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동안 K 교수는 전공과목 교재를 2권 써 본 경험이 있다. 전공 교과서의 경우 워낙 시장이 좁다 보니 한 해에 1,000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낄 수 있다. 계산해 보시라. 한 학과의 정원이 40명이라면 25개 대학교에서 교재로 선택해야 1,000부가 팔린다. 공대교수로서 전공 서적 아닌 수필집을 내는 일은 흔치 않다. 수필집의 경우 10만 부는 팔려야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인세는 대개 정가의 10%이다. 책 가격이 10,000원이면, 한 권의 인세가 1,000원이고 10만 부가 팔리면 1억 원의 인세가 들어온다는 계산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1,000원씩이 쌓여도 10만 부면 큰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은 워낙 책을 안 읽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10만 부 팔리기가 어렵다. 책 대부분은 초판 2,000부를 넘기지 못한다. 출판 역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베스트셀러는 1954년에 발표된 정비석 작가의 소설 《자유부인》이다. 이 작품은 대학교수 부인의 불륜을 주제로 했는데,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으며 사회적인 반향이 엄청나게 컸다. 《자유부인》은 10만 부가 팔려서 ‘우리나라 첫 베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지난 4월 3일 늦은 7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유희정 함동정월류 가야금산조 독주회가 열렸다. 함동정월류 가야금 산조에 대해 말하기 전, 그 뿌리는 이렇다. 함동정월 명인은 강진군 병영면의 출신으로 스승 최옥삼에게 가야금을 배웠다. 최옥삼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최옥산’으로 알려져 있던 최옥산류(현재는 최옥삼류로 불린다.) 가야금산조의 창시자로 알려진 명인이다. 그는 김창조와 한성기에게 어린 시절 가야금 산조를 배우고 북한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국악인으로 북한민중음악사 계보를 잇는 북한 음악인들의 스승으로 남도 음악을 기반으로 북한 음악을 개척하였다고 전해진다. 함동정월(예명, 본명 함금덕)은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11세 때 광주 권번에서 기본기를 다지고 12세 강진군 병영면에서 여러 선생에게 춤과 노래를 배웠다. 특히 스승 최옥삼에게 가야금을 배워 1980년에 국가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으면서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린 일등 공신이다. 사람들은 그 산조를 최옥삼제 함동정월류라 부르기도 하였다. 월북한 스승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했던 시절을 지난 1998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2025년 4월 1일 저녁 인사동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나온다. 인사동 들머리에 성난 군중의 고함소리가 진동한다. 다가가 본다.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험악하다. 촛불시위대와 태극기부대가 대치하고 있지 않는가? 아마 초조해진 태극기 부대가 상대편을 도발한 것 같다. 금세라도 충돌이 일어날 것만 같다. 요망스러운 일이지만 태극기 부대는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들고 있다. 이들 넋이 나가고 얼빠진, 광기의 수구세력이 겨레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나라를 망쳐먹은 역사는 길고도 질기다. 그들은 왜구와 한패거나 제주도에서 수만 명을 학살한 서북청년단과 정신적 동성동본일 것이다. 이들의 본색을 우리는 127년 전 1898년 서울 거리에서 여실히 볼 수 있다. 1898년 겨울 썩어빠진 정부 관리들, 몰아치는 외세의 위협 앞에서 풍전등화 신세가 된 나라를 구하고자 만민이 연일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장작불을 지피며 풍찬노숙을 한다. 시위의 열기가 타올라 마침내 세상이 바뀔 조짐이 보인다. 그러자 오늘날의 태극기 부대 같은 것이 검은 구름처럼 몰려든다. 정부의 사주와 자금을 받은 전국의 보부상 수천 명이 서울로 집결한 것이다. 불길한 기운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화엄사 홍매화 봄을 화엄세계로 꾸민 홍매 (돌) 꽃으로 피는 불은 아름답네 (심) 다름이 어울린 꽃 언제피나 (초) 다름을 삼키고 낯붉힌 홍매 (빛) ... 25.3.31.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1 / 봄 삼월이 돌아오면 남녘바다 물빛은 그 시린 바람을 업고 파랗게 여울지고, 멀리 지리산 연봉들은 연둣빛을 띠며 이른 봄소식을 전할 때, 그때! 지리산 아래 천년 고찰 화엄사의 각황전이 왼손에 활짝 핀 홍매화 꽃을 들어 올려 봄날을 축복하는 빛나는 광경을 만난다. 끊임없이 봄소식을 전해 주고 있다. "봄이 오고 꽃이 피는 세상" 알려주고 있다. 고맙구나! 붉디붉은 저 화엄매여, 화엄매여. (옥광) 설명 2 / 나 밖의 다름을 이해하고 어울리려면 늘 나와 다른 내 속의 다름으로 나 밖의 다름을 유추해 보고 감싸보려고 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나 밖의 다름이 내 안의 다름과 본질적으로 같거나 비슷하지 않으면, 그리고 내가 내 안의 다름과 먼저 화해하지 않으면 절대로 나 밖의 다름과 화해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붉은 홍매는 내가 내 안의 다름과 화해하는 모습, 내 안의 다름을 껴안는 모습, 내 안의 다름을 소화해 내는 모습, 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경북 의성군 단촌면에는 등운산(騰雲山)이 있다. 구름으로 오른다는 뜻인데 해발고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허리에 늘 구름을 이고 있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등운산에는 고운사(孤雲寺)라는 절이 있다. 절 주변은 일품으로 평가받는 멋진 송림이 있고 거기서는 송이버섯 또한 많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고운사는 넘북국시대(통일신라) 신문왕 때인 681년에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고 원래 이름은 고운사(高雲寺)였는데 나중에 신라말 고운 최치원(857~ 미상)이 스님들과 함께 가운루(駕雲樓)와 우화루(羽化樓)란 두 건물을 지은 후 절 이름도 최치원의 호인 고운(孤雲)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절을 대표하는 건물인 가운루는 절 입구 계곡의 양쪽 기슭을 가로질러 세운 누각이다. 계곡 가장 낮은 곳 암반에 돌기둥을 새우고 그 위에 다시 나무기둥을 올린 다음에 마루를 놓아 하층을 이루고 상층은 공포를 두른 팔작지붕을 올렸다. 이 누각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큰 규모임에도 계곡과 조화를 이루어 앞뒤가 웅장할 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도 결구가 지극히 아름다워 멋진 운치를 자랑하였다. 우리나라 절에는 계곡을 가로질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죄와 벌. 하늘이 열리고 인간이 무리를 지어 살기 시작한 이래 ‘죄와 벌’은 늘 있었다. 오랜 옛날부터 형벌은 죄를 짓는 자를 벌주거나 권력자가 약자를 탄압하는 수단이었다. 형벌을 잘 들여다보면 당시 사회가 어떤 것을 금기시했는지, 어느 정도로 성숙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우리 역사 속 형벌을 알기 쉽게 풀어낸 이 책, 장경원의 《네 죄를 네가 알렷다!》는 ‘우리 역사 속 죄와 벌’이라는 부제처럼, 우리 역사 속에 나타난 형벌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그 잔혹함에 놀라고, 때로는 먼 옛날인데도 죄인의 인권을 배려하는 모습에 놀라게 된다. 처음에 신라의 형벌 제도를 이어받은 고려는 중국 당나라 형벌 제도를 받아들여 보완했고, 11세기 문종 때는 우리 형편에 맞게 크게 손질했다. 형벌에 관련된 일은 ‘형부’라는 관청에서 다루었고, 감옥을 관리하는 일은 ‘전옥서’에서, 죄지은 벼슬아치들은 따로 ‘어사대’라는 기구에서 맡았다. 고려의 다섯 가지 형벌 제도는 태형, 장형, 도형, 유형, 사형이었다. 태형과 장형은 매를 치는 것이고, 도형은 매질에 힘든 일까지 더한 것, 유형은 유배를 보내는 것, 사형은 죽이는 것이었다. 이 기본적인 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풋풋한 사랑 이야기로 황순윈님의 <소나기>만 한 작품도 없습니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발견하지요. 징검다리를 차지하고 물장난하는 소녀를 소년은 먼발치에서 지켜봅니다. 그때 소녀는 소년에게 "바보"라고 하며 조약돌을 던지고 갈대밭 사이로 사라집니다. 이 조약돌은 소년의 주머니에서 소녀를 그리는 정표가 됩니다. 2010년엔 드라마 <추노>가 방영되었지요. 노비 신분이었던 언년이(이다해)는 양반가 도련님 이대길(장혁)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추운 겨울날 고생하는 언년이를 위해 대길이는 불에 달궈진 따뜻한 조약돌을 건넵니다. 언년이는 그 조약돌을 신줏단지처럼 지니고 다닙니다. 신분을 넘어선 사랑은 조약돌처럼 단단했지만, 운명은 그 둘을 받아들이지 않았죠. 저는 8년 연애 뒤에 결혼하였습니다. 연애 3년 차 생일 때 아내는 목각으로 된 목이 긴 신발 한쪽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뭐 크게 소용되는 물건도 아니어서 책꽂이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5년을 보냈습니다. 결혼하고 살림을 합치던 날, 아내의 짐 속에서 나머지 한 쪽 신발을 발견하고는 그제야 그 선물의 의미를 알았습니다. 뒤에 목각 신발 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ㅁ 교수도 원주 출신이라고 한다. ㅁ 교수는 K 교수도 아는 여교수인데, 작년에 베스트셀러를 써서 인세를 받아 아파트를 한 채 샀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K 교수는 ㅁ 교수의 책을 책방에서 사서 읽어 보았는데, 그런대로 재미도 있고 교훈이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매우 도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40대 후반인 K 교수는 사실 요즘 학생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 책은 30대인 ㅁ 교수가 20대인 신세대 대학생들의 속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내용이었는데, K 교수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세대 간 갈등이 있을 때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하려고 먼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세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며 신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변화된 사회 환경과 가정 환경 그리고 변화된 인간관계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산물이라는 것이다. 쉬운 예로서 “신세대는 자기 중심적이다”라는 비판에 대해서 ㅁ 교수는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자기중심적으로 길렀다”라고 주장한다. 곧 인구증가를 막기 위한 가족계획운동의 결과로 각 가정에서 아이를 하나만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아마 오늘도 대한민국의 거리는 함성으로 뒤덮일 것 같다. 이는 1898년 3월께부터 시작된 일이다. 그 해 3월 10일 서울 종로에는 약 1만 명의 남녀노소들이 모였다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만민공동회’라는 이름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겠다. 그 당시 1만 명은 오늘날의 몇 명에 해당할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인파였을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외침의 뜻이 같다는 점이다. “우리가 나라의 주인이다.” 그 함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아직 주인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누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가? 판사ㆍ검사라는 이름의 법비(法匪)들인 것 같다. 그들은 죄 없는 생사람에게 올가미를 씌우기도 하고 내란 수괴를 탈옥시키기도 하고 수염에 난 불을 끄듯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을 깔아뭉개기도 한다. 이 자들의 폐악이 극에 달해도 그들을 징치할 방도가 없으니 과연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국민이 주인일 뻔한 일들이 일어나긴 한다. 그 원초적 체험을 우리는 언제 했을까? 1896년 2월 11일 국왕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난하였다. 아관파천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봄강물 얼음 녹고 봄기운 돌아오네 (달) 움트는 소리에 놀란 봄가슴 (빛) 물오른 버들가지 기웃기웃 (초) 뱃사공 어디 가고 낡은 주막 (돌) ... 25.3.12.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 근래에는 기후 변화가 심해서 계절 감각도 흐려지고 있지만, 그래도 우수ㆍ경칩이 지나고 나면 얼어붙었던 저 강물이 풀리고 봄기운이 온누리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듯함을 느낄 수 있다. 강물 따라 청둥오리 물오리들이 날렵하게 자맥질을 하고 강가의 갯버들 가지들이 연둣빛으로 점점 바뀌어 간다. 이런 자연의 변화에 민감했던 농경민들의 후예인 노년기의 우리들이 아직도 이런 봄기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고맙고도 애처롭다. 옛 뱃사공과 주막집을 떠올리고 그려보는 마지막 세대의 향수가 봄강물 위에 반짝이는 저 햇살처럼 오래 빛나기를...(옥광)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