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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대장, 말로 때리는 게 더 아파!

[서평] 《욕대장(친구에게 상처 주는 말)》, 박현숙 글・김미진 그림

   
▲ 박현숙 글・김미진 그림 《욕대장(친구에게 상처 주는 말)》표지
[한국문화신문 = 이나미 기자]  최근 전체적인 학교폭력은 크게 감소했지만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의 건수는 물리적 폭력을 넘어섰다. 하지만 정작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당사자 학생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어른들이 쉽게 알아듣기 힘든 은어와 욕설이 절반이지만, 아이들은 욕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해져서 자신들이 욕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초등학생들에게 욕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친구들이 다 하니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상대방보다 강해 보이려고.”, “친구끼리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답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욕은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점점 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게 된다. 또한 그로 인해 다른 친구들이 상처를 입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언어폭력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언어폭력을 하는 아이들의 생각처럼 욕은 정말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줄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깨우쳐 주는 책이 나와 화제다. 바로 동화작가 박현숙이 글을 쓰고 김미진이 그림을 그려 서출판 생각하는책상에서 펴낸 욕대장(친구에게 상처 주는 말)이 그것이다. 작가는 여러 일화를 통해 언어폭력은 상대를 비하하고 깔아뭉개는 표현인 동시에 욕을 한 사람의 인격에도 흠집이 나며 멀리 보면 사회성에도 큰 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재미나게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이 책에서는 전학 온 친구에게 집단적으로 욕을 하며 따돌리는 모습, 상대방보다 강해 보이려고 욕을 무기처럼 사용하는 모습, 사이버상에서 익명으로 악성 댓글을 올리는 모습 등 욕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충격을 주면서도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언어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말을 잘못 사용하면 무서운 힘이 생기지만, 말을 잘 쓰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도 생긴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아이들과 더불어 어른들도 크게 깨닫는 바가 있지 않을까?  

김슬옹 세종한말글연구소 대표는 다음과 같이 이 책을 추천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의 말이 지나치게 거칠어져 많이들 걱정한다. 그래서 박현숙 작가가 쓴 동화 형식의 욕 대장이 반갑고 고맙다. 이 책은 욕뿐만 아니라 상처를 주어 언어폭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들의 말 세계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또 아이들의 세계로 들어가 그들의 눈으로 아이들의 말을 보듬고 바른 말글살이로 이끌고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 욕 대장들이 아름다운 말 대장이 되도록 이끄는 지혜로운 이 책을 나는 추천한다.” 

 

   
 
다만 이 책도 조금의 흠은 보인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쓰인 것인데도 그동안의 버릇 때문에 한자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지 못했다. 또 되도록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들도 우리말로 고치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예를 들면 등장하는이라고 하지 말고 나오는“, ”외모보다는 겉 모습“, ”사용하는대신에 쓰는이라고 말이다. 스마트폰대신에 슬기전화또는 똑똑전화“, ”휴대폰대신에 손말틀이라고 아이들에게 제안해보면 외래어 대신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빨리 퍼지고 정착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런 흠은 이 책이 가진 훌륭한 점에 견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 책 욕대장(친구에게 상처 주는 말)은 맛깔스러운 글과 함께 재미난 그림이 칭찬받을 만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욕을 잘하거나 욕 때문에 상처를 입는 아이들이 곁에 있다면 오늘 당장 이 책을 사러 서점에 가는 것도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