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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영웅의 장 102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패륵은 장난 끼 가득한 김충선의 뒤를 맹추격했다.

“기다려요! 내가 잡고 말 테니까.”

두 필의 준마가 만주의 능선을 달리면서 뽀얗게 먼지를 일으켰다. 아무래도 기선을 잡은 김충선의 준마가 유리해 보였다. 그들은 질풍처럼 내달려서 불과 일 각도 지나지 않아서 누르하치의 진영으로 뛰어 들었다. 일패공주가 어디선가 튀어 나왔다.

“어딜 다녀오세요?”

“당신을 잃을 뻔 하였소.”

영문을 알 수 없는 일패공주는 막 뒤따라 진입하는 패륵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니?”

“누나 때문에 형님이 비겁했어.”

“그래?”

일패공주는 이상하게도 그 말이 흡족했다. 만일 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온전히 일패, 자신을 위해서 김충선이 진심으로 청혼을 선택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었다. 그것이 우매하고 어리석은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렇게 바랬다. 사랑을 알고, 사랑을 하게 되면서 그녀의 날카롭던 예지(銳智)는 미망(迷妄)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당신도 출전 하는 거요?”

김충선이 물었고 일패공주가 대답했다.

“나도 여진의 딸입니다. 강해야만 살아남는 민족이죠.”

“하지만 기분이 묘하군. 당신과 함께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는 현실이 슬프기도 하고.”

“난 그 반대예요.”

“기쁘다는 것이요?”

‘당신과 함께 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주워 삼켰다. 그때, 여진의 부하 장수 한 명이 달려왔다.

“칸의 부름이 계시옵니다.”

김충선과 일패공주, 패륵이 칸의 막사로 향하였다. 무장을 한 장수들이 즐비하게 출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하얀 백 호랑이의 가죽이 깔려 있어서 밟을 때마다 조심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우리의 권유를 받아 드리지 않았다.”

해서여진의 예허부족은 예상대로 전면전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누르하치는 노기를 담고 있었다.

“문제는 예허부족의 부족장이 해서여진의 하다부족과 우라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그 병력이 3배가 되었다는 것이다.”

누르하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하 장수 한 명이 생김새대로 굵직한 음성을 꺼내었다.

“그래야 1만도 되지 않습니다. 당장 박살내 버릴 수 있습니다. 칸!”

누르하치는 제법 신중한 자세였다.

“물론 그들을 물리치고 예허부족을 점령 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러나 우리 측의 피해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신이 선봉에 서서 예허부족을 깡그리 쓸어버릴 수 있도록 명령만 내려주소서.”

“내 생각은 다르다.”

누르하치는 고개를 흔들면서 시선을 옮겼다. 그의 눈빛이 머문 곳에는 조선에서 온 이방인 장수 김충선이 있었다. 그는 여진의 칸 누르하치에게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