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제가 책을 좋아하니까 심심찮게 책 선물을 받게 됩니다. 선물 받는 책 가운데는 평소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의 책도 많지만, 선물을 받지 못했다면 결코 읽어보지 못할 책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책들 가운데 뜻하지 않은 보석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강 대표를 모시고 법률상담을 하러온 구미꼬가 선물해준 책도 그런 보석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바로 《엄니는 102살》이라는 책입니다. 《엄니는 102살》은 논현동에 있는 일식접 어도의 배정철 대표가 쓴 책입니다. 배대표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어머니에게 쓴 2,554통의 편지를 모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부터 책으로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어도의 단골인 영동고등학교 - 어도 근처에 영동고가 있습니다 - 이진훈 선생이 배 대표 집무실인 어도 1호실에서 배 대표와 대작(對酌)을 하다가, 배 대표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포스트잇에 써 내려간 사모곡의 편지들을 보고 출판을 강권한 것이지요. 배 대표는 3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났는데, 어머니는 48살에 배 대표를 낳았습니다. 요즘 시대 같으면 배 대표는 세상 빛을 보지 못했겠네요.^^ 배 대표는 4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뮤지엄 서울》. 이 제목을 본 독자는 서울에 있는 박물관을 소개하는 책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목에 쓰인 서울은 작가의 필명 ‘김서울’에서 따 온 것으로, 작가 (김)서울이 자신만의 재미있는 시각과 솔직담백한 문체로 전통과 유물, 박물관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2019년 텀블벅 「시리즈 오브 시리즈」 프로젝트의 하나로 9월부터 10월까지 매주 1회씩 글을 연재했고, 당시 ‘한국 문화유산 큐레이팅’이라는 소개 문구와 함께 연재했던 글을 보완하고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책은 ‘흐르는 시간’, ‘유물에 담긴 시간’, ‘미래의 박물관’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흐르는 시간’에서는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의 전통, 곧 ‘흐르는 전통’을 다루고 있다. 흔히 ‘전통’이라고 하면 현재와는 단절된 과거의 한 시점을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는 ‘전통’의 ‘전’은 ‘앞 전(前)’이 아니라 ‘전할 전(傳)’이며, ‘통’ 역시 ‘계통 통(統)’으로 두 글자 모두 이어진다는 뜻이 있음을 일깨운다. 그것은 곧,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도 전통의 일부이며 전통은 매 순간 만들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가령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최영묵 박사와 김창남 교수가 같이 쓴 《신영복 평전》을 읽었습니다. 신영복 선생은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20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던 중 1988년 광복절 특별가석방을 받아 출소했으며,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전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2016년 76살의 나이로 세상을 떴습니다. 《신영복 평전》은 그야말로 신영복 선생님의 삶을 샅샅이 찾아내어 분석하고 쓴 평전이지요. 2019. 12. 16.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부터 사본다 사본다고 하던 것이 이제야 읽게 되었네요. 사실 그동안 신영복 선생의 책은 대부분 읽었고, 또 신영복 선생이 원장으로 있던 성공회대 인문학습원에서 개설한 CEO와 함께 하는 인문공부 11기 과정도 들으면서 직접 신영복 선생의 강의도 들었기에, 굳이 《신영복 평전》까지 읽어볼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신영복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그의 삶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평전인데 한번은 읽어보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 마침내 책을 찾은 것입니다. 역시 책을 사보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평전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2년 전(2019년) 우리는 3.1절을 크게 기렸다. 일제의 압제 속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이 막힌 숨통을 트기 위해 우리나라 전역에서 비무장 평화운동을 일으킨 지 100년이 됐음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때의 3.1운동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 때문. 3.1만세운동이 번져나가던 그때 우리나라에도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이 크게 유행했었다는 사실이 다시 알려지면서부터다. 그것이 스페인 독감이었다고 한다. 1918년에 가장 창궐해서 전 세계적으로 몇천 만 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독감이 우리나라에서도 엄청 피해를 주었는데 그때 1차, 2차 유행에 이어 3차 유행이 마침 3.1만세운동이 일어날 때 밀려와 피해가 가중됐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1918년 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가을로 접어들면서 변종이 생겨 9월 이후 세계에서 사망자가 3,000만 명 넘게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2005년에 미국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한 여성 스페인 독감 희생자의 폐 조직을 채취한 뒤 여기서 이 바이러스의 8개 유전자 배열을 재구성해 냄으로써 스페인 독감 바이러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나는 금년 여섯 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이구요 우리 집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 큰일 났군, 외삼촌을 빼 먹을 뻔했으니......”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첫 부분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 가슴 아프고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배우면서 내용보다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쓴 소설이 중요하다고...... 선생님은 그것을 많이 강조했던 것 같습니다. 감성적인 이야기를 상급학교 진학의 도구로 배워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보면 시 한 줄, 수필 한 편 모두 해부학처럼 분석적으로 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음의 울림이 중요한 것인데 말이지요. 혹자는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합니다. 옛날 살만한 집엔 안방과 사랑방이 따로 존재했습니다. 안방은 그 집의 중심이 되는 방으로 부부가 생활을 같이했지만 낮엔 주로 안주인이 차지하고 있었던 공간이고 바깥주인은 건넌방으로 가서 책을 읽거나 손님을 맞이하였는데 이를 사랑방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랑방은 한자로 ‘舍廊房’으로 표기합니다. 세 글자 모두 집이란 의미로 사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귀양살이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사전에서 찾은 ‘귀양다리’의 정의다. 유배인은 세상의 업신여김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유야 무엇이든 거친 세파에 휩쓸려 유배형,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죄가 중한 자만 보낸다는 제주도로 보내진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유배를 보낸 쪽, 승자의 시각에 가까웠다. 오히려 제주 사람들에게 유배인은 앞선 지식과 문화를 전수해줄 귀중한 전령이었다. 흔히 유배살이라고 하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는 답답함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생각보다 유배생활은 꽤 자유스러웠다. 그래서 제주에 온 선비들은 제자를 양성하며 학문을 전수하기도 하고, 시회(詩會)를 조직해 지역 문화계를 주도하기도 하고, 제주 여인과의 사이에 자식을 두어 입도조(入島祖, 섬에 처음으로 정착한 각 성씨의 조상)가 되기도 했다. 《제주도 귀양다리 이야기》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제주에 유배 온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을 쉬우면서도 학술적인 문체로 차분히 풀어낸다. 풍부한 자료조사와 제주 곳곳을 누비며 찍은 직접 찍은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이 한 권만 읽어도 제주에 유배온 사람들의 면면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배출원은 화력발전소다. 전국에 있는 60기의 석탄 화력발전소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28%, 국내 발생 미세먼지의 10%를 차지한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가장 먼저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화력발전소를 중단한다면 전기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석탄 화력발전의 대안으로서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아래 원전이라고 줄임)이 거론된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점점 중요해진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원료가 공짜고, 화력발전의 단점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이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1) 화력발전은 단계적 폐쇄 2) 원전도 단계적 폐쇄 3) 재생에너지는 대폭 확장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세 가지 목표 중에서 두 번째인 원전의 단계적 폐쇄에 대해서는 국론이 분열되어 있다. 화력발전을 줄이자는 목표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제 대학 30년 후배인 손상민 만화스토리작가가 《권기옥, 꿈의 날개》라는 만화책을 보내왔습니다.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 권기옥 선생의 일생을 그린 만화책이지요. 스토리작가이니 만화그림은 협업한 홍혜림 작가가 그렸습니다. 이 책은 성남시와 성남문화재단이 광복회를 지원하여 독립운동가 100인 만화 프로젝트의 하나로 출판되었습니다. 책을 내면서 광복회는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목숨을 바쳤지만, 분단 이후 정쟁과 이념의 그늘 속에서 그들은 잊혔습니다. 당시 이천만 국민 가운데 독립을 위해 생을 바친 이들의 수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지만, 현재까지 국가보훈처에 서훈이 된 독립운동가는 2만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나요? 알려지지 않은 독립투사들을 찾아내고, 잊히고 지워진 선열들의 피땀이 서린 노력과 뜻을 찾아 새기는 일은 너나없이 나서서 이 땅에 다시 드러내야 할 마땅한 도리입니다. 이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들의 희생으로 세워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슴 속에 하나씩 빛나는 자긍심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사를 하면서 책장에 꽂힌 책들이 정리하고 버리는 가운데 구석에 있었기에 눈여겨보지 못하던 조그만 책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日本이 美國을 추월하고 韓國에 지게 되는 理由 》 35년 전인 1986년 7월에 나온 책이다. 일본 도카이(東海)대학의 謝世輝(사세휘, 일본 발음으로는 사세키) 박사가 저술한 것을 김희진씨가 번역해 한국경제신문사에서 펴냈다. 당시 사세휘 박사의 이 책은 큰 인기였다. 맨 먼저 한국경제신문이 지면에 연재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 결국엔 펴내기까지 하게 되었는데, “일본이 미국을 추월하고 한국에 지게 되는 이유”라는 내용이 우리에게는 너무도 충격적이고 또 신나는 것이어서 우리 사회 각계에서 이 책을 사서 보았고 당시 문명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사세휘 박사는 1985년까지의 통계를 가지고 미국과 일본, 한국의 경제력을 비교하고 있는데. 단순히 경제만이 아니라 역사ㆍ문화ㆍ정치 등 요소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미래를 전망하였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때 당시 한국의 국민총생산은 일본의 7%에 불과하였고, 전 분야에서 최소 20년은 뒤처져 있다는 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인적 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 온 님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 켜고 홀로 울적에 아 수덕사에 쇠북이 운다 ‘수덕사의 여승’ 노래 가사입니다. 노래를 작사한 김문응씨는 어느 여승을 생각하고 작사한 것일까요? 수덕사가 비구니 절이니 많은 여승이 있었겠지만, 그중에서 제일 유명한 스님으로 일엽스님을 꼽을 수 있습니다. 《김상아의 음악편지》에는 일엽스님에 대한 글도 나옵니다. 일엽스님! 속세에서의 이름은 김원주! 그녀는 참 굴곡진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에는 불가에 귀의한 것일까요? 그녀는 이화학당을 졸업하고 23살에 마흔을 넘긴 연희전문교수 이노익과 결혼합니다. 이노익은 막대한 돈을 퍼부어 꽃과 같은 아내를 출판계의 꽃으로 만들었으나, 현실에 만족할 수 없었던 김원주는 이혼하고 일본으로 유학 갑니다. 그런데 동경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동석한 한 청년 오다 세이조가 김원주에게 한눈에 반하고 맙니다. 그러나 세이조는 일본 최고 명문가의 종손인지라 집에서 혼인을 허락해줄 리가 만무합니다. 그렇지만 세이조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원주를 계속 만나면서 둘 사이에는 사랑의 결실인 사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