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녹인 골짜기엔 진달래 피고 강가에 버들피리 노래부르니 어허야 오호야 오야디야 ㅡㅡ 음 ㅡㅡㅡㅡ 압록강 이천리엔 뗏목이 뜬다 가사 그대로 하나의 풍경 시이다. 압록강은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이천리를 흘러 서해로 들어간다. 그 강 연안은 인적 미답, 천고의 밀림을 이루어 천연 거목의 보고로 일러지고 있다. 한겨울의 추위가 가고 눈이 녹기 시작하는 봄이 되면, 이 연안에서는 벌목이 한창이었다. 나무들은 강기슭에서 뗏목으로 묶이어,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서해까지 운반된다. 나무 자르는 도끼 소리, 톱 소리가 이산 저산에 메아리치고, 뗏목 위에서 바라보는 진달래 핀 강기슭의 경치도 또한 일품이었다. 이러한 정경들은 처음 보는 이에게는 그 아름다움에 도취될뿐이다. 이 노래는 바로 이러한 풍경을 처음 본 작사가 '구완희'가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작사한 것을 손목인이 보고, 그 가사가 그려주는 풍경에 흥미를 느껴 작곡했다. 곡은 민요조의 선율에 간드러진 굴곡이 섞여 아름답고 흥겨워 손목인의 다양한 작곡기교를 나타내는 작품의 하나가 되어있다. 1942년 이해연이 녹음해 콜럼비아 레코드사의 디스크로 출반했다. 이해연은 바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불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썰렁한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한다. 거북이가 걸어가다가 벽에 부딪혀 뒤집혀 버렸다. 이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인 지렁이가 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의 상황을 물었다. 지렁이의 대답은 “자세히 못 봤어요, 너무 빨라서········ .” 거북이의 속도는 지렁이에게는 너무 빨라서 자세히 볼 수가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치타다. 먹이를 쫓을 때에 시속 120킬로미터로 달려간다고 한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는 100미터를 9초 58로 달려 세계 신기록을 세웠지만 치타보다는 3배나 느리다. 치타가 빠르기는 하지만 최고 속도로 빨리 달리는 거리는 불과 400~500미터이고, 그 이상 달리면 지쳐서 속도가 느려진다고 한다. 동물의 경우에는 먹이를 쫓거나 적으로부터 도망갈 때 외에는 빨리 달리지 않는다. 소는 느릿느릿 걸으며 되새김질을 하고,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다닐 뿐이다. 식물의 경우에는 새겨진 유전 정보에 따라 절기에 맞추어 잎을 내고 꽃을 피운다. 봄에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것은 매화이고, 이어서 산수유, 진달래 등이 차례로 꽃을 핀다. 가을에 가장 늦게까지 꽃이 피는 것은 국화로 서리가 내릴 때까지도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언젠가는 그녀에게도 그런 날이 올 것이다. 햇살이 포시럽게(포근하고 부드럽게) 스며드는 어느 카페의 창가에 홀로 앉아,인도네시아 산 커피의 은은한 향을 음미하며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을 날이. 뒤안 감나무 옆에서 제비꽃이 파르르 떨리는 날, 기타를 둘러매고 아지랑이 아른 거리는 들판으로 달려갈 날이. 나 또한 그럴 것이다. 태백준령을 넘는 야간열차에 몸을 얹고 차창에 서린 성에를 입김으로 녹여가며 시를 쓸 날이. 퇴락한 도시의 한 귀퉁이 허름한 대폿집의 목로에 앉아, 흑백영화의 명장면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을 날이. 가끔은 일탈의 즐거움을 맛보며 혼자만의 시간도 소중하다고 느낄 날이. 언젠가 우리가 이 땅에 부재(不在)할 날이 오듯이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산벚 잎이 홍시 익듯 물들던 날, 갈대 홀씨가솜처럼 패어나고 으름 씨방이 터지던 날이었다. "그대의 향기가 나에겐 바람 같은 그리움 심장을 뛰게 하는 냄새 아무도 모르게 다가온 그대가 나에겐 사랑이더라.“ 지난밤의 치열한 과음으로 사막을 헤매고 있을 때 날아든 문자메시지였다. 머릿속이 벼락을 맞은 듯 하얘졌다. 떡밥 파문에 놀라 흩어졌던 고기들이 다시 모이듯, 생각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네 삶을 이루는 근간은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옳은 말을 하면 무조건 믿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옳을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될 때 그 말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 아빠도 그렇게 안 살면서 왜 나한테는 맨날 뭐라고 해?" 사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런 느낌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면 부모는 부모로서의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산 아래서 화전을 일구시던 아버지는 화전정리령이 떨어지자 비탈에 유실수를 심습니다. 팔자에 없는 과수원을 하게 된 까닭이지요. 여름이 되면 과일을 수확하게 됩니다. 마당 가득 수북이 복숭아를 쌓아놓고 굵기에 따른 선별작업을 하지요. 그 때만해도 종이 박스가 없어 판자를 대어 만든 상자에 담는데 눈대중으로 크기를 선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포장은 별로 때깔이 좋지 않은 것을 아래다 깔고 보기 좋고 잘 익어 먹음직스런 것을 위에 올려 마무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자담기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런 것을 경계하셨습니다. 오늘만 거래하고 말 상대가 아닌데 얕은 꼼수를 쓰면 안 된다고 가급적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등산을 하다 잠시 쉬는 시간이면 산꾼들이 배낭에서 먹을 것을 하나, 둘 꺼내지 않겠습니까? 제일 먼저 꺼내드는 것이 물일 것이고, 이것저것 간식으로 먹을 것도 많이 꺼내듭니다. 그 중 많이 꺼내드는 것 중의 하나가 귤입니다. 지난 토요일 대학동기들과 같이 2018년 새해 첫 산행을 하면서도 어김없이 한 친구가 귤을 꺼내들어 친구들에게 나눠줍니다. 저도 친구가 주는 귤을 먹으면서, 문득 지금은 이렇게 흔하게 귤을 먹고 있지만, 이 귤이 조선 시대에는 참 귀한 과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제주에서만 귤이 재배되고, 또 그 귤이 거친 바다를 넘어 육지로 들어오는 것이므로 일반 백성들은 감히 먹을 생각도 못했지요. 아니 백성만이 아닙니다. 육지로 건너온 귤은 곧바로 궁궐로 진상되는 것이므로 양반들도 먹기 어려운 귀한 과일이었습니다. 다만 임금이 신하들에게 귤을 나눠주면 ‘성은이 감읍하오이다’ 하면서 받아먹었을 것입니다. 그 시대에는 요즈음 여름에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얼음도 마찬가지로 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요즘 같은 냉동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때라, 겨울에 얼어붙은 한강에서 잘라와 서빙고에 보관한 소량의 얼음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하늘이 시리도록 파란 날이었다. 모기만한 물체가 비행운을 만들며 지나갈 뿐 티 없이 깨끗한 날이었다. 파도가 밀려왔다. 구름이 바다에 내려앉아 하얗게 밀려왔다.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 한 자락 없는 날인데도 바람이 불어왔다. 영동선 기차가 유혈목이처럼 지나가며 만들어 놓은 바람이었다. 싫지가 않았다. 기차바퀴의 쇳내가 기도를 지나 폐에 닿는데도 싫지가 않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렇게 기차 흔적을 밟으며 철길을 걷고 있었다. 소리, 비릿한 갈조류 냄새에 얹혀 어디선가 끊어지듯 이어지듯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지남력(指南力, 시간과 장소, 상황이나 환경 따위를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을 상실한 내 발걸음은 자석에 빨려드는 쇳가루처럼 노래가 들려오는 곳으로 끌리어갔다. “저, 실례가 안 된다면 뭐 좀 여쭈어 봐도...?” 노래가 들려온 곳은 하평 언덕이었다. 철길을 등 뒤에 두고 앉으면 오로지 쪽빛 바다와 갈매기 떼만 내려다보이는 곳, 차안과 피안의 경계였다. 그곳에서 한 여인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노래 솜씨도 보통이 아니려니와 흥겨운 리듬의 노래를 부르는데도 목소리에 배어있는 가녀린 애조는 나의 호기심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잊힌 것들이 있습니다. 또한 미래에 잊혀질 것들도 있지요. 30년 전 탄광촌에 발령 받아 까만 탄가루에 적응되기까지 참 어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탄광이 자리 잡았던 골짜기의 이름은 지지리골 이었습니다. 이름도 그리 멋스런 편은 아니지요. 공기 중에 퍼지거나 날아가는 탄가루는 입자가 매우 곱습니다. 따라서 탄차가 수시로 드나들었던 비포장 길엔 탄의 매우 고운 입자가 늘 10Cm 정도 쌓여 있었고 그 길을 걷다 보면 살짝만 밟아도 탄가루가 발등을 덮곤 했습니다. 멀리서 트럭의 엔진소리가 들리면 황급히 산위로 대피해야 합니다. 탄차가 지나가고 나서의 그 먼지구데기 속을 감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그렇게 캐어낸 탄이 70년대 고도성장의 주춧돌이 되었고 서민들 겨울을 든든히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물론 연탄가스로 인해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도 많았고 그 시절엔 그게 교통사고만큼 흔한 일이어서 크게 눈길을 끌지도 못했지요. 엊그제 학생들과 연탄봉사를 하였습니다. 도시의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 그림자가 길어지듯이 도로 옆 번듯한 건물 뒤로 돌아가면 거짓말처럼 초라한 집들이 나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생태계를 구성하는 동식물을 기능상으로 구별하면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눌 수 있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 물속의 조류(藻類), 그리고 일부 박테리아가 생산자이다. 생산자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기초가 된다. 이들은 햇빛과 공기, 그리고 물을 이용하여 모든 생물의 먹이를 생산하고 있다. 소비자는 생산자가 만든 영양 물질을 먹고 사는, 다시 말하면 생산자에 의존하는 생물이다. 코끼리처럼 식물을 먹는 동물을 초식동물이라고 부르고 사자처럼 다른 동물을 먹는 동물을 육식동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소비자로서 곡식과 고기를 모두 먹을 수 있는 이른바 잡식동물로 분류된다. 지구 생태계는 이처럼 생산자와 소비자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이지만 먼저 생산자가 있고 그 다음에 소비자가 존재한다. 달리 표현하면 식물은 동물 없이도 살 수 있지만, 동물은 식물 없으면 살지 못한다. 지구 역사를 보면 식물이 먼저 나타나고 그 후에 동물이 나타났다. 생물량(생물의 질량)으로 계산해 보면 지구 생태계의 99퍼센트는 생산자이고 1퍼센트만이 소비자이다. 어느 지역의 생태계를 조사하여 식물과 동물의 생물량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도식화하면 매우 급격히 줄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이 금액이 무엇일까요? 1,837,000,000,000,000원 우리나라 예산이 400조원 되니까, 어림잡아도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4배가 넘는 돈입니다. 이 돈으로 라면을 사면 한 개당 600원 잡고 3,061,000,000,000개가 됩니다. 이것을 세끼를 다 먹는다고 했을 경우에 1,020,000,000,000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고 매일매일 먹는다고 했을 경우에 365로 나누면 2,794,520,540명이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곧 세계 인구의 1/3인 28억 명이 매일매일 라면을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것이지요. 이 금액이 무엇일까요? 2018년도 전 세계 국방예산입니다. 없는 나라는 1달러가 없어 영양실조와 전염병으로 신음하는데 있는 나라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첨단 무기를 개발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어떤 이는 나라를 지켜야하는데 들어가는 필수 고정 비용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나 살고 남을 죽이자고 들어가는 돈의 규모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자원이나 재화를 이용하여 생산이나 소비를 하였을 경우, 다른 것을 생산하거나 소비했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잠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13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성리학의 핵심 개념인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사단칠정 논쟁은 8년간)을 벌인 것은 우리나라 철학사에 유명한 논쟁이라,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요? 이 두 대유학자 사이에 오간 편지를 김영두 선생이 뒤친(번역)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도서출판 소나무》를 읽었습니다. 퇴계와 고봉은 오고 간 편지 속에서 딱딱한 철학 논쟁만 펼친 것이 아니라, 진실로 서로를 아끼고, 존경하고 그리워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단칠정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태극, 상례(喪禮)나 제례(祭禮), 왕실의 전례(典禮)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더군요. 퇴계가 우리나라 최고의 성리학자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겠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퇴계가 학문적으로만 최고의 성리학자가 아니라, 진정으로 존경받을 만한 스승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퇴계는 고봉보다 26살이나 연장자로, 고봉은 퇴계의 아들뻘, 그것도 일찍 결혼하던 조선에서는 몇 째 아들뻘에 불과합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 이들이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할 때 퇴계는 이미 조선에서 성리학의 거봉으로 인정받고 있었으나, 고봉은 32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