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에구 돈 찾었어유.”
장독대 앞에 접힌 그대로 떨어져 있었다며 다행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차에 있지도 않은 돈을 그래 차에 빠졌다며 또 주었느냐”며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한다.
나는 일부러 받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하는 줄 알고
“아녀유 진짜 차에 빠진 거유~” 하니
아주머니가 깔깔 웃으며
“그 차는 돈이 새끼를 치는 찬가? 진짜 장독대 앞에 떨어진 거 찾았어유.”
하시며 또다시 한 번 더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인삼농사 농부 이종옥 씨가 쓴 《농부일기(창조문학사)》, 라는 수필집에 나오는 대목이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인부를 구해 데리고 오는 아주머니가 일당으로 받은 3만원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러자 이종옥 씨는 아주머니가 하루 종일 일하고 받은 돈을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가슴 아플까 하여 거짓으로 차에서 3만원 봉투를 찾았다고 했는데 아주머니가 자신의 장독대에서 3만원을 찾았다고 해서 벌어진 일을 쓴 것이다. 그야말로 농촌 인심이 그대로 묻어나는 정경이다.
그는 충북 괴산에서 농사꾼으로만 살아왔다. 처음엔 고추농사도 짓고 소도 키웠지만 지금은 인삼농사만 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리고 자신의 심경을 솔직히 써내려간다. 자신이 피해보면서도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을 스스로 용서할 수 없는 사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이것이 바로 농촌이고 농사꾼임을 실감케 한다.
제1부에서는 어렸을 적 추억을 더듬기도 하고, 2부와 3부에서는 현재 농촌 사정을 절절히 담아놓기도 한다. 또 제4부에서는 뻐꾸기시계와 미용실에서 한 이발의 재미난 이야기 그리고 중국 여행에서 속은 이야기 등 있는 그대로 솔직히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놓는다.
심지어는 뻬뻬로데이에 얽힌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 끝 부분에 “이제 나이 들어 다른 사람에게 받기는 틀렸고 우리끼리 저렇게 주고받을까 마누라에게 내가 제안을 하니 ‘좋지요’ 하는군요. 나이는 오십이 넘었어도 마음만은 젊습니다. 허허~”라는 대목은 그대로 공감이 간다.
시골에서 농사밖에 모르고 살아온 농부의 소박하고 솔직한 삶의 이야기 《농부일기》 지은이는 “많이 모자라 부끄러운 줄 알겠습니다. 그래도 무릅쓰고 그려 봅니다. 내 삶의 자화상을”이라고 책을 내는 변을 이야기 한다. 도시 사람들도 이 책을 한 번 씩 읽어 농촌 현실도 이해하고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