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도올의 《우린 너무 몰랐다》를 보면 여순 민중항쟁 때 죽은 박찬길 검사 얘기도 나옵니다. 검사가 죽었다고 하니까 반군에 의해 죽은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지요? 아닙니다. 경찰에 의해 총살당한 것입니다. ‘으잉? 경찰이 죽였다고? 그럼 빨갱이 검사였겠구먼.’ 이렇게 생각하실 분이 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박 검사는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검찰의 위력을 생각하면 검사가 경찰에 의해 살해당하였다는 것이 선뜻 믿기지 않지요? 지금부터 그 얘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여순항쟁 무렵 박 검사는 순천지청에 근무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가 어떤 시대입니까? 없던 빨갱이도 만들어내던 시대 아닙니까? 그런데 박 검사는 경찰이 송치해오는 사건 가운데 증거가 부족한 사건은 과감하게 무혐의 처분을 하고, 경미한 사건은 기소유예합니다. 이렇게 박 검사의 무혐의 결정과 기소유예가 늘어가니까 경찰의 불만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찰의 불만에 기름을 붓는 일이 생겼습니다. 박 검사가 어느 경찰관을 기소한 것입니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어느 경찰관이 길을 가는데 한 남자가 이 경찰관을 보더니만 갑자기 도망가더랍니다. 의심이 든 경찰관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 해를 새로 맞을 때 언론들이 즐겨 다루는 소재가 새해 운세 예측이다. 신문이나 잡지, 혹은 방송들도 유명 역술가들을 동원해 새해의 나라 운세가 어떻다는 둥 개인의 운세는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몇 월 며칠에는 무얼 조심하라는 둥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러한 새해 운세는 양력 1월 1일과 설날(음력 설)을 지나면 대개는 잊힌다. 설에 시골집에 내려가서 부모님들로부터 “올해 네 운세는 어떻다고 하니 올해는 가야지!”라는 말을 듣고 잔소리라며 지겨워하는 노총각 노처녀들처럼 한 해를 새로 시작할 때에 들은 말이 결국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것을 경험으로부터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굳이 기억하려고 하지도 않고, 또 그들 아니라도 다들 생업에 뛰어들다 보면 연말이나 연초에 주워들은 새해 운세라는 것이 그리 삶에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올해 초 모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2020 나라운세’를 말한 여성의 예언이 화제가 되면서부터이다. ‘#보살’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이 여성이 현재 우리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예견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도올의 《우린 너무 몰랐다》를 읽으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분단이 되고, 아직도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는 데에는 미국의 책임도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 소련을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3.8선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미국은 일본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별로 생각이 없던 소련을 끌어들였습니다. 당시 소련은 서부전선의 병력을 빼서 동쪽으로 돌릴 만큼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소련은 만주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 관동군과 대결을 벌이는 것을 주저하였습니다. 아마 러일전쟁 때 만만하게 보던 일본에 참패한 쓰라린 기억이 있어서 더 그러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일본이 원자탄 한 방으로 비틀거리자, 소련은 미국이 차려준 밥상을 걷어갈까 봐 부랴부랴 만주로 밀고 내려왔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이 정세 판단을 잘하여 소련을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분단의 비극도 없었을 거라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패전국 일본의 식민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우리의 역사나 문화, 우리민족의 염원에 대해서는 무지하였습니다. 그러니 한반도에 진주한 하지 중장은 약소국의 서러움을 씻어준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 그저 패전국의 한 영토에 진주한다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내겐 자신을 “DNA 반역자"라 부르는 벗이 한 명 있다. 지천명에 가깝도록 인류의 보편적 삶에 세뇌되어 살다가 반백(半白)이 되어서 반역의 길에 발을 들여놨다. 사업의 실패가 잠자던 그의 반골기질을 깨운 것이다. 그는 이참에 종전의 자신의 삶을 확 뒤집기로 작정한다. 그 첫 번째 작업으로 도시의 표상인 서울을 버리기로 하고 그길로 아내의 손을 이끌고 무작정 떠났다. 달랑 칠십 만원이 남은 재산의 전부였다. 부부의 발길이 닿은 곳은 가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생면부지의 강원도 산골이었다. 부부는 그곳에서 남의 집 날품팔이로 연명하며 뒷날을 도모한다. 몇 해 뒤 성실과 근면으로 노력한 끝에 인적 없는 골짜기에다 반역의 본거지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전력 혜택은 거부했지만, 산채만큼은 흙벽돌로 제법 그럴 싸 하게 지었다. 그때를 시점으로 그는 본색을 드러낸다.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현생인류의 뇌 구조에 반기를 들고 혁명의 나팔을 분 것이다. 우선 무슨 무슨 날이니 하는 “날”부터 없애기로 했다. 명절, 생일, 결혼기념일, 제삿날…. 강요당하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다음으로 한 일이 어머니를 갑갑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우린 너무 몰랐다》를 읽으면서 철학자인 도올이 어떻게 현대사에도 정통하게 되었는지 의문이 풀렸습니다. 2004년에 EBS에서 <명동백작>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하였습니다. 명동을 무대로 활동하던 박인환, 김수영, 전혜린, 변영로, 이봉구 등 문인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 것이지요. 명동백작은 이봉구의 별명입니다. 명동에 가면 명동예술극장 근처에 ‘은성주점 터’라는 표석이 있습니다. 이들이 드나들던 술집이 있던 곳을 알리는 표석이지요. 이 은성주점은 배우 최불암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술집입니다. 명동에 나가실 일 있으면 한 번 이 표석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도올이 이 드라마의 광팬이었던 모양입니다. 도올은 드라마가 종영되는 날 밤 새벽에 흥에 겨워 <명동백작>이라는 시를 하나 씁니다. 오랜만에 보았다 명동의 백작들을 ... 김수영처럼 무엔지도 모르는 말장난이 아닌 물흐르듯 토해내는 피를 잉크 삼아 끄적거리고 싶어졌다 평범을 거부하며 자유를 구가하고 순간의 해탈을 위해 삶의 시각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려야 했던 그 군상들의 군더더기조차 이젠 소중한 생명의 저음 ........ 이 짧은 자유라도 만끽할 수 있다는 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날씨가 풀리면서 다시 산이 인기다. 코로나 몇 번 바이러스인지가 전국의 도시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놓았지만, 사람들이 그냥 집에만 있을 수가 없어 집 근처의 산으로 발을 옮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많아지고 있는 요즈음이다. 산이 인기가 제일 높을 때가 있었다. 20여 년 전 이른바 IMF사태로 대량의 실업자가 생겨 그들이 가족에게는 직장에 나간다고 하고는 갈 데가 산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산이 요즈음 바이러스 사태로 갈 데를 잃은 도시인들이 찾는 서글픈 돌파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산은 사실 가 본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과 기쁨과 깨달음이 있다. 산에 관해서는 공자가 말했다는 ‘요산요수(樂山樂水)’란 표현이 가장 멋있어 보이는데. 이 말은 원문을 보면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어서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로 풀이되는데, 우리는 이 말을 뭔가 많이 알고 지적(知的)이어서 세상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물을 좋아하고 좀 인자하고 덕이 있는 사람들은 산을 좋아한다.“로 풀이하면서 서로 자신이 인자니 지자니 하고 스스로를 규정하며 산다. 그런데 공자가 했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봄이 오고 있다 비가 오니까 더욱 봄이 가까와 진 것 같다. 다들 봄비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봄이 오면 봄의 소리가 들린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가 아니더라도 대지에는 봄의 소리가 있다. 조선조 초의 문신 이견(李堅)은 봄의 소리를 긴 자유시(賦)로 표현했다. 봄기운이 따스해지자 새로운 소리가 나고 숨었던 파충류들이 문득 일어나 옛 구멍을 떠나 나온다 원래 더위가 가고 추위가 오며 음이 사라지자 양이 생겨 하늘의 철이 갈아들고 물러가니 물건의 이치도 통함과 막힘이 있네. 동풍이 산들산들 화기가 후끈후끈 찬기운이 북지에서 사라지고 따뜻한 음률이 봄을 불어 내면 우르릉 만물을 고무하는 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리고 하나씩 하나씩 꿈틀, 후다닥 일어나 안개와 구름 속으로 올라간다. 《동문선》 부(賦) 그런데 봄은 오고 있는가? 봄이 오고 있지만 영 봄이 아닌 것 같다. 한자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한다. 이 말은 대개 3월이나 4월에 쓰는 말로서, 계절로 보면 분명 봄의 계절인데 날씨가 을씨년스럽거나 눈보라, 추위 등이 가지 않고 질척거릴 때 습관처럼 입에서 나오는 표현이다. 특히나 4월이 되면 ‘4월은 잔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설이 지나고 대보름이 지났다. 우수도 지났다. 봄이 오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비로소 해가 완전히 바뀐 것을 알고 올해를 어떻게 해야 잘 보낼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음력 2월에도 또다른 중요한 명절이 있음을 지나친다. 물론 우리가 그날을 쇠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해만은 좀 특별하다. 올해는 서력기원으로 따지면 2020년이어서 여기에 양력으로 2월 2일은 숫자로 표기하면 0202이니까 이것을 다 붙여놓으면 20200202가 되는데 이날이 우주의 대단한 섭리의 날이라고 해서 특히 중국 사람들이 열심히 복을 빌고 한 것을 우리가 소식으로 들었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요즈음 무슨 ‘코로나19’인가 뭔가로 해서 2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몇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큰 재앙 속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정신을 차릴 날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이달, 곧 2월의 25일이다. 올해 양력 2월 24일 월요일은 음력으로 2월 1일이다. 그다음 날인 25일 화요일은 음력 2월 2일이다. “다음 주 화요일이 2월 25일입니다."라고 하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런데 "다음 주 화요일은 음력으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도올 김용옥 선생의 《우린 너무 몰랐다》를 읽었습니다. 책 표지의 부제는 ‘해방, 제주 4.3과 여순민중항쟁’입니다. 그렇기에 저도 도올이 보는 4.3과 여순사건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샀습니다. 그런데 역시 도올답게 글이 천방지축으로 튑니다. 너무 아는 것이 많으니까 글이 나아가다가도 곁길로 빠져 한참 설을 풀게 되지요. 도올도 책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지금 이러한 얘기를 자세히 하고 앉아있을 계제가 아니지만, 한 예를 더 들어보자! 나의 죄업이란 진실로 너무 많이 안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알아도 너무 정밀하고 정확하게 안다는 데 있다. 알면 괴롭다. 알기 때문에 남이 보지 못하는 측면이 너무 많이 보이고 또 그것을 종합해보면 우리 상식의 터무니없는 오류에 대해 분노가 치밀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눈감고 살기에는 너무도 억울한 것들이다. 세밀하게 안다는 것만으로 세계가 새롭게 보이지 않는다. 세밀하게 아는 것과 동시에 반드시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마이크로와 매크로는 반드시 동시적일 수밖에 없다.” 예! 도올은 알아도 너무 많이 압니다. 그래서 이 책도 400쪽 가까운 분량인데,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그 아름다움에 빠져 탄성을 지른다. 흰 눈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굳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단순히 세상을 하얗게 덮는다는 사실을 넘어서서 사람들의 마음을 하얗게 씻어주어 세상 속에 쌓인 먼지와 걱정과 고단함을 잠시 덮어주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14세기 일본의 요시다 겐코(吉田兼好)라는 사람은 눈이 매우 아름답게 쌓인 날, 어느 분에게 편지를 써 부탁할 일이 있었는데 눈에 대해 한마디도 쓰지 않고 편지를 무심코 보냈다고 한다. 그랬더니 편지를 받은 사람이 답장을 보내면서 “오늘 아침 이 아름다운 눈을 어찌 생각하느냐는 한마디의 말도 쓰지 않는 그러한 비뚤어진 분이 부탁하시는 일을 어찌 들어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섭섭하고 딱하신 마음씨이십니다.”라고 해 부끄러웠으면서도 이런 마음을 발견하고 즐거워했다고 한다. 그의 수필집 《도연초(徒然草)》에 나오는 구절이다. 겐코는 그 수필집에서 “명예와 이익을 좇아서 조용한 여가도 없이 평생을 고뇌 속에 지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재산이 많으면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재산은 해(害)를 만들며 고뇌를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