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정선 노추산은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입산수도 하여 화엄종을 이루었으며, 설총이 수도 하면서 이두(吏讀)를 창안하였고, 공자와 맹자를 기리기 위하여 공자가 살던 노(魯)나라와 맹자의 고향인 추(鄒)나라의 이름을 따서 노추산이라고 했다고 전해지는 산입니다. 율곡 이이 선생이 이 노추산(魯鄒山) 이성대(二聖臺)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일입니다. 어떤 도사가 지나가다 율곡의 관상을 보더니 호랑이에게 죽을 팔자여서 살려면 밤나무 1,000그루를 심어야 한다고 했지요.
▲ 잎과 열매가 밤나무를 닮은 "너도밤나무"(왼쪽), 잎과 열매가 전혀 다른 "나도밤나무"
그래서 율곡이 밤나무를 심었고, 뒷날 도사가 다시 찾아와 밤나무를 셌습니다. 그런데 두 그루가 모자라는 998그루여서 도사가 호랑이로 변해 율곡을 잡아먹으려고 했습니다. 그때 어떤 나무가 “나도 밤나무요”라고 소리쳤습니다. 호랑이는 “그래도 한 그루가 모자라지 않느냐”고 호통치자 나도밤나무가 옆에 있는 나무에게 “너도 밤나무잖아”라고 외쳐서 살 수가 있었다는 재미나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도사를 속여 율곡을 살렸다는 나도밤나무와 너도밤나무는 사실 밤나무가 아니지요. 다만, 너도밤나무는 밤나무와 같은 참나무과여서 잎과 열매가 밤나무와 닮았습니다. 반면에 나도밤나무는 밤나무와 잎 생김새만 비슷할 뿐이고 밤과는 전혀 다른 콩알만 한 새빨간 열매를 맺지요.
▲ 바람꽃(완쪽), 너도바람꽃 / 사진작가 이명호
‘나도’나 ‘너도’는 비슷하게 생긴 식물 이름 앞에 주로 붙습니다. 이를테면 나도강아지풀, 나도억새, 나도풍란, 너도부추, 너도바람꽃, 너도양지꽃 같은 것들입니다. 미나리아재비처럼 아저씨를 일컫는 사투리 ‘아재비’를 뒤에 붙이는 것도 있습니다. 개나리, 개여뀌, 개쑥부쟁이 처럼 개를 앞에 붙인 것도 있는데 원래의 것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있지요. 그런가 하면 각시제비꽃, 각시투구꽃처럼 원래 꽃보다 작고 예쁜 것에는 ‘각시’를 앞에 붙이는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 들꽃 이름들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