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아버지는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는 나를 기르셨다. 나를 다독이시고 나를 기르시며, 나를 자라게 하고 나를 키우시며, 나를 돌아보시고 나를 다시 살피시며, 출입할 땐 나를 배에 안으셨다. 이 은혜를 갚으려면 하늘처럼 망극해 한량이 없구나. 父兮生我 母兮鞠我 拊我畜我 長我育我 顧我復我 出入腹我 欲報之德 昊天罔極” ...《시경》 〈육아(蓼莪)〉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이 올해로 혼인 70주년을 맞았다. 거꾸로 세어보면 625동란이 나던 1950년 초겨울에 혼례를 올리고 부부가 되신 것이다. 두 분이 혼인하실 당시 아버지는 집의 나이로 18세, 어머니는 한 살 위인 19세셨다. 문경 주흘산 동쪽 계곡의 너른 분지의 윗동네에 사는 할아버지와 아랫동네에 사는 외할아버지가 서로 친구분이신데 두 분이 둘째 아들과 둘째 딸을 맺어 주셔서 부부가 되고 두 분이 자녀를 3남 2녀를 낳아 그 밑에서 이제 손자 손녀 10명에 우선 증손주 8명이 태어나 자라고 있다. 마침 아버지 생신이 늦가을 초겨울이라서 올해 혼인 70주년을 맞아 생신축하 겸 성대한 기념 축하연을 열어드리는 것이 자식된 도리로서 마땅하나 식구들이 모두 한데 모이다가 혹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하면 미국은 한자로 표기하면 ‘美國’이지만 선거 과정을 보면 ‘迷國’이 맞는 것 같고 그 결과를 보면 ‘未國’이 맞는 것 같습니다. * 美(아름다울 미), 迷(혼미할 미), 未(아닐 미)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자유를 표방한다지만 불평등 속에서 방종으로 통제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세계 1등 국가로 자부한다고 하면서 길거리에 넘치는 노숙자들이 그러합니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승자독식이라는 독특한 제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문화와 사회 각 분야에 영향을 주는 심각성입니다. 승리한 1등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을 가진 사회가 건강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1등에게만 부와 권력을 몰아준다고 하는 것 1등과 2등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지만, 그 결과는 극단적입니다. 그러니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합니다. 전부(Sum)가 아니면 전무(Zero)니까요. 그런 사회의 대다수 삶은 폭력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사랑의 깊이와 기간, 개인차에 의한 호감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사랑의 유효기간은 길게는 3년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행복 물질들이 분비됩니다.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과 같은 호르몬들이지요. 상대를 보고도 그 호르몬이 더는 분비되지 않으면 사랑은 끝난 겁니다. 그 이후에는 정으로 살거나 의리로 살거나 억지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한 사람과 혼인하여 20년 이상을 같이 산다고 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는 한 해 이혼이 10만 쌍 정도를 유지합니다. 해마다 혼인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을 생각하면 이혼의 비율은 지속해서 높아져 가는 것이란 사실을 쉽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판단력이 부족하면 혼인을 하고 이해력이 부족하면 이혼을 하고 기억력이 부족하면 재혼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혼인과 이혼, 재혼이 문제는 아닙니다. 삶이란 결국 행복의 최대치에 수렴하려는 과정이니까요. 한편으로는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함을 생각합니다. 시골 학교에 근무할 때 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의 대부분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조부모에게 맡겨진 경우가 많았고 아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그것도 벌써 근 30년 전의 일이구나. 언젠가 점심을 마치고 영등포역 앞 지하상가를 지나다가 레코드를 파는 집이 보여 잠깐 들렸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장의 CD. ‘줄리에트 그레코’였다. 그날 오후 만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기억도 안 될 정도로 서둘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얼른 CD를 걸었지. 옛 축음기가 돌아가는 듯한, 가을비가 내리는 듯한 분위기의 전주 부분에 이어 촉촉한, 비음의 목소리가 거실을 감싸고 돌아온다. 오, 네가 기억해 주었으면 우리 사랑하며 행복했던 시절을 그 무렵 인생은 더없이 아름다웠고 태양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지 죽은 낙엽들은 삽 속에 모여 담기는데 추억도 회한도 고엽처럼 모여 담기는데 북풍은 싸늘한 망각의 어둠 속으로 그걸 싣고 사라져버린다. 이런 내용의 이 노랫말이 줄리에트 그레코의 물 흐르는 듯한 목소리에 담겨 흐르는 동안 나의 머리도 근 50년 전 옛날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70년대 초 대학생 때 클래식 기타동호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기분을 내어 자주 들리던 곳이 있었다. 지금 한국일보 남쪽 이마빌딩 앞 삼거리에 있던 '해심(海心)'이라는 조그만 술집... 의자라야 무척 좁고 낡고 것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나무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나무는 소나무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산과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서울 도심의 가로수도 소나무가 많아졌다. 소나무는 대표적인 침엽수로서 잎이 뾰족한데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산에서 볼 수 있는 잎이 뾰족한 침엽수로서 전나무, 소나무,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등이 있다. 이들 4가지 침엽수를 구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뭉쳐나는 잎의 수를 세는 것이다. 필자는 “1전 2송 3리 5잣”이라고 외우는데, 전나무는 잎이 하나이고, 소나무는 잎이 2개로 갈라져 있고, 리기다소나무는 3개로, 잣나무는 잎이 5개로 갈라져 있다. 솔방울, 솔잎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어로 소나무는 원래 ‘솔’로 불리었는데, 솔나무 또는 소오리나무라고도 한다. 소나무란 말은 솔+나무가 합성될 때에 ㄹ이 탈락되어 소나무가 되었다. ‘솔’의 뜻은 나무 중에 우두머리란 뜻인 수리에서 시작되어 이후 수리->술->솔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소나무는 한자로는 송(松)이다. 松의 어원을 살펴보면, 중국의 진시황이 말을 타고 가던 중에 비를 만나 잠시 피신한 장소가 소나무 밑이었다. 그래서 진시황이 “나무(木)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목마른 계절” 이 가을에 적합한 표현인 것 같다. “아 목이 마르구나!” 이렇게 이야기하면 술 생각이 나느냐고 하겠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모든 게 목이 마르다. 어디든 가고 싶은 것도 그렇고 누구든 만나고 싶은 것도 그렇고 무슨 이야기이든 밤새워 하고 싶은 것도 그렇고 ... 그렇다. 나는 목이 마른 계절을 살고 있다. 술이 넘치지만, 술을 같이할 사람도 없고. 술 많이 마시자고 하면 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을 것이고, 술 대신에 맑은 음료를 놓고 이야기의 강물을 마시고 싶어도 같이 이야기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고, 지금 내가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를 알고 싶은데 어디다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 《목마른 계절》 사실은 책 이름이다. 우리의 전설이 된 수필가 전혜린의 수필집이다. 전에 본 수필 ‘먼 곳에의 그리움’에서 이미 알아버린 그녀의 마음, 어딘가 가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내 마음에도 방랑의 바이러스를 뿌린 게 아닌가 헷갈리는 때에 나는 인터넷으로 옛 책 검색을 하다가 이 《목마른 계절》이란 이름의 책을 발견했다. 1976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이 2018년에 5판 4쇄까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國破君亡社稷傾(국파군망사직경) 나라는 망하고 임금도 죽어 사직은 기울었는데 包羞忍死至今生(포수인사지금생) 부끄럼 가득 안고 죽지 못해 지금껏 살아있었네 老身尙有沖霄志(노신상유충소지) 몸은 늙었지만 아직 하늘을 찌를 뜻이 남아있으니 一擧雄飛萬里行(일거웅비만리행) 한 번 날아올라 만리 길을 떠나노라 한일합방이 되면서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던 동농 김가진(1846~1922) 선생이 1919년 10월 무렵 상해로 떠나면서 쓴 시 ‘上海發行日口號(상해로 떠나는 날에)’입니다.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다고 하면 얼른 친일파가 떠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농은 조선의 마지막 대신이었기에 일제의 조선귀족령에 따라 일방적으로 작위를 받았던 것이지요. 그 대신 동농은 연금 받는 것은 단호히 거부하였습니다. 위 시에서 보듯이 동농은 망해버린 나라의 대신으로서 일제 치하를 살아가는 것을 치욕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3.1만세운동 뒤 대동단이 찾아옵니다. 대동단은 3.1만세운동 직후인 1919년 3월 말 무렵 3.1 운동에 자극을 받아 전협, 최익환 등이 주동이 되어 만든 독립단체로 이들은 동농에게 대동단 총재를 맡아달라고 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유럽인들의 시각으로 해석한 발견이고 실제로는 아메리카 대륙에는 수만 년 전부터 원주민이 사는 평화로운 마을이었으니 원주민의 처지에서 보면 발견이 아니고 침입이라는 표현이 옳습니다. 1492년 10월 12일, 바하마 제도의 한 조그만 섬에 사는 벌거숭이 인디언들 앞에 느닷없이 커다란 날개를 편 배 세 척이 나타납니다. 그것은 인디언들이 일찍이 본 적이 없는 '괴상한 물건'이었지요. 조그마한 배가 큰 배에서 내려지더니, 살갗이 흰 사람들이 뭍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들은 인디언들의 코에 걸고 있는 황금 고리를 무척 가지고 싶어 했습니다. 인디언들은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섬에 황금을 많이 가진 종족이 살고 있다고 손짓으로 알려주자 백인들은 서둘러 그곳을 떠났습니다. 훗날 백인이 다시 찾아와 부서진 배 한 척과 선원 44명을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인디언들은 섬에 남은 백인들을 아주 잘 대해주었지요. 인디언들은 순진했고, 욕심도 없어서, 백인들이 무엇을 달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내주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디언들은 백인을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가을 수채화 ... 윤갑수 따스하던 한낮의 날씨는 금세 지는 해처럼 갈바람은 차갑게 옷깃을 파고든다. 자람이 멈춘 나뭇잎마다 푸른빛을 내려놓고 탈색 중이다. 밤낮 기온 차가 화가로 변신 연일 멋진 수채화를 그린다. 이제 가을이네. 사람이 다니는 길옆에는 수천, 수만 장의 수채화가 그려지고 있구나. 차가운 공기에 나뭇잎들이 어이쿠 안 되겠구나 하면서 몸의 물기를 거두면 싱그럽던 녹색의 이파리들도 노랗게 누렇게 빨갛게 색을 바꾼다. 그리고 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한다. 이런 가을엔 모두가 시인이다. 모두가 시를 쓰고 싶고 그 시로 이 가을의 무드를 잡고 그 속에 빠져들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시집이라는 책 속에 들어가거나 어디 창이 있는 방안에서 뭔가를 찾을 때 가능한 마음의 소풍이다. 길거리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 사이에서 그런 호사를 누리기가 어렵다. 가을의 길거리는 자칫 마음만 바쁘고 쓸쓸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길 가다가 전봇대에서 멋진 시를 마주친다. 그 시는 이렇게 속삭인다.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떨어질 때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왜 낮은 데로 떨어지는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 공자가어(孔子家語) : 논어(論語)에 빠진 공자의 일화를 기록했다는 고서 芝蘭生於深林 지란생어심림, 不以無人而不芳 불이무인이불방 “깊은 산 속의 영지와 난초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향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꽃이 화려한 이유는 번식을 위해서입니다. 벌레와 새를 유인하여 수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죠. 원시시대에는 고사리와 같이 씨와 꽃 없이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이 많았지만, 지금은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하여야 번식에 성공할 수 있으니 화려함은 처절함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식물은 좋은 환경을 찾아 움직일 수 없고 단지 평생을 한자리에서 기다리기만 해야 하니까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바라며 한세월을 지내야 하니까... 그것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향기가 없는 것은 아니니 항상 준비하는 모습이 가슴 아리게 다가옵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의 인품과 학식이 사라지거나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자신을 닦고 자신의 길을 가면 자연히 그 향이 퍼지게 되겠지요. 자신의 신념은 쉽게 저버리기 어렵습니다. 때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