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남을 사랑한다는 것 아니 나를 사랑한다는 것 남을 용서한다는 것 아니 나를 용서한다는 것 모두 낙죽한 새 한 마리 하늘로 날려보내고 물이나 한잔 마시는 일이지 숯불에 벌겋게 평생을 달군 날카로운 인두로 아직도 지져야 할 가슴이 남아 있다면 아직도 지져버려야 할 상처가 남아 있다면 ▲ 불에 인두를 달구어 낙죽을 하는 모습(문화재청 제공) 위 시는 정호승 시인의 낙죽 일부입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1호로 지정된 낙죽장(烙竹匠)은 대나무 따위에 인두로 지져서 무늬그림글씨를 그려 새기는 전통적 기법의 장인이지요. 나무 말고 종이비단가죽에도 인두를 달구어서 낙죽과 같이 새기는 기법이 있어, 넓게는 낙화(烙畵), 낙필(落筆)이라고도 합니다. 낙죽하는 작업을 낙(烙) 놓는다고 하거나 낙질한다 또는 낙지진다라고 하는데 이때 쓰는 도구는 인두와 화로뿐이며 인두는 바느질 인두와는 형태가 다른 ㄱ자 모양이고 안으로 굽어서 인두의 몸체는 앵무새 부리처럼 두툼하게 생겼으나 끝이 뾰족하지요. 인두는 두 개를 준비하여 화로에 꽂아 두고 번갈아 사용하는데, 이는 알맞은 열기(熱氣)를 계속 유지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두가 알맞게 뜨겁도록 하는 일과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정원을 가꾸던 선녀가 지상으로 떨어져 꽃이 된 전설을 아십니까? 물가에서 자라며 매화를 닮았다는 이 꽃은 바로 물매화입니다. 풀매화, 물매화, 풀매화초라고도 부르며, 산길을 걷다보면 한두 송이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무리지어 피는 곳은 강원도 평창이라고 합니다. 물매화는 쌍떡잎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지요. 산자락의 볕이 잘 드는 습지에 자라며, 키는 10~40cm 정도로 자그마한 녀석입니다. 꽃은 7월에 피기 시작하여 9월 중하순 절정기에 달합니다. 흰색으로 피고 줄기 끝에 1개씩 위를 향해 달리는데 꽃의 지름은 22.5cm이고, 꽃받침조각은 5개이며 긴 타원 모양의 녹색이지요. 꽃잎은 5개이고 길이 710mm의 넓은 달걀 모양 또는 타원 모양이며 수평으로 퍼집니다. 한방에서는 뿌리만 빼고 꽃과 줄기 잎 모두 매화초(梅花草)라는 약재로 쓰는데 종기, 급성간염, 혈관염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 하늘나라의 선녀인가? 립스틱물매화 (사직작가 김정숙 제공) 물매화는 가을 들꽃의 여왕이라고도 한는데 청초한 순백의 꽃과 햇살에 반짝이는 수술로 보는 이들은 감동을 하게 되지요. 특히 물매화 가운데 암술에 빨간빛이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순조 16년(1816년) 7월 폭염이 숨을 헐떡거리게 하는 뜨거운 여름날이었습니다. 금석학과 고증학에 한창 심취하고 있던 31살의 추사 김정희는 동무 김경연과 함께 비봉 꼭대기에 있는 수수께끼의 옛 비석을 조사·판독하기 위하여 가파른 암벽을 기어 올라갔지요. 그동안 이 빗돌은 조선 초 이성계의 왕사 무학대사와 관련이 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끼 속의 비문을 짚어 나가다가 깜짝 놀라게 됩니다. 비문내용이 무학대사와 전혀 다른 1천 수백 년 전 신라 진흥왕의 순수비임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추사 자신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로 감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북한산진흥왕순수비, 국보 제3호, 국립중앙박물관 이 빗돌은 신라 진흥왕(재위 540∼576)이 세운 순수척경비(巡狩拓境碑) 가운데 하나로, 한강유역을 장악한 뒤 임금이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것이지요. 원래는 북한산 비봉에 자리하고 있었으나 빗돌을 보존하기 위하여 경복궁에 옮겨 놓았다가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빗돌의 형태는 직사각형의 다듬어진 돌을 썼으며, 자연 바윗돌에 2단의 층을 만들어 세웠지요. 윗부분이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판소리는 소리꾼과 고수로 이루어지는 2인 무대인만큼 1고수 2명창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수는 소리꾼의 노래에 맞는 다양한 장단을 짚어주어야 하며, 적당한 대목에서는 '얼씨구', '좋지', 아먼 같은 추임새를 넣어 소리꾼의 흥을 돋우어 주면서 노래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 명고수에 청강 정철호 선생이 있다. 선생은 1996년 9월 10일에 판소리 고법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보유자 청강 정철호 선생 ▲ 미국 뉴욕 카네기홀 정철호 선생 아쟁 공연 원래 판소리 고법은 1978년 2월 2일 중요무형문화재 제59호로 지정되었다가 1991년 11월 1일 해제되어 판소리로 통합되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된 판소리에는, 현재 5바탕(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흥보가, 수궁가)과 고법에 1명씩 예능보유자가 지정되어 있다. 정철호 명고수는 1927년 전남 해남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이름난 소리꾼인 아버지 정치조 선생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웠고, 14살 때부터 임방울 명창에게 본격적으로 소리공부를 하였다. 임방울 문하에서 선생은 거문고와 고법도 함께 배웠고, 조선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우리 겨레 명절 가운데 한가위는 가장 큰 명절이다. ≪열양세시기≫에 있는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처럼 한가위는 햇곡식과 과일들이 풍성한 좋은 절기로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 한가위 명절은 뒷동산에 올라 토끼가 방아를 찧는 달맞이 하는 날(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가위의 유래와 말밑 한가위는 음력 팔월 보름날로 추석, 가배절, 중추절, 가위, 가윗날 등으로 불린다.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국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로 하여금 그들을 이끌어 음력 열엿새 날인 7월 기망(旣望, 음력 16일)부터 길쌈을 해서 8월 보름까지 짜게 하였다. 그리고 짠 베의 품질과 양을 가늠하여 승부를 결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한 가 위 이 고 야 마음으로 빚은 고운 송편 색색깔 꿈을 담아 누구에게 줄꼬하니 한맺힌 세월호 가족에게 은쟁반에 고이 담아 보내고 남는거 있거들랑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들께 솔잎향 듬뿍 담아 보내드리오리다.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왔더니 가래떡, 올려놓고 웃기떡, 정들라 두텁떡, 수절과부 정절떡, 색시 속살 백설기, 오이 서리 기자떡, 주눅 드나 오그랑떡, 초승달이 달떡이지., 정월보름 달떡이오 이월한식 송편이오 삼월삼짇 쑥떡이로다 사월팔일 느티떡 오월단오에 수리치떡 유월유두에 밀전병이라 칠월칠석에 수단이오 팔월가위 오려송편 구월구일 국화떡이라 시월상달 무시루떡 동짓달 새알병요 섣달에 골무떡이라 이처럼 우리 겨레는 노래 속에도 떡을 불러들일 만큼 생활화했음을 엿볼 수 있다. 한가위 때는 햅쌀로 빚는다는 신도주(新稻酒, 햅쌀로 빚어먹는 술), 녹두나물, 박나물, 토란국, 송이국은 물론 고지국(호박, 박, 가지, 고구마 따위를 납작하거나 잘고 길게 썰어 말린 것들로 끓인 국) 같은 명절음식이 있었지만 한가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송편이다. 손바닥에 굴리고 굴려 새알을 빚더니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조개 입술을 붙이네 금반 위에 오뚝오뚝 세워 놓으니 일천 봉우리가 깎은 듯하고 옥젓가락으로 달아올리니 반달이 둥글게 떠오르네. -김삿갓의 송편예찬 시- ▲ 송편 빚기(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시집가서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이 있을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폭발적인 인기를 끈 포니, 당나귀란 뜻을 지닌 포니라는 이름은 한국 최초의 독자적 자동차답게 공모에 의해 결정된 이름이었다. 아리랑, 새마을, 무궁화, 진돗개 등을 물리치고 뽑힌 이름 포니는 빠르거나 중후하다는 느낌은 없지만 이름처럼 귀엽다는 느낌을 지니고 있어 어쩌면 그 이름도 성공요인의 하나였는지 모른다. 그때 현대자동차 사장이었던 정세영은 국제사회에서 포니 정이란 애칭으로 불릴 정도였다. 포니의 인기는 지칠 줄 몰랐다. 1977년 1만9847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54.1%로 내수시장을 석권하더니 1978년 3만8411대, 1979년 4만6971대로 판매대수가 점점 늘어났다. 한국 실정에 잘 맞는 자동차라는 점 말고도 포니는 한국 최초의 국산자동차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덕이기도 했다. 포니는 한국경제 구조가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농업과 경공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포니의 성공으로 관련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됨과 더불어 2차 산업 곧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2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촉발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천하의 정주영이 포니를 한국의 자동차로만 안주하게 내버려둘 사람은 아니었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며칠 뒤면 우리 겨레의 가장 큰 명절 한가위입니다. 지금은 그저 귀성행렬로 몸살 앓는 것 밖에는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지만 예전에는 많은 세시풍속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재미있는 것은 거북놀이와 밭고랑기기 그리고 반보기라는 풍습이지요. 먼저 거북놀이는 수수잎을 따 거북이 등판처럼 엮어 등에 메고, 엉금엉금 기어 거북이 흉내를 내는 사람을 앞세우고 동해 용왕의 아드님 거북이 행차시오!라고 소리치며, 풍물패와 함께 집집이 방문합니다. 방문할 집에 가면 대문에서 문굿으로 시작하여 마당, 조왕(부엌), 장독대, 곳간, 마구간, 뒷간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들보 밑에서 성주풀이를 하지요. 조왕에 가면 빈 솥에다 맹물 붓고 불만 때도 밥이 가득, 밥이 가득! 마구간에 가면 새끼를 낳으면 열에 열 마리가 쑥쑥 빠지네! 하면서 비나리를 합니다. 이렇게 집집을 돌 때 주인은 곡식이나 돈을 형편껏 내놓으면 이것을 나중에 마을 공동기금으로 쓰지요. ▲ 한가위 세시풍속, 전남 진도의 '밭고랑기기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또 전남 진도에서는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깁니다. 이때에 음식을 마련해서 밭둑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월선리 산마루에 드리운 붉은 저녁노을 / 충혼탑에 어리는 소나무 그림자가 길고 깁니다 / 어린 핏덩이 업고 / 삼일만세 뒷바라지하다 / 왜놈에 아기 빼앗겨 살해되고 / 차디찬 옥중에서 부르던 조국의 노래 (중간줄임) / 어이타 스물일곱 그 꽃다운 나이에 / 왜놈의 모진 고문 끝내 못 이기고 / 생의 긴 실타래를 놓으셨나요? (뒤줄임) 이는 이윤옥 시인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2권에 나오는 이애라 애국지사에게 바치는 헌시 가운데 일부입니다. 오늘은 이애라 (李愛羅, 1894.1.7 - 1921.9.4) 애국지사가 스물일곱의 나이로 블라디보스톡에서 순국한 날입니다. 그는 남편인 이규갑 애국지사와 함께 동지로서 독립운동에 투신하였는데 당시 백일된 딸을 업고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 왜경에 아기가 살해당하는 참극을 겪을 뿐 아니라 본인 자신도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하게 됩니다. ▲ 이애라 애국지사가 주인공인 김수호 작가의 소설 《애일라》, 도서출판 얼레빗, 이애라 애국지사와 가족들의 독립운동 공적이 담긴 충남 아산 <충국순의비> 이후 국내에서는 요시찰 인물이 되어 꼼짝 달싹 못하게 되자 그는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