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치고 힘들 때 어제 아침이 바로 그랬다. 가을 하늘보다도 더 높은 하늘. 구름은 어디 갔는가? 하늘의 끝은 어디이고 바다의 끝은 어디인가? 그 망망한 경지를 보노라면 눈을 뜨기 힘든 것인가? 김동규가 부른 그 노래의 첫머리 그대로이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노르웨이 출신의 음악가 secret garden이 바이올린 곡으로 연주한 것을 번안했지만 요즈음에는 마치 아주 오래된 우리 가곡처럼 느껴지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원곡의 제목이 ‘serenade to spring', 곧 봄에 바치는 세레나데다. 이것을 10월이라는 달에 갖다 붙인 것인 만큼, 최근 몇 년간 계절이 빨라지고 있어 꼭 10월에만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면, ’9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고 가사를 살짝 바꾸어서 그리 죄가 될 성싶지 않다. 그것은 왜냐하면 하늘이 걷히고 가장 눈에 좋다는 파랑(blue)이 온 시야를 가득 채우는 이런 때에는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라고 한 것처럼 사랑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새금융사회연구소’ 장일석 이사장이 《효사재 가는 길》이라는 자서전적 책을 냈습니다. ‘자서전적’이라고 한 것은 본인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직접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책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장 이사장은 동문회지에 실을 원고 때문에 찾아온 대학 후배에게 틈틈이 써놓은 원고를 보여준 뒤 시간 나는 대로 후배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 결과물이 《효사재 가는 길》로 출판된 것입니다. 효사재는 장 이사장이 태어난 생가의 이름입니다. 인생 마지막은 효사재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고 싶어 제목을 그렇게 했나요? 서울법대 최고지도자 과정(ALP) 동문인 장 이사장이 저에게 책을 보내왔을 때는 그저 의무감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와! 책 재미있데요. 《효사재 가는 길》은 재무부에서 30년 공직생활을 하고 정년퇴임한 공돌이의 삶이 무슨 재미가 있겠냐는 제 편견을 싹 씻어준 책입니다. “한양을 오르내리는 손길 가운데 굶은 사람들은 이 집을 찾아왔어. 그뿐만 아니라 먼길을 오가는 손길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와 한 끼 청할 때가 다반사였지. 그 집 문턱을 넘는 데에는 어떤 조건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제주도에 갔을 때 마상 무예를 본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몽골 출신의 출연자들은 말 위에서 서고 매달리고 심지어 물구나무서기도 하는 등 고난도의 마상 무예를 보여주었습니다. 말과 하나 되어 자유자재로 공연을 펼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훌륭한 승마자는 말이 아무리 날뛰어도 말에서 떨어지거나 위험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승마자의 몸이 말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바닷가에서 파도타기 하는 써핑족을 봅니다. 파도를 잘 타는 사람은 파도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파도에 몸을 맡기고 그 힘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흐르는 사람입니다.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큰물이 나서 소와 말이 떠내려갈 때 소는 살아남지만, 말은 익사하고 만다는 뜻입니다. 대부분 네발 달린 짐승들은 수영을 배우지 않아도 생득적으로 헤엄을 칠 줄 압니다. 고여 있는 물이라면 소나 말 모두 헤엄쳐 난관을 극복합니다. 그런데 큰물에 빠졌다면 문제가 달라지지요. 말은 근육질로 이루어진 만큼 헤엄은 소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런데 왜 빠른 말은 익사하고 느린 소는 살아나올까요? 말은 물살을 이겨내려 애씁니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거대한 강이나 망망대해의 엄청난 물도 하늘에서 내리는 작은 물방울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 지난 장마 기간에 벌어진 '일만 척 폭포 소동'도 발단은 집 근처의 폭포줄기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폭포동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행정구역상으로는 원래 진관동인데 웬 폭포동이람? 무슨 이런 이름이 끼어들어 있지? 하면서 이사 온 것이 지난 4월 초. 이달 초 사상 가장 긴 장마에다가 폭우가 쏟아지는 날 마침내 그 비밀을 풀었다. 우리 동네의 폭포동(瀑布洞)이란 이름은 행정구역상의 동(洞)이 아니고 폭포가 흐르는 골짜기라는 뜻임을. 아무튼, 북한산 향로봉에서 구파발쪽으로 내려 이어지는 바위 사이가 조금 파여있다 싶더니 그 사이로 허연 폭포 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그것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았다. 그 폭포 물줄기는 왼쪽으로 해서 골을 타고 내려오는데,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다가 비가 많이 오면 이런 폭포가 생긴단다. 너무 신이 나서 사진을 찍어 카톡을 통해 아는 사람들에게 보내며 갑자기 폭포가 생겼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랬더니 속초에 사는 한 교수님이 이런 사진을 보내오는 것이었다. 앗! 우리나라에도 이런 폭포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원소는 조조와 대전을 벌이기 전에 진림에게 명하여 조조의 죄상을 성토하는 격문을 쓰도록 명합니다. 【조조의 할아버지 중상시 등은 좌관과 서황과 더불어 요사스러운 짓거리를 하고 탐욕스럽게 수탈을 일삼는 횡포를 부렸다. 그 아버지 승은 균지를 구걸하여 양자가 되었고, 뇌물을 바치고 벼슬을 샀는데 권문세가에 뇌물을 바치고 요직을 꿰차고 중요한 인물들을 쫓아냈다. 조조는 환관에게 양자로 들어간 더러운 씨알로 본래 덕을 쌓지 않았고 경박하고 교활하여 무기를 제멋대로 휘두르며 난리를 좋아하고 재난을 즐겼다.】 작성된 격문은 곧바로 허도의 조조에게 전해집니다. 격문을 접한 조조는 갑자기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해지며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내리지요. “누가 이 격문을 작성했느냐?” “진림이란 자가 지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조조는 웃으며 말합니다. "격문 속의 일들은 반드시 무략이 있어야 이룰 수 있다. 진림의 글은 비록 아름답지만 원소의 무략이 모자라니 어쩌겠느냐?" 훗날 조조가 기주를 공격하여 진림을 포로로 잡은 뒤 물었습니다. “경이 이전에 지은 글을 보면 죄상은 나 혼자만의 것이고, 악인에 대한 통박도 내 몸에서 그칠 일이거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조금 있으려니 바람의 힘이 거칠고 구름이 어둑어둑해지면서 사방이 막히더니 비가 뿌리다가 눈이 날리다가 하였다. 파도가 산처럼 높아져 배가 탄환처럼 흔들리고 바람에 거품이 날려 위로 쏟아지니 뱃사람들 대부분 정신이 아뜩하니 넘어졌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뒷 돛대 아래에 앉아 있었다. 전에 좌수포(左須浦, 현 대마시)로 갈 때 방에 누워있다가 어지러워 이리저리 굴렀던 것을 경계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날 파도는 좌수포에 견주어 열 배는 더 위험하고 나빴다. 그러나 나는 저녁 내내 어지럽지 않았으니, 이는 키 위쪽에 나와 앉아 눈으로 파도의 위세를 직접 본 덕택이다. 죽고 사는 것에 이르렀을 때 처음에 맡겨버리면 다시는 두려워할 바가 없다. 저 파도의 세력이 몹시 미친 것 같을 때는 마치 큰 산 하나를 보는 것 같다. 아래는 검푸르고 위는 하얗고, 또 그 위는 높고 험한 눈으로 쌓인 산봉우리가 뱃머리를 맞이한다. 그러면 뱃머리는 높이 이마 위에 있다가 흔들리면서 나아가다가 한 번 꺾이고 배의 고물이 또 정수리 위에 있게 된다. 이어서 왼쪽으로 구르다가 오른쪽으로 구르기를 각각 두세 차례 하고, 반드시 위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흔들린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교수] 혼란스러운 언론 보도 2020년 8월 초에 섬진강과 낙동강에서 제방이 무너지면서 홍수 피해가 커지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0월 22일에 준공된 4대강의 16개 보가 홍수를 방지했는지, 아니면 오히려 홍수 피해를 키웠는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고 듣는 일반 국민은 매우 혼란스럽다. 보수 성향의 조중동과 경제신문들은 4대강 보가 있었기 때문에 홍수를 그나마 막았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진보 성향의 한겨레와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은 4대강 보는 홍수 방지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을 전달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서 단편적인 견해를 언론에 발표하여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보의 홍수 방지 효과” 논란에 대하여 전문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은 치수 사업” 당시 이명박 정부는 특별히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지 효과를 강조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에서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어록까지 인용하면서 4대강 사업은 치산치수 사업이며, 국토를 홍수에서 보호하는 재해 방지 사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조선 후기 숙종을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장희빈으로 인한 것이다. 숙종의 총애를 받아 소의(昭儀) 장 씨가 아들을 낳자 숙종은 이 아들을 원자로 삼고 소의를 희빈으로 승격시켰는데, 이에 송시열을 대표로 하는 서인(西人) 세력이 이를 극력 반대하자 숙종이 당시 정권의 우두머리인 송시열을 유배 보내 사사(賜死)케 하였다. 이로 인해 정치의 중심은 서인(西人) 세력에서 남인(南人) 세력으로 일시 이동하였는데, 이 사건을 기사환국(己巳換局)이라고 한다. 숙종 15년, 1689년의 일이다. 이 기사환국에서 당대의 거유(巨儒) 송시열이 몰락한 것과 동시에 그를 떠받치던 서인 김수흥(金壽興1626~1690)ㆍ김수항(金壽恒1629 – 1689) 형제가 파직, 유배를 당해 사사되는 비극을 맞이한다. 김수항의 아들 김창협(金昌協, 1651~1708)은 당시 대사성을 지내는 등 일찍 관계에서 이름을 날렸으나 이 기사환국으로 아버지 수항이 사사(賜死)된 뒤에는 일체 관직을 사양하고 시골에 은거하면서 문학과 유학에 정진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에도 이름을 날렸다. 그러한 김창협이 30살 때인 1681년(숙종 7년) 홍문관 수찬으로 있을 때에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이라고 합니다. 지구상에 현생 인류가 처음 출현한 것이 약 300만 년 전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진정한 의미인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이 4만 년 전이랍니다. 그것을 계산하면 지구 나이의 0.00086%만큼만 인류가 살아왔다는 이야기지요. 그 4만 년의 기간에도 문자가 없었던 시기를 선사시대라고 하고 문자가 발명되어 기록으로 남긴 때부터를 역사시대라고 하는데 대략 BC 5000년을 기준으로 합니다. 선사시대는 문자가 없기 때문에 출토된 유물을 갖고 생활상을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뗀석기니 간석기니 청동기니 철기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지요. 문제는 남아있는 것들이 썩거나 없어지지 않는 물질들인 것이고 그 외 쉬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것은 속단이나 예단할 수 없어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무인도나 야생으로 돌아간다면... 오랜 시간 걸리는 돌을 다듬거나 흙을 빚어 그릇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취하기 쉬운 나뭇잎으로 그릇을 만들어 쓰거나... 무른 목질의 재료를 이용하여 도구를 만들어 쓰겠지요. 문제는 그 일상의 재료들이 오랜 세월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고 그런 이유때문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노라이프 김석영 대표가 세 번째 시집 《나무가 되고 싶었다》를 냈습니다. 2018년에 첫 시집 《길》을 내더니, 벌써 3집 시집을 냈네요. 김 시인은 처음에 팽목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바람에 날리는 추모 리본을 보면서 갑자기 시심(詩心)이 트였다고 하더니, 한 번 트인 시심의 샘물에서 계속하여 시의 냇물이 흘러나오는 모양입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은 《나무가 되고 싶었다》군요. 평창 속사리의 숲속에 땅을 사서 주말이면 달려가 손수 목공이 되어 게스트하우스를 짓더니, 아예 나무가 되고 싶었던 건가요? 나무가 되고 싶었다 누구나 나의 그늘에 누구나 잠시 머물며 맘 편히 쉬어 가도록 (중간 줄임) 나무가 되고 싶었다 만남과 이별 너머로 가을을 떠나보내고 외로운 자의 친구로 시집의 제목이 된 시입니다. 평소 넉넉한 웃음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돌봄을 아끼지 않는 김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시이군요. 이런 따뜻한 시인이기에 지갑 속에는 늘 천 원짜리 지폐를 가지고 다닙니다.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이 있습니다. 유혹을 대비하여 지갑 속에는 항상 천 원짜리 두세 장을 넣어 놓습니다. (중간 줄임) 터미널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