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아마 그는 걸어서 갔을 것이다. 사막보다 뜨거운 호수 바닥을, 진흙비늘이 이는 마른바닥을 먼지를 일으키며 걸었을 것이다. 화살 같은 햇살이 쏟아져도 소주 한 병 쯤은 허리춤에 차고 갔을 것이다. 사바세계의 끝에서 얼마나 망설였을까? 내가 꿈속을 걸어왔는가. 이제 꿈에서 깨려는가, 다시 긴 꿈을 꾸려는가. 그는 꿈에서 깨는 대신, 머릿속에 담아 두었던 수많은 이야기와 평생 동안 술통 역할을 해준 육신을 남겨두고 긴 꿈의 세계로 건너가고 말았다. “반듯이 누어 편안히 갔더래. 심장마비겠지.” “건강검진도 안했나?” “일부러 안했겠지. 바라던 대로 됐지 뭐.” 그 때는 잘 몰랐다. 주위의 한숨소리에 같이 가라앉았고 가족들의 울음소리에 슬픈가보다 했다. 가끔 희뿌연 천장만 멀뚱히 쳐다볼 뿐, 나는 그렇게 약간 모자란 사람처럼 그의 장례식을 다녀와 일상으로 돌아갔다.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침침한 조명 사이로 (최)헌이 형도 보이고 (김)정호 형도 보였다. 드럼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이는 종태 형이었다. 평소보다 얼굴이 화사하고 노래도 훨씬 좋았다. “아, 참! 종태 형은 죽었지!” 내 꿈에 그가 온 것인가, 내가 그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필자는 지난 9월 15일에, 이화여대의 박석순 교수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 이후에 수질이 좋아졌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읽고서 깜짝 놀랐다. 특히 박 교수는 금강의 수질이 4대강 사업 이후에 좋아졌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투고했고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기사 출처: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91401032903016001) 그 논문을 아직 살펴보지는 못했어도 수질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잘못 적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호수나 하천 또는 바닷물의 수질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준에는,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와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두 가지가 있다. 먼저 BOD와 COD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자. BOD는 미생물이 물속에 있는 유기성 오염물질을 분해하면서 소모하는 용존산소의 양을 나타내는 가장 보편적인 수질오염지표이다.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의 양이 중요한 것은 물속에서 사는 미생물과 곤충, 물고기 등은 모두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소가 부족한 히말라야에 올라가면 답답하듯이, 물속에 산소가 부족하면 물고기들도 답답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의자를 꺼내다가 새끼손가락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평소에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내던 손가락인데 조그만 상처에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평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잃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도 바닷가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인의 아버지께서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을 때 바다를 보며 한숨 섞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태풍과 같은 큰 바람이 한 번 불어야 할 텐데..." 고기잡이를 전업으로 하는 어부가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큰 바람이 불어 바다를 한 번 뒤집어 놓아야 바다 속에 용존 산소량이 늘고 결국 플랑크톤과 같은 먹이가 풍부해져 물고기들이 많이 잡힌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우리네 삶에도 아픔의 고통과 태풍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무를 보면 아픔을 인내한 옹이가 더 단단하고 하늘은 태풍이 지나가야 한층 더 맑아집니다. 삶에 있어서 고난이란 유익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넘어져보지 않은 사람은 일어서는 방법을 알 수 없고 죽을 만큼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삶의 간절함을 알 수 없습니다. 잔잔한 바다에서 위대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많이 들어본 가사지요? 예!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이자, 한글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가요인 정읍사(井邑詞)입니다. 요즘에도 실려있는지 모르겠으나,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교과서에 실려 달달 외우던 백제가요입니다. 왜 갑자기 백제가요 이야기를 하느냐고요? 얼마 전 집에 배달된 신세게 백화점 잡지 <SHINSEGAE> 9월호에 최정동 중앙일보 기자가 이에 대해 쓴 글이 실려 보았습니다. 제 아내가 신세계 백화점 회원이라 매달 이 잡지가 집에 옵니다. 그런데 대부분 자기네가 알리고픈 패션, 골프상품, 음식 등에 관한 내용이라, 보통 때는 화장실에서 한 번 휘~ 훑어보고 맙니다. 참! 화장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저는 일반 독서와 화장실 독서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신문, 잡지류는 화장실 독서로 소화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최 기자가 쓴 글 제목은 <궁(宮)으로 간 남녀상열지사 수제천(壽齊川)>입니다. 정읍사가 조선시대에 궁중음악 수제천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녀상열지사’라니요?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는 ‘남녀 사이의 사랑을 읊은 노래’라는 말 아닙니까? 주로 조선의 유학자들이 고려가요가 남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화석정을 떠나 자유로로 올라타면서 ‘이젠 곧장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멀리 통일전망대가 보이면서 딴 생각을 가진 녀석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애초 너는 돌아가면서 파주 장릉도 보고 갈 생각이 아니었느냐? 그까짓 차 걱정 때문에 이 좋은 기회를 버린단 말이냐? 성동나들목에서 나가면 불과 6~7분밖에 안 걸리는데?” 햐아~ 이거 어쩐다? 결국 흔들리던 내 마음은 성동나들목이 보이자 끝내 제 손목으로 하여금 성동나들목으로 핸들을 돌리게 하였습니다. 장릉(長陵)에 도착하였습니다. 참! ‘장릉이 누구 무덤이지?’라고 하실 분이 있겠군요. 장릉은 인조와 인조의 첫 번째 왕비인 인열왕후 한 씨의 합장릉입니다. 한자는 틀리지만 김포에도 장릉(章陵)이 있는데, 이는 인조의 아버지 원종과 인종의 어머니인 인헌왕후 구씨의 쌍릉입니다. 그런데 인조의 아버지가 원종이라면 인조 아버지도 임금이었단 말인가요? 아닙니다. 선조의 5번째 아들이라 대군(大君)으로는 불리었지만 죽을 때(1619)까지도 임금으로 불린 적은 없습니다. 인조가 쿠데타(1623)에 성공하니까, 죽은 자기 아버지를 추존왕으로 모신 것이고, 따라서 원종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칠중성에서 후퇴하여 오면서 율곡이 오르곤 하였다는 화석정에 들렀습니다. 차가 기어가 들어가는 것이 영 빡빡한 것이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화석정을 빠뜨리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5년 전에 파주의 율곡 유적지를 돌면서 화석정만 빠뜨렸기에,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면 또 언제 보러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좁은 길을 돌아 오르니, 임진강가의 언덕 위에 정자 하나가 서 있습니다. 율곡은 저 정자 위에서 바로 앞의 임진강을 내려다보며 편안한 휴식의 시간도 가졌을 것이고, 또 책을 보며 학문의 시간도 가졌었겠지요. 저도 율곡의 그러한 느낌을 가져보려는데, 그 때와 달라진 환경이 그런 느낌을 갖는 시간을 방해합니다. 임진강이 유유히 흐르는 것은 그대로이지만, 강변에는 4차선의 37번 국도 위로 연신 차들이 지나고 있는 것입니다. 정자 옆에는 선조의 피난길 이야기를 써놓았습니다. 율곡이 임진왜란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하인들에게 틈날 때마다 들기름에 젖은 걸레로 정자 마루와 기둥을 닦으라고 하였습니다. 율곡의 예견대로 1592년 임진왜란은 일어나고야 말았고, 율곡의 경고를 무시하던 선조는 허겁지겁 북으로 피난길을 떠납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한 사람이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비교적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을 달여 먹으라고 권유하면서 "건칠 계관화 갈근 포공령을 취해서 달여 드세요." 라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그 사람은 주변에 흔하다고 했는데... 어디서 무엇을 구할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옷 나무, 맨드라미, 칡뿌리, 민들레... 이렇게 표현을 했다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을...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의사는 이렇게 진단합니다. "고관절 외전근 열상과 미추부 봉와직염, 심계향진과 연하곤란 등 불안장애 동반"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지... 글을 봐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는 엉덩이 관절을 벌리는 근육에 찢긴 상처가 있고 꼬리뼈 주변 연한 조직에 염증이 있으며, 불안증세로 가슴 두근거림이 있고 음식을 삼키는데 장애가 있다."는 뜻입니다. 연설을 할 때 빌게이츠와 스티브잡스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빌게이츠는 전문적 식견을 드러내는 반면 스티브잡스는 쉬운 이해를 전제로 하지요. 만약 그들이 64GB USB를 설명한다면 빌게이츠는 첨단기술의 집약체로서 2의 30승에 64를 곱한 것만큼의 저장용량이라고 하겠지만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백범이 치하포 사건으로 인천 감옥에서 수감 중 탈옥하여 전국을 떠돌 때, 백범은 잠시 마곡사에서 승려로 출가하기도 합니다. 불교에 대한 뜻도 있었겠지만, 몸을 숨기기 좋다는 것도 계산에 넣었겠지요. 백범의 법명은 원종(圓宗)입니다. 백범에게 공손하게 출가를 권유하던 하은당 스님은 백범이 일단 머리를 깎자, 태도가 180도 돌변하여 백범을 구박하기 시작합니다. 백범이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욕을 하고, 장작 패고 물 길어오는 온갖 궂은일을 시킵니다. 백범은 6달 만에 마곡사를 떠납니다. 당장 환속한 것은 아니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좀 더 공부를 하겠다는 구실로 마곡사를 떠난 것이지요. 백범이 떠난 뒤 하은당 스님은 사고로 죽습니다. 석유통 속의 기름이 질이 좋은지 나쁜지 알아본다며 불붙인 막대를 석유통에 넣었는데, 아! 글쎄! 석유통이 폭발하는 바람에 곁에 있던 보경당 스님, 포봉담 스님과 함께 저 세상으로 간 것이지요. 저런! 그렇게 하더라도 부처님이 보호해주실 것으로 믿었나? 세 스님이 함께 저 세상으로 가자 마곡사는 총회를 열어 사찰 재산을 관리하고 법통을 이어갈 스님으로 원종 스님을 뽑습니다. 원종 스님이라고 하니까 금방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4대강 사업은 4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추진되었다. 첫째는 홍수 방지, 둘째는 용수 공급, 셋째는 수질 개선, 그리고 넷째는 지역 발전이다. 그러나 2011년에 4대강 사업을 준공한 지 7년이 지나 평가해 보니 4대강 사업은 4가지 목적 모두를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 왜 그렇게 되었나? 4대강 사업을 운하의 전 단계로 추진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4대강 16개 보의 위치를 결정하고 크기를 결정할 때에 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기 때문이다. 16개 보의 위치는 대운하 계획의 16개 갑문의 위치와 일치시키고, 댐처럼 큰 보를 만들었다. 운하에 필요한 수심 6m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막대한 양의 모래를 준설하였다. 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하다 보니 4대강에서 목적이 불분명한 16개 보가 태어난 것이다. 2010년 8월 24일 방영된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은 4대강 사업이 최초 발표한 치수 사업에서 중간에 운하 계획으로 바뀌는 과정을 추적하여 보여주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감사원에서는 2013년 7월 10일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제3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4대강 사업은 운하의 전단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창(窓)에 걸린 계절은 가을이 물드는 그림엽서였다. 태양광을 내뿜던 샐비어 화단에 군데군데 흑점이 생겨나고 하늘대는 코스모스 너머 옥구들판에선 낱알 익는 내음이 잠자리 날개에 얹혀왔다. “어이, 미스터 킴. 저 친구 마이크 아냐? 몇 시간 째 저렇게 ‘타운‘을 서성이고 있네.” 느티나무 언덕이 바라다 보이는 창가에서 장부 정리를 마친 클럽주인이 자리를 털며 무성의 한 듯 한마디 내 던졌다. 구월의 바람은 오렌지색이었다. 지평선에 걸린 가을 해가 들바람을 물들여 놓아 금은방이며 세탁소며 약국, 클럽들... 바람이 닿는 곳은 여지없이 오렌지 바다 속에 잠겼다. “마이크!” “오우 브레드, 마이 브라더!” 마이크를 찾아낸 곳은 비행장 관제탑이 성냥개비만 하게 내려다보이는 느티나무 언덕 꼭대기였다. 그는 나를 만난 반가움에 잠시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도 했지만 금 새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였다. 오늘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외출이라며 다음 주엔 미국으로 가야한다며, 그래서 “써니”의 흔적을 찾아 눈 사진 찍고 있다며 내 품을 깊숙이 파고들어와 울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물은 이내 걸쭉한 범벅이 되었고, 목구멍에선 증기 기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