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9월말 선운사에 가면 꽃무릇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아름다움에 심취할 수 있습니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다른 종류의 꽃이지만 잎이 지고 난 뒤에 꽃대가 올라와 잎과 꽃이 만날 수 없음은 같습니다. 그리하여 서로 볼 수 없으니 상사화라고 이름 지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서에 있습니다. 꽃이 먼저 피었다 지는 것이 아니라 잎이 먼저 피었다가 지는 것이지요. 잎이 먼저 나서 영양분을 저장해 두면 그것을 기반으로 꽃이 피어나는 것이니 만약 순서가 뒤바뀌면 그리 아름다운 색을 토해낼 수 없을는지 모릅니다. 유독 절에 꽃무릇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절에 유용한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곧 꽃무릇 뿌리는 마늘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 뿌리에서 추출한 녹말로 풀을 쑤어 사용할 수 있지요. 이 풀은 불교 경전을 만들 때 바르면 좀이 슬지 않고 탱화를 그릴 때 천에 바르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옛날 한 처자가 선운사에 불공을 드리러 왔다가 스님에게 연모의 정을 느껴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시름시름 앓던 처자는 결국 죽고 말았고 그 처자의 무덤 근처에 하나둘 피어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꽃무릇이었다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2018년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필자가 사는 평창 집은 해발고도가 550m나 되기 때문에 필자는 다행히 열대야를 겪지는 않았다. 환경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분명히 진행중이라는 것을 오래 전부터 경고해 왔는데, 지난여름 이후에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역사를 46억년으로 보는데, 생물이 살았던 시기는 약 38억 년 전부터라고 한다. 모든 생물체는 주어진 자연 환경에 맞추어 살았다. 환경이 바뀌었는데 적응을 하지 못하는 생물종은 지구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면 대부분의 생물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대멸종을 하게 된다. 지난 38억년 동안 어떤 생명도 지구 환경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였다. 지구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세 번째와 다섯 번째이다. 세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와 중생대를 갈랐고, 다섯 번째 대멸종은 중생대와 신생대를 갈랐다. 대멸종의 원인은 무엇이었나? 급격한 기후변화이다. 온도가 5~6도 오르거나 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지율스님은 천성산 내원암에서 수도에만 몰두하던 여승이었다. 그런데 천성산에서 터널 공사를 시작하자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을 비롯한 생명들을 구하기 위하여 종교적 결단을 하고 하산하였다. 지율스님은 부산의 환경단체와 함께 거리에서 시위도 하고 청와대 앞에서 단식도 하고, 공사중인 터널 공사의 중단을 요구하는 이른바 도롱뇽 소송을 진행하였다. 도롱뇽 소송 과정에서 지율스님은 수많은 언론의 엄청난 비난을 받고 많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왜 그랬을까? 2003년 10월에 시작되어 2006년 6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거의 3년 동안 진행된 도롱뇽 소송이 제기한 다른 문제는 “천성산 터널 공사를 중단하는데 따르는 경제적 손실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이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터널 공사가 중단되어 무려 2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도하였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언론 보도를 접하고서 “도롱뇽을 살리자고 수 조 원의 혈세를 낭비해야 되는가?”라고 개탄하였다. 문제의 발단은 2005년 4월 5일 대한상공회의소 홍보실에서 배포한 “주요 국책사업 중단 사례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에서 출발하였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영화 <암살>에 보면 배우 전지현이 독립군 저격수 안윤옥으로 나오지요? 안윤옥의 실제 모델은 독립투사 남자현(1872~1933)입니다. 남자현 지사에 대해서는 제가 전에 한 번 누리편지를 보냈고, 제 블로그에도 올려놓았지요. https://blog.naver.com/yangaram1/80164059226 그러므로 여기서는 남자현 지사가 안윤옥의 모델로 나오게 된 활동상황에 대해서만 언급해보려 합니다. 남자현 지사는 3ㆍ1만세운동이 일어나자 아들과 함께 압록강을 건너 서로군정서에 가입합니다. 그리고 1925년에 사이토 마코토 총독을 암살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하였다가, 여의치 않아 돌아갑니다. 또한 1932년 9월 국제연맹조사단이 일본의 침략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제의 만행을 조사단에 호소합니다. 단지 말로만 호소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왼손 무명지 2절을 잘라 ‘조선독립원(朝鮮獨立願)’이라는 혈서를 쓰고, 자신이 자른 손가락 마디와 함께 조사단에 전달한 것이지요. 안중근 의사도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썼는데, 여자 독립군에서는 남자현 지사가 그렇게 했군요. 자신의 손가락을 자른다... 할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무엇이 영혼인가? 과학의 범주인가, 그 밖의 영역인가? 육체의 존재로 존재하는가, 육체 없이도 존재하는가? “서울 물을 먹더니 신수가 훤해 졌소이다. 그려” 방송원고 준비에 골몰하고 있을 때였다. 찬바람이 불어와 <한일 월드컵>의 뒷예기 마저 식혀버려, 사람들의 입에서 월드컵 예기가 거의 사라진 시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 때 나는 엘피(LP) 카페를 운영하랴, 방송 진행하랴, 원고 작성하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단하! 어떻게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 “형이 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이지. 낄낄” 그는 늘 자기가 신통력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그가 정말로 신통술을 부렸는지, 십 년도 훨씬 넘은 지금 기별 한 번 없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깡마른 몰골에 땟국이 흐르는 건 그의 본 모습이니 놀랄 일이 아니었으나, 흰 두루마기 차림에다 삿갓까지 보태고 나타났으니 내 눈은 얼음판에 자빠진 소 눈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손엔 여전히 오죽대금이 들려져 있었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주유천하(周遊天下)하면서 산다고 했다. 강산이 변하도록 못 봤으니 궁금한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았지만, 그날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우리가 잘 알다시피 백범은 1949년 6월 26일 육군 소위 안두희의 총탄에 암살당하였지요? 안두희가 입을 열지 않고 저 세상으로 가 아쉽게도 암살의 배후는 끝내 미궁으로 남아있고요. 그런데 백범은 그 이전에도 암살범의 총에 맞았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바로 1938년 5월 6일의 일이지요. 당시 3당(조선혁명당, 한국독립당, 한국국민당)이 호남성 장사의 남목청에 모여 3당의 통일 문제를 논의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운환이 백범을 저격하였습니다. 백범이 총에 맞아 의식불명의 상태로 상아의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는 백범의 상태를 보고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의사는 백범을 입원시키지도 않고 문간에 방치해놓았는데, 세 시간이 넘도록 백범의 숨이 붙어있자 그때서야 부랴부랴 치료에 들어갑니다. 그때는 이미 백범이 숨이 넘어갔다고 알려져 백범의 맏아들 김인이 홍콩에서 전보를 받고 아버지 장례를 치르려고 장사로 달려오고 있을 때였지요. 뒤늦은 수술 끝에 백범은 살아납니다. 아직 민족을 위해 할 일이 많은 백범을 하느님께서는 다시 돌려보내신 모양입니다. 당시 같이 저격당한 현익철, 유동열, 지청천 중 현익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경부고속전철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2003년 10월에 흥미로운 소송이 시작되었다. ‘도롱뇽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천성산의 ‘내원사와 미타암’이 원고가 되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을 피고로 하여 경남 양산의 천성산 터널 공사를 중단시키라는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원고 측은 13.3km의 터널 공사로 인하여 천성산 일대의 보호대상 동식물이 위협받고 있으므로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조사를 다시 해보자고 주장하였다. 이 소송은 원고 중에 내원사에서 수행하던 지율 스님 외에 천성산에 사는 동식물을 대표하여 도롱뇽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람이 아닌 도룡뇽이 원고 자격이 있을까? 1심 법원은 원고 적격 심사에서 “도롱뇽은 현행법의 해석상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도롱뇽 부분을 각하하였다. 공사착공금지가처분 소송에 대해서는 “천성산의 자연환경 파괴와 터널의 안정성 등을 문제 삼는 것은 현행법 체계에서 인정되는 사법적 구제를 초과하는 것”이고 “터널공사로 인해 내원사와 미타암의 토지소유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여 원고들은 패소하였다. 원고는 항고하였으나 2006년 6월에 대법원의 최종판결에서도 패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백범 김구 선생이 이운환에게 저격당하여 장사의 상아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때입니다. 하루는 간호사가 슬그머니 들어오더니 편지 한 통을 두고 사라집니다. 발신인은 상덕포로수용소 신정숙(일명 신봉빈)입니다. 신정숙이 자신은 중국 유격대에 붙잡혀 수감되어 있다며 석방시켜달라며 청원한 것입니다. 그런데 신정숙은 백범과 일면식도 없는 여자입니다. 어떻게 모르는 여인이 그것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여인이 백범에게 편지를 보낸 것일까요? 자세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신정숙은 산동에 볼 일 보러 갔다가 중국 유격대에 붙잡혔습니다. 중국 유격대는 신정숙이 일본 식민지 백성이니 적국인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포로수용소에 수감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신정숙이 자신을 차별하는 일본 포로에 항의하며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싶었는지 조사를 합니다. 내막을 알게 된 신문관이 한국인 가운데 친숙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니, 신정숙은 백범의 이름을 댑니다. 백범과 일면식도 없지만 평소 존경하던 백범의 이름을 댄 것이지요. 마침 신문관이 장사 사람이었고, 신문관은 백범이 상아의원에 입원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신정숙은 신문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메밀꽃 필무렵의 작가 이효석은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짧은 수필을 남깁니다. 그 수필의 한 대목을 싣습니다. “나는 그 냄새를 한없이 사랑하게면서 즐거운 생활감에 잠겨서는, 새삼스럽게 생활의 제목을 진귀한 것으로 머릿속에 띄운다. 음영과 윤택과 색채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꿈을 잃은 허전한 뜰 한 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오로지 생활의 상념에 잠기는 것이다. 가난한 벌거숭이의 뜰은 벌써 꿈을 꾸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탓일까? 화려한 초록의 기억은 참으로 멀리 까마득하게 사라져 버렸다. 벌써 추억에 잠기고 감상에 젖어서는 안 된다.“ 가을입니다. 가을엔 화려한 단풍이 사위어가면 마른 낙엽이 남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햇빛 공작소의 임무를 뒤로하고 정든 가지를 떠나 쓸쓸히 포도 위를 굴러야 하는 것은 낙엽의 운명입니다. 시인 한용운은 "알 수 없어요."라는 시에서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라는 표현을 남깁니다. 타버린다는 것은 소멸을 의미하지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반응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것이 없어지지 아니하고 광명을 밝힐 기름이 된다고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학생 동지들! 죽은 물고기는 물이 흐르는 대로 둥둥 떠내려갑니다. 그러나 산 물고기는 아무리 급류일지라도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물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죽은 물고기는 목적이 없고, 산 물고기는 목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목적을 갖고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살아 있는 물고기가 되기 바랍니다." 1949년 백범이 어느 청년 단체의 수양 강좌에서 한 연설입니다.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 역수어(逆水魚)! 짧은 연설문에서 광복 산하의 조국에서 청년들이 역수어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백범은 1919년 중국으로 망명하기 전까지 나라가 살아나려면 교육밖에 없다며 오로지 교육에 매진하던 분입니다. 시대적 상황이 백범으로 하여금 독립운동으로 이끌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백범은 교육계에서도 큰 빛을 발하셨을 것입니다. '역수어(逆水魚)’하니까 ‘등용문(登龍門)’도 생각이 나네요. 황하 상류에 있는 용문(龍門)은 물살이 빠른 급류라 웬만한 물고기는 이를 타고 넘지 못한다지요. 그런데 이런 험한 급류를 타고 넘으면 그 물고기는 용으로 승천할 수 있다고 하여 등용문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등용문’이라는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