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정말 봄이구나! 아침 산책길에 진달래가 어느새 방긋한다. 산수유도 못 참고 노란 꽃을 활짝 피었다. 입춘, 우수, 경칩을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는 당연히 봄이지만, 여전히 밤이 낮보다 길었는데 드디어 이번 주말이 춘분이고 이제 내주부터는 낮이 더 길어지니, 이거야말로 진짜 봄이 아니겠는가? 아니 그렇지 않아요. 춘분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오늘(17일) 수요일에 이미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내일부터는 낮이 더 길어진다고 천문학자들이 예고하고 있다. 사실 오늘 수요일은 봄의 분수령인 것은 맞다. 다만 춘분이라고 꼭 이날 낮밤의 길이가 같은 것이 아니고 그 전에 이미 같아진다고 하니 춘분 사흘 전에 낮밤이 같다고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그렇다면 오늘부터 진짜 봄이다. 봄이 되면서 밤하늘에 달라지는 것이 있단다. 겨우내 북쪽 지평선 근처에 머물던 북두칠성이 북동쪽 하늘로 높이 올라오는 것이다. 북두칠성이 올라오면서 큰 국자 형상의 이 별이 약간 기울어지고 그러면 그 국자에 담겨있던 하늘 샘물이 봄비가 되어 내린다고 생각했단다. 며칠 전 봄비가 오긴 했지만, 이번 주말 춘분에 다시 비가 온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여기, 21세기판 ‘디카메론’이 나왔다. 1348년, 페스트를 피해 피난한 10인의 100가지 이야기가 <데카메론>이 되었다면, 2020년 코로나를 피해 피난한 18인의 이야기는 문명의 발전과 함께 디카 사진까지 더해진 <디카메론>이 되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울고 갈 이 기막힌 컨셉은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이 제안한 것으로, 코로나19로 문화재 ODA 현장에서 국내로 복귀한 18인의 연구원들은 그간의 이야기를 ‘탁본하듯’, 탁탁 써 내려갔고, 이 수필, 아니 디카메론은 문보재를 통해 《난생 처음 떠나는 문화유산 ODA 여행》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우선, 이 책이 귀한 이유는 ‘문화재 ODA’에 관한 책이 굉장히 드물기 때문이다. 문화재 ODA 자체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개념이거니와, 이런 일을 한국문화재재단에서 한다는 것을 풍문으로는 들었으되 실제로 어떻게 일을 하는지는 알지 못했을 독자들이 대부분일 터이다. 필자도 한때 문화유산 ODA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 적이 있지만, 워낙 정보가 없어 관련 기사 몇 개를 읽는 것에 그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문화유산 ODA가 무엇인지, 실제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대나무가 벼과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춘천 기후는 대나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출근하는 길에 만나는 작은 면적의 대나무 숲은 그런 의미에서 독특함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나라는 전남 담양의 죽녹원 대나무가 가장 유명하고 강릉의 오죽헌(烏竹軒)도 검은 대나무가 심긴 집을 의미하니 나름 대나무가 유명한 곳입니다. 대나무는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특성 때문에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사군자로 일컬어져 왔습니다. 성어에 진용일흥(眞龍逸興)이란 말이 있습니다. "진짜 용은 숨어서 일어난다."라는 의미로 크게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실력을 갈고닦아 자기의 목표를 이룬다는 속뜻이 있습니다. 동물의 왕이라고 하면 사자를 꼽습니다. 암컷 사자는 대우를 받지만, 수컷 사자는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합니다. 힘이 없을 때는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몸집과 힘을 키워오다가 충분한 힘이 생기면 무리의 우두머리에게 도전하여 패권을 차지합니다. 대나무도 그러합니다. 씨앗을 심은 뒤 4년 동안 대나무는 싹이 자라지 않습니다. 5년이 되는 해 드디어 싹이 나서 매일 30센티가량 성장하여 6주면 주변이 온통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변합니다. 기다리는 4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사람들에게 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지혜를 알려주는 언론인 배연국님은 자신의 책 《소소하지만 단단하게》에서 28개의 소확행을 4개의 상자에 담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 가운데 ‘내려놓기’에 담긴 소확행이 내 눈길을 끈다. 욕망으로 눈이 이글거리는 인간의 정글 속에 살다보니 우선 제목 ‘내려놓기’부터 내 마음을 잡는 것이다. 배연국님이 들려주는 사하라 사막의 잿빛모래쥐는 묘한 습관이 있다. 건기가 다가오면 잿빛모래쥐는 궁핍할 때를 대비하여 온종일 열심히 풀뿌리를 모은다. 잿빛모래쥐가 무사히 건기를 지내려면 2kg 정도의 풀뿌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잿빛모래쥐는 이렇게 필요한 양이 다 차도 계속하여 풀뿌리를 모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풀뿌리를 모으는 데에 열중할 때 누가 방해라도 놓으면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불안해한단다. 이렇게 모으다 보니 심지어는 너무 많이 모은 풀뿌리가 썩어버릴 정도인데도 잿빛모래쥐의 풀뿌리 모으기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런 식으로 잿빛모래쥐가 모은 풀뿌리의 양은 10kg이 넘게 된다. 이게 비단 잿빛모래쥐에만 해당하는 것이겠는가? 오늘날 인간사회에서도 잿빛모래쥐 같은 인간들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졸졸졸졸졸..." 우리 말의 자랑이 소리를 적어내는 의성어와 모양을 적어내는 의태어가 풍부하고 다채롭다는 것이라는데, 물소리를 적어보려니 두 음으로는 안될 것 같다. '졸졸' 그러면 조금 흐르다가 마는 것 같고 '졸졸졸' 그러면 흐르는 것은 맞는데 뭔가 그냥 느낌이 없고 '졸졸졸졸' 그러면 제법 비슷하게 갔지만 4자로 어색하고... 결국엔 다섯자로 된 '졸졸졸졸졸'이란 표현이 나왔다. 이 표현이 의성어인 것 같지만 그것만은 아니고 의태어라고만 해도 좀 이상하니 결국엔 의성어와 의태어가 다 되는, 말하자면 3차원의 표현법이라 하겠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지난주 3월이 되는 첫날 온종일 비가 내렸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별생각 없이 산에 올랐다가 굽이굽이 도는 둘레길 저 밑 작은 골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듣고는 너무 기쁜 나머지 이 느낌을 글로 표현하려니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심리적으로는 겨울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달이 바뀌면서 저렇게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넘쳐흐르는구나. 그야말로 봄비였구나. 그리고는 밤사이에 눈도 엄청나게 왔는데 그 눈 밑으로 밤사이 온 비가 메말랐던 겨울의 흙과 나무, 풀들을 다 적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박물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다. 전시를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경우도 많지만,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느낌이 좋아 즐겨 찾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박물관이 갖는 존재감만큼, 그 공간의 묵직한 역사를 친절히 짚어낸 책은 흔치 않다. 박물관 마니아를 자처하는 저자 황윤이 공들여 집필한 이 책 《박물관 보는 법》은 한국에서 박물관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눈여겨보아야 할 박물관에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진중하고도 쉽게 설명해준다. 한국에서 박물관의 역사는 일제에 의해 반강제로 시작되었다. 일제는 고종의 헤이그 특사 파견을 빌미 삼아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고 순종을 즉위시킨 이후, 전국에서 반일 여론이 들끓자 국면 전환용 이슈로 왕실박물관 건립을 꺼내 들었다. 왕실박물관 건립을 조선의 근대화 업적으로 내세워 조선왕조를 낡은 ‘전근대’로 보이게 함과 동시에, 새롭게 즉위한 순종이 창덕궁 내 박물관 건립을 주도하게 함으로써 일제는 조선의 근대화를 추진한 선진국으로 홍보하고자 했다. “어찌 시체와 함께하던 물건들이 궁궐 내에 전시되어야 한단 말이오?” 1907년, 순종 황제 앞에서 여러 대신이 열띤 논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이미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아무리 후회한들 되돌릴 수 없습니다. 말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해야 할 큰 이유이지요. 또한 이미 지나간 일을 고민할 까닭도 없습니다. 지나간 일을 고민한다고 해서 나아질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과거는 과거로 묻어놓고 사는 것이 좀 더 행복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강물은 유유히 흐릅니다. 그저 흐르는 대로 맡겨 놓으면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평온하고 평화롭게 흐릅니다. 중간에 인위적으로 막거나 훼방하지 않으면 요동칠 일도 없지요. 우리도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고 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고 매달리고 집착할수록 삶은 버거워지게 마련입니다. 누구에게나 삶의 종착역은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불치병이 원인이 되어 정신없이 달려온 삶의 시간이 하루아침에 멈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깨닫습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후회 없이 살아가겠노라고….' 물처럼 살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돌이나 쇠처럼 튼튼하고 단단하게 인생을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모남이 사람들에게 큰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사막 한가운데 건설된 구조물입니다. 그 거친 사막에 사람이 살 수 있었던 것은 나일강의 혜택입니다. 나일강이 아니었으면 이집트의 웅혼한 역사가 존재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 사막의 한가운데 지어진 고급스러운 집은 정원에 연못을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유실수를 연못 둘레에 빙 둘러 심어 놓은 것을 자랑으로 여겼지요. 사람은 갖기 힘든 것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우린 드문 것을 귀하게 여깁니다. 그것을 한자로 옮기면 희귀(稀貴)가 됩니다. 황금이나 다이아몬드 진주 등 갖가지 보석이 비싸고 귀한 대접을 받는 까닭은 쓰임새보다도 희귀성에 있습니다. 광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 서부의 금광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겨울이 되기 전에 철수해야 했습니다. 거칠고 황량한 겨울을 금광에서 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두 명의 광부는 금에 눈이 어두워 철수하는 동료를 외면하고 광산에 남습니다. 봄이 되어 다시 찾은 광산에는 그 두 명이 황금을 모아 놓은 채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황금은 생존에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귀하다고 해서 꼭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정말 생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군국주의 일본을 항복시키고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낸 원자폭탄과 우리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원자력 발전은 원리가 똑같다. 우라늄이라는 방사성 물질을 붕괴시키면 막대한 양의 열이 나온다. 우라늄을 천천히 붕괴시켜 열을 조금씩 이용하면 원자력 발전이 되고, 빠르게 붕괴시켜 엄청난 열을 한꺼번에 방출시키면 원자폭탄이 된다. 원자력 발전소(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방사능을 방출하므로 위험하다. 방사능은 강력한 전자파로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체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숙제 거리다.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은 두 종류로 분류한다. 첫째는 중저준위(中低準位) 폐기물이라고 부르는데, 폐기물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약해서 관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원전 안에서 인부들이 사용한 장갑, 집게, 걸레, 차폐복, 폐필터 등이 중저준위 폐기물로서 방사성 폐기물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정부에서는 경주 근처 지하에 방사능폐기장을 건설하여 2015년부터 중저준위폐기물을 보관하기 시작하였다. 경주 방사능폐기장은 적어도 300년 동안 안전하게 중저준위폐기물을 보관해야 한다. 경주에 방사능폐기장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니다 ... 서정주, '선운사 동구' 선운사를 찾아간 미당 서정주 시인이 보고 싶었던 것이 동백꽃인지 주막집 노래하는 아주머니인지가 헷갈리기는 하지만 선운사 하면 선운사 입구 오른쪽 비탈에서부터 절 뒤쪽까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수천 그루의 동백꽃을 빼놓을 수가 없다. 한창 꽃을 피웠을 때 복스럽게 꽃이 피다가도 질 때가 되면 후두둑 송이째 떨어져, 우리의 가슴에 담아있던 눈물도 후두둑 떨어지며 가슴이 텅 비어버린다. 선운사 동백은 동백 자생지의 최북단이라고 하니 꽃 피는 시기가 늦은데 그보다 훨씬 남쪽에서는 지금쯤이면 벌써 꽃이 피고도 활짝 피었을 것이다. 십여 년 전 부산에 지역책임자로 근무하게 되면서 알게 된 동백꽃, 나는 물어보았다. "도대체 싱싱한 이 꽃은 시들지도 않았는데도 왜 땅에 뚝뚝 떨어지는 것인가요?“ 처음에는 아주 조그맣게 시작된 그 궁금증은 점점 진폭이 커지면서 빨리 답을 얻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큰 병이 날 것만 같았다. 그것도 작은 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