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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음모의 장 5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정도령의 행동은 역시 빨랐다.

“수고했소.”

“지금쯤 도달해 있을 것입니다.”

“나가 봅시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순신은 상대방의 제지에 몸을 반쯤 일으키다가 멈추었다.

“무슨 일이오?”

정도령의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약속해 주십시오. 실망하지 않겠노라고.”

이순신은 대범한 얼굴로 물었다.

“내가 얼마나 더 실망을 하겠소? 염려마시고 앞장서시오.”

정도령의 뒤를 따라 나가는 이순신은 사실 마음 한 구석이 상당히 불안하였다. 칠천량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병사들이 소집이 절대적이었다. 남아있는 판옥선 13척에 탑승하기 위한 병사의 숫자는 격군을 제외 하고 칠 백 여명 가량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수영의 뜰에는 고작 70명의 병사가 도열해 있을 뿐이었다. “허!” 이순신은 탄식이 토해졌다. 정도령은 이미 이런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의 얼굴 표정은 쉽게 읽을 수가 없었다. 첨사 이순신이 매우 송구한 듯 고개를 조아렸다.

“장군, 수영에 남아있던 수군 병사들은 일본의 기습을 받아서 죽었고, 나머지는 탈영(脫營)를 감행 했습니다. 그래서 겨우 여기 남아있는 수군들만 모아봤습니다.”

“그래 고맙구나.”

70명의 병사들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전쟁은 없다. 그래도 이순신은 그들을 향해서 고맙다고 말하였다. 병사들은 고개를 땅에 떨어뜨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흐엉,,,,,,엉......”

 

   
 
그때였다.

“너희들은 울지 마라. 그 슬픔은 나의 것이다. 처절한 절규는 나 혼자서 해야 한다. 너희들은 울지 마라.

” 거구의 사나이가 장내에 등장했다. 부리부리한 두 눈에 붉은 광기가 일렁이는 원균장군이었다. 그의 손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원장군?”

원균은 자신을 대신하여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이순신 앞에 버티고 섰다.

“이 사람이 백의종군 하겠소이다. 격군이라도 좋으니 다시 바다로 나아가게 해주소서.”

“원장군은 아직 부상당한 몸이 아니요?”

“내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하들을 잃었는데 이까짓 상처가 대수입니까? 통제사, 부디 전선에 앞잡이로 삼아 주십시오. 독전기(督戰旗)를 최전선에서 흔들면서 기꺼이 통쾌하게 죽도록 도와주소서!”

이순신은 나직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원장군을 구한 것은 보다 원대한 뜻이 있는 것이었소. 가치 없는 죽음 따위는 원장군에게 어울리지 않소. 우선 몸을 보중하시고 기다리시오. 원장군이 고대하는 전투가 반드시 도래할 것이니!”

원균은 눈물을 삼키면서 살아남은 70명의 병사들을 한 명 한 명 돌아보았다.

“장군님!”

그들은 일제히 원균장군의 품안으로 몰려들었다. 원균이 그들을 부둥켜안았다. 병사들이 통곡하고 원균은 이빨을 악물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원균의 폐부를 찢고 목구멍으로 치받쳐 올랐다.

“개 씨팔 새끼들! 다 잡아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