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왕실 이야기. 예나 지금이나 최고 권력자 주위의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끈다. 밝은 빛처럼 시선을 모으는 권력의 속성처럼, 임금과 그 주변의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역사에 기록되고 회자하였다. 다만 정보의 통제가 엄격했던 옛날에는 덜 알려지고, 지금은 더 많이 알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박영규가 쓴 이 책, 《조선시대 왕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왕실 사람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임금과 세자는 어떻게 지내고 왕후와 후궁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막연히 사극으로만 보던 왕실 사람들의 생활을 마치 옆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왕비 간택과 외척에 관한 이야기다. 간택은 왕실에서 혼인을 앞두고 혼인 후보자들을 대궐 안에 불러 배우자를 뽑던 제도다. 고려 때만 해도 이런 제도 없이 상궁을 앞세워 중매하는 형식으로 혼인했지만, 조선시대 들어서는 간택을 통해 일종의 ‘선발’을 했다. 태종은 신하 이속이 왕실과의 중매 혼인을 거부하자 괘씸하게 여기고 ‘간택령’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왕실의 혼인을 위해 간택을 할 때는 먼저 전국에 금혼령을 내리고, 비슷한 나이의 자식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는 아주 긴 이야기다. 역사가 기본적으로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훨씬 역사가 재밌게 느껴질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한 편의 단편소설이고, 그 사람들의 인생이 모여 빚어낸 대하소설이 역사라면, 그 흐름을 쭉 듣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이 책, 《벌거벗은 한국사- 사건편》은 복잡하게 뒤엉킨 인물들의 서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로 유명한 인기 역사 예능인 《벌거벗은 한국사》를 책으로 재구성하여 펴낸 것이다. 여러 방송분 가운데서도 한국사의 운명을 가른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편집했다. 교과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역사의 숨겨진 면모를 벌거벗겨 흥미진진한 한 편의 드라마처럼 구성한다는 기획 의도에 걸맞게, 이 책 또한 역사 속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벌거벗은 무신정변’, ‘벌거벗은 여몽전쟁’, ‘벌거벗은 임진왜란’ 등 굵직한 역사 속 사건들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속속들이 파헤친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완용이 어떻게 나라를 팔아넘겼는지 낱낱이 파헤친 ‘벌거벗은 경술국치’ 편이다. 이완용은 ‘매국노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역사에 회자되어 왔지만, 정확히 그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37) 나라 없는 몸 무덤은 있어 무엇하느냐 내 죽거든 시신을 불살라 강물에 띄워라 혼이라도 바다를 떠돌면서 왜적이 망하고 조국이 광복되는 날을 지켜보리라 독립운동가 김동삼이 서대문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경상북도호국보훈재단이 펴낸 이 책, 《독립운동가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김동삼》은 안동 내앞마을에서 분연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떨치고 일어난 김동삼의 생애를 담은 그림책이다. 한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만주의 호랑이’라 불릴 만큼 당당한 인물이었으나, 결국 서대문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한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조국이 독립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옥사해 더욱 안타까운 인물이다. 안동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자, 독립운동에 나선 애국지사들이 유난히 많았다. 김동삼도 예외가 아니었다. 1878년, 안동에서 태어나 나라가 힘없이 망해가는 모습을 청년기 내내 지켜본 그는 29살이 되던 1907년, 동지들과 안동에 협동학교를 세워 4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협동학교가 설립된 가산서당에서 4년을 보낸 그는 33살이 되던 1911년, 만주로 떠나 유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이 이번에 일곱 번째 사진 에세이집 《산빛》을 펴냈습니다. 2019년에 첫 사진 에세이집 《하루》를 냈으니, 해마다 한 권씩의 사진 에세이집을 냈군요. 책 표지에는 제목 《산빛》 밑에 앙증맞게 산봉우리 두 개를 표시하고 그 밑에 이런 글귀가 보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산, 산이 있다. 산은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가장 오래된 위로이다. 산은 위대한 사랑의 수호자,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이다.” 품? 뭘 품는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 박 시인은 서문에서 좀 더 자세하게 말합니다. “산은 위대한 사랑의 수호자,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이다. 그 산의 품에서 모든 것이 자라나고 살려지고 주어진다. 산의 품에 깃들기만 하면, 그저 바라보고 그려보기만 하면, 생생지기(生生之氣)의 산빛은 나를 맑게 하고 치유하고 일깨우고 다시 일어서 나아가게 한다.” 그렇군요. 그래서 박 시인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날, 소란과 속도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날에는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내 안의 가장 높은 산정으로 올라가 볼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상과 시대를 정면으로 내려다보면 마침내 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시(詩)는 철학과 세계관을 고도로 농축한 글이다. 시를 잘 짓고 쓰는 사람을 보면, 사상이 정교하고 감각이 발달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시는 여러 겹의 사유를 덧대어 만든 언어의 결정체다. 시인 고두현과 전(前) 동양시스템즈 대표 황태인이 함께 쓴 이 책, 《리더의 시, 리더의 격》은 좋은 시와, 그에 따른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이 만날 때’라는 머리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 짓기와 경영은 영감과 직관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p.11) 시인과 경영자의 닮은 점도 많군요. 둘 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시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경영은 ‘가장 희박한 가능성에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지요. 시인이 하늘의 별을 우러러보면 경영자는 발밑의 땅을 고르고 이랑을 돋웁니다. 이럴 때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수가 동시에 빛나지요. 책에 실린 많은 시 가운데 이근배가 쓴 《부작란-벼루에게》라는 시가 퍽 친숙하다. 추사 김정희가 1840년, 54살의 나이로 제주도 대정골에 유배되어 9년 동안 먹빛 바다를 보며 벼루가 바닥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4) 그냥 웃기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똥오줌 이야기가 아니야. 우리나라 역사 속에 나오는 똥오줌 이야기야. 왕과 왕비, 시인과 학자, 임금님과 선비가 주인공인 똥오줌 이야기란다. 역사책에 그런 게 정말 있냐고? 똥과 오줌, 다 나와 있냐고? 그래, 역사책에 다 나와 있어. 정말로 그런 이야기가 푸지게 나온다니까. 똥과 오줌이 정말 역사책에 그리 많이 나올까? 엄중, 진지, 근엄한 역사책에 ‘똥오줌’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도, 의외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소재가 된 적이 꽤 많다. 배설은 영원한 인간의 숙명이고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만큼, 똥과 오줌이 역사에 등장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설흔이 쓴 이 책, 《웃기고 냄새나는 역사 속 똥오줌 이야기》는 역사가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볍게 바꿔준다. 이렇게 작고 하찮은 것도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주변의 작은 일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책에는 오줌 꿈을 사서 왕비가 된 김유신의 누이 문희, 화장실에서 김부식에게 복수한 정지상의 귀신, 신하들이 있는 가운데 몸을 돌려 오줌을 눈 조선 임금 경종, 똥거름이 장관이라고 평했던 박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배용준. 지금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한때는 온 세계, 특히 아시아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류스타였다. 《겨울연가》의 성공 이래 그가 관심을 가진 모든 것은 큰 화제가 되었고, 그가 방문한 장소들은 일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인기가 엄청났다. 배용준이 2009년, 여행 수필집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낸 여행》을 냈을 때도 반응은 뜨거웠다. 책에 나온 장소들이 관광 명소가 되었고, 세계 각국에 번역 출판되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온 지 15여 년 만에 펼쳐본 이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은 단지 한류스타가 썼다는 이유로 호평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라면 찬찬히 음미할 만한 대목이 많은, 단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여행 수필이었다. 책은 ‘머물다’, ‘떠나다’, ‘버리다’, ‘사색하다’, ‘돌아오다’ 등 여정을 떠올리는 말들로 구성된다. 한국문화의 본산을 찾아 떠나고, 거기서 한 체험과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놓는 방식이다. 가령, ‘떠나다’ 편에서는 옻칠 장인의 공방을 찾아 옻칠을 배우고, 절에 가서 여러 날 머물며 절 음식을 맛보고, 차를 덖는 과정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황과 이이. 우리 역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긴 학자이자 관료였던 두 사람은, 놀랍게도 동시대 인물이었다. 물론 이황이 서른다섯 살 연상으로 아버지뻘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 만나기도 하고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며 교유했다. 정춘수가 쓴 이 책, 《이황과 이이의 공부 대결》은 두 사람이 걸었던 길을 보여주며 서로 비슷했던 점과 달랐던 점을 톺아낸다. 수백 년이 지나 후손들이 쓰는 지폐의 주인공이 될 만큼 지대한 영향을 자랑하는 이황과 이이, 두 사람이 추구했던 삶의 지향과 행적을 견줘보는 재미가 있다. 우선 둘의 공통점은, 공부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는 점이다. 양반들의 진로가 ‘과거 합격’으로 정해져 있던 조선시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과거에 합격해서 조정에 출사한 이들은 모두 수재였지만, ‘합격을 위한 공부’만 했던 이들은 출사한 뒤에는 공부와 멀어졌다. 그들이 위대한 학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조정에 출사한 뒤에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학문을 연마한 덕분이다. 학문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그 바탕이 되었다. 사실 벼슬이 더 적성에 맞지 않았던 쪽은 이이보다 이황이었다. 이황이 1536년, 벼슬살이를 위해 한양으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옥순 교수가 얼마 전에 낸 책 《최소한의 인도수업》을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이 교수는 저와 같은 <나눔문화> 회원으로, 예전에 <나눔문화>에서 중동 여행을 할 때 같은 여행단 일원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여행 중에도 계속 책을 가까이하던 것을 기억하고 책을 보내주셨네요. 이옥순 교수는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인도연구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그동안에도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인도 현대사》, 《인도는 힘이 세다》 등의 책을 낸 그야말로 인도 전문가지요. 책 제목이 《최소한의 인도수업》인 것으로 보아 우리가 ‘교양인으로서 인도에 대해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내용을 담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이 교수는 2013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삼성경제연구소가 시작한 SERI CEO에서 ‘나마스테 인디아’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동안의 강의 내용 가운데 우리가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을 골라 이 책에 담은 것입니다. 강의 내용을 담은 것이라 책 제목에도 ‘인도 수업’이라 했겠군요. 인도는 땅덩어리로 보나, 역사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지도자. 어떤 무리를 앞서서 이끄는 사람을 말한다. 무엇이든 선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위기를 앞서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미래를 예측해서 앞날을 대비해야 하며, 이끄는 무리의 신망을 얻어야 하는 까닭이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지도자다움’을 갖추기까지는 각고의 인내와 단련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기까지 사회 전체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군 장성 출신으로 동티모르 대사를 지낸 지은이 서경석이 쓴 이 책, 《그대, 내일의 리더에게》는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지도자의 덕목을 보여주고, 우리 사회에서 좋은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지도자다움의 유형을 ‘현명한’, ‘강물 같은’, ‘어진’, ‘뜨거운’, ‘엄격한’으로 나눈다. 손자병법에서 강조하는 ‘장자(將者) 지신인용엄야(智信仁勇嚴)’를 동서고금 지도자의 발자취와 연결해 재해석한 것이다.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손자가 말한 덕목들을 겸비하고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 자신을 아끼는 마음, 민족과 나라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헌신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사례 가운데는 서양 지도자의 사례도 많지만, 한국 역사 속 인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