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연암 박지원은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을 지었습니다. 예(穢) 자는 ‘더러울 예’ 자지만 똥을 의미하며 예덕 선생은 똥을 져 나르는 일을 하는 엄행수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제자는 스승이 사대부와 교유하지 않고 비천한 엄행수를 벗하는 것에 대하여 불만을 표하지요. 그러자 스승은 이야기합니다. “엄행수는 생김새가 어리석어 보이고 하는 일이 비천하지만 남이 알아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남에게 욕먹는 일이 없으며, 타고난 분수대로 사는 사람이니 엄행수야 말로 더러움 속에서 덕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다. 시정잡배의 사귐은 이익으로 하고 안면으로 사귀는 것은 아첨으로 하니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세 번 요청하면 사이가 멀어지지 않는 사람이 없고 아무리 원수라도 세 번 이익을 주면 친해지지 않을 수 없지 무릇 이익으로 하는 사귐은 계속되기 어렵고 아첨으로 하는 사귐도 오래가지 않는 법이야. 무릇 큰 사귐은 얼굴에 있지 않고 훌륭한 벗은 지나친 친절이 필요 없다네 그가 하는 일은 불결하지만, 그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우며 사는 곳은 더럽지만 의를 지킴은 꿋꿋하니 그를 예덕선생이라 불러 마땅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린 세상을 살아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미국을 많이 아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시애틀이란 도시는 좀 생소할 것이다. 로스앤젤리스나 샌프란시스코는 어느 정도 듣거나 보고 알지만, 그보다 훨씬 북쪽, 캐나다와 국경을 거의 접하고 있는 시애틀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른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 가운데는 우리나라 어디에나 매장이 있는 미국 커피브랜드인 스타벅스의 발상지가 시애틀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언론계 30년 이상을 근무한 나 같은 사람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정보이기도 하다. 거기에다 시애틀이라는 이름이 사실은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라는 것은 더욱더 그렇다. 7년 전 이맘때, LA에 사는 처제 동서를 보러 갔는데 두 내외가 우리를 차에 태우고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시애틀까지 자동차 여행을 준비했기에 그 덕에 시애틀을 가 볼 기회가 있었다. 가면서 동서의 설명을 들으며 시애틀이 이런 곳인가 하는 놀라움을 느꼈다. 현대를 대표하는 상당수 미국 트렌드의 발상지가 시애틀이었던 것이다. 컴퓨터 산업을 일으켜 미국을 21세기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본사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매번 도서출판 <얼레빗>에서 책이 나올 때마다, 저에게 책을 보내주던 이윤옥 시인이 책을 하나 보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내 준 책은 그 동안 보내주던 책과는 다른 종류의 책이네요. 《김상아의 음악편지》 - 오랫동안 디스크쟈키를 하였던 김상아씨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올리고, 그 노래 앞부분에는 그 노래에 얽힌 자신의 추억이나, 그 노래를 들으며 떠오른 느낌이나 단상을 썼습니다. 그리고 노래 뒷부분에는 그 노래나 그 노래의 작곡가, 가수에 관해 쓰고요. 하나하나의 노래가 저의 감성에 들어맞는 노래입니다. 작가가 저랑 같은 세대의 사람이라 그렇겠네요. 저는 ‘김상아’라고 하여 여자분을 떠올렸으나, 사진을 보니 남자네요. 김상아 씨도 저처럼 <우리문화신문>이라는 인터넷 신문(http://www.koya-culture.com/)에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김상아 ∙ 김민서의 음악편지⌟, ⌜시 마을 나들이⌟라는 꼭지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요. 이번 글도 <우리문화신문>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네요. 저는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라는 꼭지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R. Carson, 1907~1964)은 1962년에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이라는 책을 써서 그때까지 ‘신이 내린 살충제’라는 찬사를 받던 DDT가 생태계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책의 내용은 인간이 식량증산을 위해 DDT 같은 농약을 만들어서 해충을 죽이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충뿐만 아니라 이로운 곤충도 죽고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죄 없는 새들도 죽을 것이라는 예언서 같은 내용이었다. 이 책은 미래 어느 날, 산골 마을에 봄이 왔지만 새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침묵의 봄이 나타날 것이라고 암울한 예언을 하였다. <그림1> 《침묵의 봄 (Silent Spring)》 책과 지은이 레이첼 카슨(R. Carson) 카슨이 알기 쉽고 서정적인 문체로 쓴 이 책은 100만 부 이상이 팔리고 전 세계 16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책이 나오자 농약 회사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하여 격렬하게 카슨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그렇지만 당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이 책을 읽고서 1963년에 백악관에 “환경문제를 다루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희망의 새해니 뭐니 하면서 해를 바꾸어도 사람들은 오로지 코로나 발생이 줄어들기만을 바랄 뿐, 계절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느낌도 없는 듯하다. 예전에 혹독한 추위가 오면 봄 봄 노래를 불렀는데, 요즘에는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바깥나들이도 못 하고 대부분 집콕 하고 있어서 그런지 영 봄을 기다리지도 찾지도 않는다. 하긴 예전보다 난방시설이 좋아져 굳이 따뜻한 봄날이 사무칠 이유는 없으렷다. 한동안 영하 십몇 도 이하로 내려가다가 어느 틈엔가 영상 15도까지 올라가는 변화무쌍함도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하는 원인 중의 하나일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집안에만 있으면서 하늘만 보다 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째인데, 문득 달력을 보니 아니 오늘이 입춘이구나! 盤登細菜燕依人 오신반(五辛盤)을 내오고 처마에 제비 드니 此是東皇按節辰 지금은 봄의 신이 행차하는 때로세 誰言極否難回泰 그 누가 말했던가 꽉 막히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忽破窮陰復睹春 어느덧 심한 추위 다 지나고 봄이 돌아왔는 걸 ...《무명자집》 시고 제1책 / 시(詩) 입춘/임인년(1782, 정조6) 예전에는 이랬단다. 입춘에는 오신반을 먹었단다. 매운맛이 나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우리, 그림 그린 적 많아도 우리 그림, 그린 적 정말 없다. 다들 지난 시절을 추억해보면, 주로 학교와 일상에서 그렸던 그림은 서양화일 거다. 박물관에 가서 우리 그림을 본 적은 있겠지만, 보통 ‘수묵화’, ‘문인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선비의 고고한 기품, 범상치 않은 위엄 때문에 뭔지 모를 부담감을 느낀 독자도 많을 법하다. 그런 의미에서 신하순ㆍ최혜인ㆍ최은혜ㆍ안지연이 함께 쓴 《우리 그림, 그려볼까요?》는 우리 미술에 관심을 두는 것은 물론, 조금씩 배워보고 싶게끔 만드는 책이다. 우리 미술에 대해 알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의 저자 네 명이 각자 자신의 특기를 살려 한 분야를 소개한다. 우리 그림의 대표적 장르인 수묵화, 채색화, 산수화, 문인화가 그것이다. 각 장에는 그림을 그리기 전 생각해 보아야 할 점, 재료 소개, 제작 과정이 담겨 있어 친근한 미술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듯, 우리미술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첫 번째 주제 <수묵화를 그려볼까요?>에서는 작은 점에서 큰 점으로, 가는 선에서 굵은 선으로 먹의 번짐과 흐름을 경험하면서 최대한 쉽고 편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2000년 7월 전근 발령을 받고 수원지방법원으로 왔다. 그때까지 나에게 ‘수원’이라고 하면 대학 다닐 때 친구들과 딸기 먹으러 왔던 곳이고, 1982년 수원지방검찰청에서 4달 동안 검사 시보를 하던 곳으로 기억되던 곳이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나에게 수원이란 단지 그 정도의 피상적인 도시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2000. 7. 정말 오래간만에 수원으로 다시 오니, 수원은 예전에 내가 기억하던 그런 도시가 아니었다. 우선 법원ㆍ검찰은 화성 성곽을 빠져 나와 원천동으로 옮겨와 있었다. 예전에 내가 검사 시보를 할 때, 이곳은 그냥 한가로운 농촌의 모습이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화성 성곽은 대부분 복원되어 있었고, 그것도 단순히 복원만 된 것이 아니라,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까지 되어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니?” 그 전까지 내 고정관념으로는 문화유산이란 오래된 유산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딸기 먹으러 올 때만 하더라도 수원 화성은 여기 저기 성곽이 허물어 있었지 않은가? 내 기억에는 허물어져 있던 구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18세기 말에 축조한 성곽이, 그것도 현대에 와서 복원한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나는 현재 공자보다도 더 오래 살고 있지만, 인생 칠십에 배우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 없음을 깨닫고 있다. 지금 이 나이에 배워서 뭐하냐는 말들을 하지만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고, 배우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이다. 어디에 써먹으려고 배우는 것보다도 배우는 것 자체가 기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런 말도 세상에서 크게 성공하신 분들로부터 들으면 그 의미가 새로워질 수 있다. 위의 말을 한 사람은 가야금 음악가이신 황병기 님이다. 가야금 연주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황병기 선생은 2013년에 갑자기 《논어 백 가락》이란 책을 내셨는데 공자의 어록이라고 할 《논어》의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인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라는 귀절을 설명하면서 배움의 중요성을 다시 말씀하신다. 이 책이 나온 2013년에 황병기 선생은 77살이셨다. 말하자면 70대 후반에 접어든 때인데, 이 때에도 배움의 중요성, 아니 배움의 즐거움과 기쁨에 대해서 잔잔하게 말씀을 하신다. "아무리 노인이 되어도 뭔가를 알고 배우려는 게 사람이다. 노인도 세상 뉴스는 알고 싶고 손주들이 어떻게 지내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교수] 2015년 전 세계 195개 나라는 프랑스 파리에 모여 2100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인 1900년보다 2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기후변화협약의 장기 목표에 합의했다. 파리 협약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다. 기후변화는 이제 기후 위기로 불리며, 지구촌의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었다. 지구가 더워지면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을 상승시킬 것이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에 따르는 피해는 일반인이 일상 생활에서 실감하기 어렵다. 기후변화는 폭염과 가뭄, 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자주 일으켜 경제적인 피해를 준다고 하면 사람들은 기후위기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도덕이나 양심보다는 경제적인 동기에 의해서 변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기후 위기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인류가 적은 투자를 해서,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스턴은 2006년에 낸 <기후변화 경제학에 관한 스턴 보고서&g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얼마 전에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한 음식 프로그램에 손이 멈춰졌다. 장안에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사 앞에는 대형 스크린이 있고 그 속에는 전 세계 40여 개 나라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 혹은 한국요리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이 화상으로 연결돼 각자의 조리대에 재료를 쌓아놓고 있었다. 서울에서 요리사가 요리방법을 알려주면 영상으로 그것을 보고 요리를 해나가는데 요리가 잘못되면 요리사가 개선방법을 즉석에서 가르쳐주고, 잘 된 것은 칭찬을 해주니 각국에서 참여한 자원자들이 원하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눈앞에서 배우고 그렇게 만든 음식을 맛보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화상회의를 한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세상에, 이제 전 세계 어디에 있든지 직접 수강생이 되어 직접 눈앞에서 요리를 시도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된 이후 가상공간을 통해 접촉과 교류, 쌍방향에다가 다방향의 회의나 수업, 교육하는 이른바 비대면(非對面) 문화가 ‘뉴 노멀’, 혹은 새로운 대세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얼마 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