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누구나 단 한 번 살고, 단 한 번 죽는 인생. 그 한 번의 삶을 어찌 살아야 하는가. 또, 그 삶에 주어진 한 번의 젊음을 어찌 보내야 하는가.” 이는 서른을 맞은 우당 이회영이 자신에게 던진 준엄한 질문이었고, 이후 예순여섯의 나이로 눈을 감을 때까지 전 일생을 바쳐 그 질문에 답하게 됩니다. 이 이회영 선생을 그리는 책 《한번의 죽음으로 천 년을 살다》가 김태빈ㆍ전희경 공저로 레드우드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이 책의 1부에는 이회영 선생과 그 가족의 삶이, 2부에는 우당기념관에서 국립서울현충원까지 이회영 선생과 관련된 장소들이 3개의 코스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특히, 서울에 남은 적지 않은 유적 가운데 사라진 곳과 보기 힘든 곳들을 일러스트로 되살리고 발품을 팔아 생생한 사진을 제공한 점이 돋보입니다. 이회영 선생은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오성 이항복의 10대손으로, 선생의 집안은 이항복 이후 6명의 정승과 2명의 대제학을 배출한 명문가 중의 명문가였습니다. 이회영 선생의 아버지 이유승 역시 한성판윤과 이조판서 등을 지낸 고위관료였고, 6형제의 재산은 대충 헤아려도 오늘날 값어치로 600억이 넘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김화 정진국 시인의 시집 《가을엽서》가 어느 날 저에게 배달되었습니다. 제가 시집 선물을 많이 받아봤지만, 정진국 시인은 그동안 저에게 시집을 선물한 시인과는 또 다른 분입니다. 정 시인은 예비역 준장입니다.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군문에 있었지요. ‘장군과 시인’이라는 조합이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준다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무인이 시를 쓴다고 하니 언뜻 호탕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우국충정의 시가 연상되기도 할 테고요. 그러나 정 시인의 시는 그런 시와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정 시인의 시를 감상하면서 저에게 떠오르는 단어는 ‘풍경시인’입니다. 정 시인은 주위에서 만나는 풍경을, 특히 숲의 풍경을 시로 많이 남겼습니다. 시인의 말을 들어보지요. 어렵고 힘들 때마다 십여 년간 함께 걸어온 숲은 나의 진정한 친구요. 보금자리였음을 인정합니다. 아름다운 숲은 나에게 상큼한 새벽을 열어주기도 하였고, 칠흑 같은 밤길에 등불처럼 노래를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지나온 결실을 잘 거두어 새로운 씨앗을 자연에 한 톨 한 톨 심어가는 참된 시인이 될 것입니다. 다시 다가올 가을을 위해... 정 시인은 군문을 떠난 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아프리카의 쿤타리카산에는 300여 종이 넘는 원숭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영국의 리즈버리 탐험대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우연히 원숭이들의 재미있는 특징 몇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원숭이들은 지도자 원숭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크게 울며 슬픔을 표현했습니다. 슬픔을 알고 그것을 서로 나누고 있었지요.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라는 인간의 말을 그들은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갑자기 큰 뱀이 나타났습니다. 원숭이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듯했지만, 곧 돌을 들고 나타나 힘을 합해 침입자에게 던졌습니다. 결국, 뱀은 도망갔고 재앙 앞에서 하나가 되어 협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셋째, 산 중턱에서 죽은 새끼를 안고 있는 원숭이 부부를 보았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힘내라고', '내가 있다고'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듯하였습니다. 원숭이들의 놀라운 모습을 목격한 탐험대는 영국으로 돌아와 이기적인 사람들을 볼 때면 '원숭이만도 못한 사람!', 또는 '쿤타리카로 보내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입니다. 다만 위선적인가 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이 아름다운 싯귀는 시인 나희덕이 11월에 부쳐 쓴 작품이다. 겨울을 재촉하는 강한 바람에 마지막 매달려 있던 나뭇잎마저 뜯겨 날려 가는 계절을 짧은 글로 나타내고 있다. 계절은 나희덕이 그린 11월을 넘어서 12월로 접어들었다. "어허 벌써 올해도 마지막 달로 접어들었단 말인가?" 이런 탄식이 사람들의 입에서 줄을 잇는 그런 사이에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공원의 나무들은 게으른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계절의 위력에 순응이라도 하려는 듯 마지막 잎까지 날려버릴 준비를 다 하고 있다. "명령만 내리세요, 겨울님!" 그들은 더는 동장군의 위력에 저항할 의지도 버린 모양이다. 그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며 나는 미국작가 오 헨리의 단편소설보다는 더 마음이 댕기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가수 배호가 부른 같은 이름의 노래다. 그 시절 푸르던 잎 어느덧 낙엽 지고 달빛만 싸늘히 허전한 가지 바람도 살며시 비켜가건만 그 얼마나 참았던 사무친 상처길래 흐느끼며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 그런데 이 멋진 노래의 노랫말은 포항출신의 정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20년 11월 9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있는 ‘반기문 평화랜드’에서 ‘글로벌 청년 기후 챌린지타운 홀 미팅’이 열렸다. (필자 주: 회의 제목에 영어 단어가 무려 5개나 들어간다. 개탄할 현상이다.) 반기문 총장은 강연에서 "인간에 의한 생태계 파괴가 심해질수록 전염병은 더욱 창궐하게 될 것이며 기후 위기의 영향은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인류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류는 중요한 문명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라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성장 패러다임에서 생태적 공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위주의 생활 방식에서 환경친화적인 생활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경고는 시기적절하며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맞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떨고 있지만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 감염 위기는 머지않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희망하기로는 지금부터 1년 뒤인 2021년 말까지는 전 인류에게 백신이 공급되어 마스크를 벗어버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탓에 초래된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늦은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요즈음 나를 사로잡은 음악이 하나 있다.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1845~1924)의 ‘무언가 3번’이란 피아노곡이다. 3분 안쪽의 짧은 곡인데 한 번 듣는 것으로 성이 차지 않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의 연주를 포함해서 몇 번이고 듣지만 주로 이 한국인의 연주를 우선 듣는다. 무언가라면 무언(無言). 곧 가사가 없는 노래라는 뜻이겠지. 피아노곡은 원래 노래 없이 연주만 하는 경우가 많으니 특별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라고 하면 무언가 정말 드러내지 않은 메시지가 담겨있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이름이다. 프랑스 사람인 작곡자 포레가 붙였을 원제목은 불어로 ‘Trois romance sans paroles’라고 해서 ‘무언의 3개 로망스’라고 뜻인데 그냥 무언가라고 부른단다. 포레의 작품번호 17번인 이 곡은 3곡인데 그중에 3번째 곡이 글자 그대로 로망스의 분위기가 나는 곡이다. ‘로망스’라고 하면 우리는 베토벤의 로망스 2번 F장조를 처음 듣고 그 두근거림과 달콤함에 곧 빠진 기억이 새로운데 이 곡을 들으면서도 나는 그런 달콤하면서도 아련한 느낌과 함께 이 곡과 관련된 어느 한 분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일제시대 왜놈들의 우리 민족에 대한 집단적 학살이 많았지요? 3.1 운동 후 국내에서 학살로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제암리 교회 학살사건이네요. 만주에서는 청산리 전투에 대한 보복으로 화룡현 장암동, 연길현 와룡동 등 한인촌을 휩쓸며 독립군도 아닌 일반 백성들을 학살하였고, 연해주에서는 1920년에 블라디보스크의 신한촌과 우수리스크 한인촌 등을 돌며 한인 백성들을 학살하였지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일본군에 의한 조직적 학살이라고 하면, 관동대지진 직후에는 광기의 일반 일본인들이 한인들을 학살하였구요. 그런데 《Colors of Arirang(이정면ㆍ류승호ㆍ승률ㆍ서용순, 이지출판》을 보니 사할린에서도 일반 일본인들이 한인들을 학살하였습니다. 그것도 1945. 8. 15. 일본이 항복을 선언한 직후인 8월 20일에서 25일까지 한인들을 무차별 학살했습니다. 아리랑 답사대는 그 학살이 일어났던 미즈호 마을도 찾았습니다. 도대체 이들이 왜 한마을에 같이 살던 한인들을 살해하였을까요? 일본인들은 자기 조국이 패망하면서 자기네가 살던 마을이 하루아침에 적국 소련땅이 된 것에 어느 정도 패닉 상태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럴 때 한인들이 소련군에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계절이 빨리 가는 것 같지만 올해처럼 가는 것 같지도 않으면서 가는 해는 처음이렸다. 연초 겨울에 별 것 아닌 것처럼 시작된 질병이 봄을 망치고 여름을 부질없게 하고 가을까지도 꼼짝을 못 하게 하니 올 한해는 정말 우리가 계절에 따라 자연을 즐기지 못하고 ‘한 번도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한 해를 산 것이 아니냐는 억울함이 이제 가을을 보내면서 진하게 솟아오른다. 우리는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면, 털털 털고 길을 나서곤 했다. 시골길이든 산길이든 호젓한 길을 걷다가 밤이 되면 자연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 홀로 길을 나섰네 안개 속을 지나 자갈길을 걸어가네 밤은 고요하고 황야는 신에게 귀 기울이고 별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네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여성 스베틀라나가 20여 년 전에 불러 우리의 애청곡이 된 ‘나 홀로 길을 나섰네’의 노랫말에서처럼 가을은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만나고 자연과 대화하는 계절이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가을이다.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며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호소 겸 명령을 거역하기 어려웠기에 어디든 가서 마음 놓고 차 한 잔 음악 한 곡 마음대로 듣기 어려웠고 친구들과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우리 모두 대한민국의 꽃은 무궁화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을 불렀고, 무엇보다도 애국가 가사에 ‘무궁화 삼천리’가 나오니까요. 그런데 왜 무궁화가 나라꽃[國花]인지 생각해보신 적 있습니까? 사실 무궁화는 공식적으로 나라꽃으로 지정된 것도 아닙니다.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가 ‘무궁화가 왜 나라꽃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파고들어 《두 얼굴의 무궁화(국가상징 바로잡기)》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강 교수는 전세계의 나라꽃을 조사해보니, 세계 각국은 나라꽃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5가지 특성을 보유했거나, 보유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⓵ 지리성 : 원산종이거나 자생지가 분포하고 있거나 국토 대부분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한 꽃 ⓶ 민주성 : 위에서 아래로의 일방적 지정이 아닌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선정한 꽃 ⓷ 역사성 : 예로부터 그 나라의 신화, 역사, 문학과 예술에 중요한 지위와 역할을 차지한 꽃 ⓸ 접근성 : 국민 대다수가 좋아하고 국민 일상생활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꽃 ⓹ 상징성 : 국가와 민족의 특징과 전통을 대표할 수 있는 꽃이거나 세계적으로 희귀한 특산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참나무는 낙엽활엽수로서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지만 소나무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나무는 한 그루에 수백만 원씩 조경용으로 팔리고 있는데 참나무를 사서 심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참나무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산에는 참나무가 없다. 참나무는 특정 나무 종의 이름이 아니고 통칭에 불과하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졸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 6종의 나무를 모두 참나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참나무 6형제의 공통적인 특징은 도토리라고 부르는 열매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참나무는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는 풍매화고 서로 교배가 가능해서 잎이나 줄기로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정쩡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가장 많이 보는 참나무는 신갈나무로서, 옛날에 짚신이 헤지면 깔창 대신으로 사용했는데, “신을 간다”라는 뜻으로 ‘신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졸참나무는 잎과 열매가 가장 작아 ‘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근에는 표고버섯의 재료목으로 많이 쓰이며, 졸참나무 도토리로 만든 묵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떡갈나무는 참나무 중에서 잎이 가장 큰데, 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