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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영웅의 장 101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일곱 ...... 영웅(英雄)의 장 김충선은 말머리를 돌려서 잠시 능선을 타고 천천히 말을 몰았다. 칠월의 북풍은 뜨거운 열기를 그나마 식혀주었다. 달빛이 대지를 어루만지고 있으나 공연히 처량한 심정이었다. 여진의 칸을 설득하기 위하여 만주로 떠나 왔으나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지금은 누르하치의 부마가 되어야 할 처지로 돌변하였다. ‘장군님, 부디 강녕하소서.’ 이순신에 대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이순신의 나라를 건국하기 위하여 건주여진의 칸 누르하치를 대면하였지만 오히려 그의 장단에 놀아나고 있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었다. ‘허나, 내 목적을 달성하기 전에는 절대 이곳을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외다.’ 김충선은 신념 가득한 시선으로 구름에 반쯤 잠겨있는 일그러진 달을 올려다보았다. 비록 구름에 의해서 가려진 월광이지만 은은하고 도도한 향취는 숨길 수가 없었다. ‘언제고 때가 오리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장군! 개벽의 그 날을 위하여 나 김충선은 어떠한 위기와 고난도 극복하며 살아남아, 장군이 열어야 할 새 하늘에 동참할 것입니다.’


   
 

김충선이 각오를 다짐하고 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발생했다.

“잠시 후에 출전입니다.”

왕자 패륵이 몸소 말을 몰아서 김충선을 따라온 모양이었다. 패륵은 이제 김충선을 누나 일패공주의 남자로 인정한 듯이 잘 따랐다. 특히 김충선의 조총 사격에 대해서 매우 관심이 높았다. 김충선은 틈만 나면 패륵에게 조총의 화약 제조와 바람에 따른 사격 조준 방법, 불꽃을 발생 시키는 심지를 다루는 것 등을 세세하게 일러주었다. 이를테면 조총에 관해서는 패륵의 스승 노릇을 하는 셈이었다.

“척후병들은 돌아 왔느냐?”

“전원 복귀 했습니다. 지금쯤 칸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을 겁니다.”

“그래? 우리도 어서 가야겠구나.”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내기 하지요?”

“내기? 좋다. 무엇을 걸 테냐?”

패륵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누님을 걸겠습니다.”

“일패공주를?”

“만일 내가 지면 누님을 형님에게 양보하지요.”

“칸께서 이미 승낙하신 혼사가 아니냐?”

“칸과 패륵은 다릅니다. 비록 누님이 칸의 딸이기는 하지만 내게는 누님입니다. 내게도 그만한 형제의 자격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김충선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돌연 말머리를 잡아 당겼다.

“좋아, 가자아!”

김충선이 타고 있는 말은 일패공주가 직접 골라준 준마였다. 말은 길게 울부짖으며 재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김충선이 선수를 친 것이다.

“형님,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미리 준비를 했어야지. 시합을 걸어 왔으면 그 정도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난 먼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