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모든 식물은 뿌리를 내릴 땅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옥토이든, 바위 틈새이던, 화분이던 간에 말이지요. 가끔 집안에 놓인 화분을 보며.. 좀 더 너른 공간에 좀 더 많은 햇볕과 자연을 접하지 못하고 성장을 제한당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개인의 정서적 안정감과 행복을 위하여 식물을 홀대하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대하지만 식물의 본성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으니까요. 특히 석부작(石附作)이니 목부작(木附作)이니 하는 아주 식물에게 필요 최소한의 영양을 공급하면서 그 살아있음의 아슬아슬함을 즐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분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예술원에 가서 팔뚝만 한 굵기로 자라 최소화한 크기(미니멀사이즈)의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시간 속에서 조금씩 이뤄놓은 성취물이 감탄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분재를 사거나 기를 생각은 없습니다. 그만한 돈도 없을뿐더러…. 기르다가 십중팔구는 고사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잠시 인간의 눈요기를 위하여 삶을 재단 당하고 이리 꼬이고 저리 비틀리며 팔다리를 잘리고 성장을 방해받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영국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프리스틀리(J B Priestley 1894-1984)는 젊을 때 게으른 화가 친구와 함께 시골 오두막을 찾은 적이 있다. 거기서 그는 친구와 함께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가장 가까운 늪지를 따라 해발 600여 미터의 구릉까지 빈들거리며 올라간다. 거기서 풀밭에 큰 대자로 드러누운 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해를 다 보낸다. 그러고는 해가 지면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다. 그들에게 황야는 근사한 휴게실이었다. 고개를 들면 눈 앞에는 끝이 없는 푸른 하늘이 장막처럼 쳐져 있었다. 그것은 실내장식이 되어있지 않은, 천국으로 통하는 대기실이었다고 그들은 표현한다.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끝없는 단조로움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깜빡이는 흥미를 하루종일 지루하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붉은 노을 속에서 천천히 변해 가는 구름과 그림자의 무늬 같은, 미묘한 다양성, 그리고 그 구름이 지니고 있는 고요함과 영속성, 인간과 인간의 관심사에 대한 고래로부터의 초연함, 그런 것에서 그들은 마음을 쉬고 마음의 정화를 느꼈다고 한다. 그런 휴식을 그들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황야에 드러누운 채 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열대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어른 키 두 배 높이의 커피나무를 쉬 볼 수 있습니다. 비교적 가난한 나라인 라오스를 여행할 때도 집집마다 커피콩을 따서 말리는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에서 가을 고추 말리듯 흔한 장면이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라오스에는 시눅커피가 유명했지요. 지금은 강릉이 커피거리를 만들고 커피 박물관을 운영하며 커피의 선두주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사실 춘천이 커피의 역사는 더 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공지천이 있지요. 공지천에는 에티오피아 참전탑이 있습니다. 6.25 당시 에티오피아 강뉴부대가 혁혁한 공을 세웠고 그 참전을 기리기 위한 탑을 세웁니다. 1968년 제막식 당시 '하일레 셀라시에 1세' 황제가 직접 참석하였고 그 자리에서 에티오피아 원산커피를 지속해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했지요. 그 약속은 쿠데타로 실각하기 전까지 지켜집니다. 서울에서 에티오피아 원산커피를 맛보기 위하여 공지천을 찾았으니 공지천이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된 이유이지요. 지금도 에티오피아 원산커피를 마시려면 에티오피아 집을 방문하면 됩니다. 2층 자판기의 500원짜리 커피가 에티오피아 원산이거든요. 우리나라는 커피가 생산되지 않지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의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된 뒤 7달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서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1,700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 제일의 선진국이라고 우리가 알고 있었던 미국의 코로나 누적 환자 수는 현재 40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 수는 15만 명을 넘었다. 우리나라 방역 당국은 코로나 전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8월 1일 현재 확진자 수는 14,336명이고 사망자 수는 301명에 불과하니 대한민국은 일본이나 유럽 여러 나라와 견주어 보면 코로나 전선에서 선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어도 나는 전혀 알 수가 없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내게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두려운 현실이다. 일상생활에서 ‘비대면’이 새로운 추세로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사람들은 시장에 가서 상인과 만나서 물건을 사는 대신 인터넷 구매와 배달을 선호하게 되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를 막기 위해서는 식사, 오락, 금융, 의료, 교통, 여행, 체육 등 각 분야에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접촉하는 것을 피하라고, 사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길게 느껴졌던 올 한해도 절반 이상이 달아났다. 예전 같으면 끝났을 장마는 남부에서 중부로 올라오면서 여전히 많은 비가 내리는 속에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고 일단 장마를 피한 남부지방은 불볕 무더위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무더위도 곧 입추에다 말복을 지나면 꺾일 것이다. 그래도 덥기는 덥고 그 더위를 피하는 일이 또 이 여름의 주요한 숙제다. 그런데 이 더운 여름철 내내 방문을 꼭꼭 닫은 채 옷을 차려입고 책상을 앞에서 꼿꼿하게 앉아 공부하는 분이 477년 전 조선시대 중기에 있었다. “선생이 일찍이 서울에서 《주자대전》을 구해오셨는데, 문을 닫고 들어앉아 읽기 시작하시더니 여름이 지나도록 그치지 않으셨다. 주변에서 더위에 몸을 상할 수 있다고 걱정을 하면 선생은 말씀하시길 ‘이 책을 읽으면 문득 가슴 속에서 서늘한 기운이 일어나서 저절로 더위를 잊어버리는데, 무슨 병이 나겠는가?’ 하셨다.” 선생의 제자인 학봉 김성일이 기록한 선생의 언행록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 선생이 누구신가? 바로 우리나라 주자학의 큰 봉우리인 퇴계 이황(1501~1570)이다, 선생이 한여름 무더위도 느끼지 못한 채 열심히 읽은 책은 《주자대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서예가 중리 선생으로부터 부채를 선물 받았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부채를 펼쳐 드니, 부채에는 중리 선생의 특유의 휘날리는 필체로 ‘妙用時 水流花開’라고 쓰였습니다. 추사가 초의선사에게 보낸 편지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합니다. 앞 구절까지 하면 이렇습니다. 靜坐處 茶半香初 정좌처 다반향초 妙用時 水流花開 묘용시 수류화개 고요히 앉은 자리 찻잔을 반을 비웠어도 향기는 처음과 같고 미묘히 흐르는 시간 속에도 물은 흐르고 꽃은 피는구나 초의선사에게 써 준 글씨인 줄은 몰라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추사가 쓴 위 글귀가 나옵니다. 이 글귀는 많이 보던 추사의 다른 글씨와 또 다른 맛입니다. 추사는 참 다양한 서체의 글씨를 남겼습니다. 그런 다양한 서체가 바탕이 되어 마침내 자신만의 독특한 추사체가 완성된 것이라고 하겠지요. ‘水流花開’라는 문구는 원래 송나라 시인 황정견의 시에 나오는 시구입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萬里長天(만리장천) 구만리 긴 하늘 雲起來雨(운기래우) 구름 일고 비 내리네 空山無人(공산무인) 빈 산에는 아무도 없는데 水流花開(수류화개) 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 그런데 ‘空山無人 水流花開’ 시구는 소동파의 시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장마 속에 소나기와 무더위가 번갈아 찾아오는 계절이 되니 다들 더위를 어떻게 이길까를 고민하는 것 같다. “그거 뭐 걱정인가요. 에어컨 켜고 그 속에 있으면 되지요.”라고 말하면 가장 첨단을 사는 사람일까. 그러나 에어컨 병으로 인생 말년의 몸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 전기 에너지보다는 자연 에너지가 더 이롭다고 할 것이다. 힘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자연 피서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이야 현대인들보다는 전기적 피서법이 없던 옛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퇴계 이황은 여름 한 철을 꼬박 문을 닫고 의관을 갖춘 채 방 안에 앉아 《주자대전(朱子大全)》을 읽었는데, 사람들이 무더위에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하자 퇴계가 말하기를, “이 책을 읽으면 가슴속에 절로 시원한 기운이 일어난다.”라고 답했다 한다. 그런 경지야 우리로서는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할 경지일 터다. 필자는 다행히 북한산 옆에 집을 얻어 살고 있어서 가능한 한 골짜기로 들어가서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맑은 바람을 쐬는 것으로 더위를 피한다. 그러나 도시 한가운데에 사는 일반인들은 이런 방법을 쓰려면 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지칠 것이다. 평생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 가운데는 ‘뜨거워지는 지구’도 있습니다. 아직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동토의 왕국인 시베리아가 영상 40도의 가마솥더위를 보이는 것은 쉬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무려 2만 1,000톤에 달하는 경유가 유출되었는데 뜨거워진 지구 덕에 영구 동토층이 녹아 지반이 내려앉은 것이 그 원인입니다. 영화는 미래사회를 투영합니다. 과거 영화의 내용이 지금 현실이 된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제작자의 상상과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테스피크'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인간의 무력함과 재연재해를 극복해 가는 주인공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서 개발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힘 앞에서 한없이 무력한 인간의 군상을 그려냈고 '샌 안드레아스'는 진도 9 규모의 강진으로 파괴되어가는 도시에서 아내와 딸을 구하기 위한 주인공의 피눈물 나는 역경을 그렸습니다. '2012'는 고대 마야시대부터 예언된 인류의 멸망이라는 소재로 지진, 화산, 해일 등 재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이지요.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한없이 무력한 인류의 모습과 그 와중에 가족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아이들에게 놀이 문화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슬기전화(스마트폰)와 컴퓨터 게임으로 통칭되는 아이들 소비활동을 놀이문화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의 유년 시절에는 마당, 옥상, 골목길, 운동장, 얼음판과 같은 공간과 형제자매와 더불어 놀러 오갈 수 있는 친구들과 같은 인적자원과 비석치기나 자치기, 사방놀이, 고누, 실뜨기, 고무줄, 굴렁쇠, 그네..... 등등의 도구가 있었지요. 공간, 인적자원, 도구는 놀이 문화를 이루고 있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습니다. 생존을 위하여 고통을 참아가며 제약된 상황에 참여하는 활동이 '일'이라면 생존을 떠난 자발적 활동으로 즐거움과 흥겨움이 있는 자유롭고 해방된 인간 활동이 '놀이'이지요. 어쩌면 노래, 노리개, 노릇, 놀림, 노름 등도 그 어원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스콜레’로 ‘여가’라는 뜻입니다. 곧 '놀이 문화를 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학교라는 공간이었지요. 그런데 학교는 여가와는 반대로 '체계적인 지적 훈련을 받는 장소'라는 뜻을 갖게 되었으니 아이러니 한 일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변변한 놀이도구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사람이 살다가 계절이 순환하는 것을 보면 가끔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 올린 글을 다시 상기시키며 그걸 재 공지할 것을 물어보는 페이스북에 보니 3년 전 딱 요때에 비가 많이 내려 그 비를 맞으러 밖으로 뛰어나가 찍은 사진들이 다시 올라온다. 남쪽엔 비가 많이 왔지만 서울 근처에는 비가 많지 않아 사실상 북한산 일대는 가뭄 증세가 있었는데 어제 밤과 오늘 사이에 쏟아져 내린 100밀리 가량의 비로 땅 속 깊이까지 빗물이 배어 아마도 식물뿐 아니라 동물들도 좋아하고 있는 듯하다. 딱 3년 전의 일이다. 지금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그냥 내리는 것이 아니라 줄줄 내린다. 하염없이 내린다. 아파트 거실의 문을 닫고 비를 바라본다. 빗방울들이 창문을 때리고 있다. 창문에 부딪치는 빗방울들이 조르르 미끄러지는 것을 보는 것은 재미있다. 바람이 조금 부니 빗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그런데 나는 지금 비를 보고 있는가?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가? 비는 보는 것인가? 듣는 것인가? 조선조 중기의 시인 장유(張維,1587~1638)는 내리는 비를 보면서 잔뜩 흥취가 나는 것을 표현하면서도 시의 제목은 청우(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