 단정하게 옷을 입고 머릿수건을 쓴 채 조용히 물레를 돌립니다. 그리고 엄마를 향해 기어오는 갓난아기의 모습까지 더해 한 식구의 단란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 김득신(金得臣)의 그림 “수하일가도(樹下一家圖)”, 호암미술관
더운 여름날이지만 나뭇잎, 나무아래의 풀, 여인이 입은 치마와 머릿수건 따위를 푸른빛으로 그려내 시원한 화폭을 만듭니다. 이 그림을 그린 김득신은 화원으로 초도첨사(椒島僉使)란 벼슬을 받았고, 1791년 정조어진(正祖御眞)의 원유관본(遠遊冠本)을 그리는 데에 이명기(李命基)·김홍도(金弘道)·신한평(申漢坪)과 함께 참여할 정도로 인정을 받았지요.
또 김득신의 동생 석신(碩臣)·양신(良臣), 그리고 아들인 건종(建鍾)·수종(秀鍾)·하종(夏鍾)이 모두 화원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버지 응리(應履), 외할아버지 한중흥(韓重興)까지 화원이어서 그야말로 대단한 화원 집안입니다. 그는 풍속화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산수도와 영모도(翎毛畵, 새와 동물을 소재로 그린 그림)도 잘 그렸지요. 대표작으로는 <파적도(破寂圖)>·<풍속화첩>·<귀시도(歸市圖)>·<풍속팔곡병(風俗八曲屛)>·<오동폐월도(梧桐吠月圖)>·<신선도> 같은 작품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