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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920년대 여름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814]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여름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행길 옆에 새록새록 생겨나는 빙수점이 눈에 아니 들어 올 수 없다. 해마다 여름이면 보는 것이지만 조그만 가게집 문 밖에 얼음빙(氷)자를 써 매달고는 ‘빙수가 싸구려, 차고 달고 시원해요’라고 목청을 돋우는 빙수장수의 목소리. 한 그릇에 삼십 전이면 한여름 장사 치고는 괜찮은 장사다. 올 여름 어름 값은 오르지 않았다.” 이는 동아일보 1926년 5월 24일치에 나온 “외양만 보아도 시원한 빙수점” 이란 제목의 기사입니다.

   
▲ 얼음 "氷" 자를 가게 앞에 주렁주렁 단 빙수점, 동아일보 1926년 5월 24일

지금이야 선풍기에 에어컨 따위도 부족하여 피서를 떠난다거나 하면서 여름을 보내지만 1920년대의 여름은 그런 것들을 꿈 꿀 수도 없을 때입니다. 그런 가운데 빙수점에서 드르륵드르륵 얼음 가는 소리만 들어도 절로 시원해질 것이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런가 하면 서늘한 "어름차 만드는 법"이란 기사도 보입니다. 재료는 립튼홍차, 끓는 물, 네모난 설탕, 레몬인데 주전자에 물을 끓인 뒤 약간 식혀 물 한 홉에 홍차 한 수저 넣은 뒤 뚜껑을 꼭 덮어 두었다가 한 오 분쯤 지나 찻물을 따라 어름 조각과 레몬을 엷게 썰어 설탕을 조금 넣으면 “여름 음료물로는 간단하여 대단히 좃슴니다.”라는 표현이 재미납니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날 이런 기사도 보입니다. 1921년 5월 5일 치에 보면, “금년 여름도 미구에 단수, 일반 시민들은 물을 앗기라(아끼라)”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또 “경성 시중에서 조석으로 사용하는 수돗물은 요사이 날씨가 별안간 더워지기 시작하여 물 분량이 늘어나 뚝섬 수원지에 물을 저축해도 모자란다.”고 하면서 각 가정에서 수돗물을 아껴 쓸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 시기부터 “돈을 물 쓰듯 한다.” 와 같은 비유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된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 수도국에서는 무엇을 했기에 해마다 물부족이라고 하면서 시민들에게 단수만을 경고했는지 무더위 기사를 찾아 읽으면서 답답한 생각도 듭니다.

 

   
▲ 동아일보 1921년 5월5일 치, "가공할 구갈의 위협"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