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올 7월에 종영한 ‘군주’라는 드라마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옵니다. 세자 이선(사도세자)의 속세의 스승이 될 우보는 편수회 우두머리 대목을 만납니다. 그는 계영배를 내 놓으며. 그의 작태가 지나침을 경계하지요. 과거 주인에게 배신당한 대목이 우보에게 와서 살아갈 방법을 물었을 때, 그는 ‘개가 되지 말고 주인이 되라’ 했습니다. 그런데 대목은 편수회 우두머리가 되면서 개가 아닌 승냥이가 되었고. 이제는 호랑이를 넘어. 심지어 왕의 자리마저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는 자가 되었습니다. 이에 우보가 ‘계영배’를 내 놓으며. "가득 참을 경계하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대목은 권력의 맛에 취해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결국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계영배에 얽힌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우명옥은 강원도 홍천 사람으로 사기를 만드는 도공이었습니다. 그는 광주 분원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마침내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었습니다. 그가 만든 설백자기는 왕실에 진상되었고 많은 상금을 받았습니다. 그 후 우명옥은 동료들의 꾐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얼마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햇빛을 보지 못하는 맹인도 햇빛의 따사로운 존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문제는 따사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맹인이 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에서 설명을 하지요. 해는 쟁반처럼 둥그런 것이 촛불처럼 뜨겁다고.. 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맹인은 쟁반을 두드리고 초를 어루만져 봅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태양을 본 것처럼 이야기하지요. 구반문촉은 남의 말만 듣고 지레짐작으로 이렇다 저렇다 논하는 것을 빗댄 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도 자신이 느낀 경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릇된 판단을 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자신만의 함정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견해와 주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턱없는 주장일 수도 있고 나와 다른 견해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라도 말이지요. 사물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전후좌우를 잘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한쪽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장단과 찬반의 목소리를 다 들어보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가 걸러져 시야의 올바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대중매체에 판단을 맡겨 무비판적으로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그게 벌써 20여 년 전 일이던가. 참으로 세월이 빠르다. 시간이 나를 흐르게 한 것인가? 내가 시간을 예까지 끌고 온 것인가? 꿈처럼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세월 따라 나도 흐르지만 다행히도 같이 흐르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 것이 바로 기억으로 책장에서 책을 꺼내듯 기억 한 권을 꺼내어 펼쳐 본다. 그땐 그랬었다. 세상이 내 것 인양, 내가 최고 인양 설치던 시절. 오만방자함을 겸손으로 감추던 시절. 머잖아 불혹이 온다는 초조함에 이루고 싶은 것도 많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나는, 지금 와 생각해 봐도 제법 그럴싸한 낭만 한 타래를 엮는다. 보헤미안! 어린 시절엔 장돌뱅이들이 부럽더니, 머리가 좀 굵어지면서 나는 늘 집시들의 삶을 동경했었다. 누가 나에게 역마살이 끼었다 말하면 왠지 기분이 좋았고, 그렇게 하고 싶어 안달이 나곤했다. 마음 같아선 주유천하 하면서 살고 싶었으나 민생고 해결이 언제나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마음과 현실이 동 떨어진 생활을 하던 중년을 코앞에 둔 어느 날, 나는 꿈과 현실을 동시에 해결할 묘책 하나를 떠올린다. 그 묘책은 곧바로 실행에 옮겨져 먼저 중고차 매장으로 달려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순신이 조정을 기망한 것은 임금을 무시한 죄고, 적을 놓아 주고 공격하지 않은 것은 나라를 저버린 죄며, 심지어 남의 공을 가로채고 모함까지 한 것 또한 엄중한 죄다. 이렇게 죄상이 허다하므로 용서할 수 없으니 법률로 다스려 죽여야 함이 마땅하다. 신하로서 임금을 속인 자는 반드시 죽이고 용서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할 것이다. 선조가 우부승지 김홍미에게 내린 전교(傳敎)입니다. 선조는 이순신이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의 부대를 공격하라는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 하였다고 이순신을 잡아들여, 고문으로 초죽음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모자라, 이순신을 아예 죽이려고 이런 전교를 내렸습니다. 사실 선조의 명령은 잘못된 첩보에 따른 것입니다. 일본이 교묘하게 이순신을 제거하려고 허위정보를 흘린 것이지요. 당시 대마도 출신으로 요시라(본명 : 가케하시 시치다이후)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이중간첩이었습니다. 일본은 요시라에게 가등청정이 모월 모일에 바다를 건너 쳐들어 올 것이라는 허위정보를 흘리라고 지령을 내립니다. 요시라는 경상우병사 김응서에게 이 허위정보를 흘렸고, 이 허위정보는 당연히 선조에게까지 보고됩니다. 임진왜란 때 도망가기에 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발이 푹푹 빠지는 낙엽이 덮인 산길을 걸으며그 추억어린 바스락거림이 너무 좋아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무서리 내리고 바람 불던 날 교정을 가득 덮은 노랑 은행잎의 숨 막힌 아름다움에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어 늦가을 한때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엔 이태리포플러의 마른 잎을 싸리비로 쓸어 운동장 한편에 모아 태우는 것은 가을의 일상이었습니다. 그 알싸하고 매캐한 낙엽 타는 냄새가 참 좋았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좀처럼 낙엽 태우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환경, 공해, 산불, 미세먼지... 무엇 때문에 낙엽을 태우지 못하게 하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추억을 빼앗기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보통사람들에겐 낙엽이 추억일 수 있고, 향수일 수 있으며 고독일 수 있고, 아련함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에겐 크나큰 고통의 근원이고, 줄어들지 않는 쓰레기며, 행복하지 않은 가을의 주범일 수도 있겠지요.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것도 자연이고 잎이 물들고 떨어져 포도 위를 뒹구는 것도 자연입니다. 자연 속에서 태어나 자연 속을 살다가는 것이 인간일진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우리나라 전래 동화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어느 마을에 매우 영리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가난하였기 때문에 부잣집에 머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주인과 품삯을 결정할 때, 머슴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주인님, 저에게 주실 품삯은 첫날은 쌀 1톨, 둘째날은 2톨, 셋째날은 4톨, 이런 식으로 매번 전날의 두 배씩 만 쌀알로 계산하여 주십시오.” 주인은 “옳다구나” 하고 찬성하였다. 쌀 수천 톨이 되어도 쌀 한 되가 안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이 문제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10일 후에는 210=1,024알에 불과하지만 20일 후에는 220=104만8,576알로 이 양은 대략 20킬로그램들이 쌀 한 포대이다. 이러한 식으로 계산하면 22일째에는 쌀 한가마, 30일째에는 256가마가 되므로 주인의 쌀창고는 한 달도 못 가 동날 것이다. 이 이야기는 동화이지만 실제로 생태계에서 이런 식의 증가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대장균은 조건이 좋으면 20분마다 분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상적인 조건을 유지시켜 준다면 24시간 만에 대장균은 272 개로 불어난다는 얘기다. 생태계에서 생물의 번식 능력은 엄청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눈이 녹으면 뭐가 되냐고 선생님이 물었습니다.다들 물이 된다고 했지만 소년은 봄이 된다고 했습니다. 도로위에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이 바스락거림으로 겨울을 재촉합니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에겐 낙엽을 일종의 배설일 수 있지만 풍부한 감성을 가진 사람에겐 낙엽은 눈물일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람은 감정 샘이 마른 사람입니다. 우린 감정이 메마르지 않도록 수시로 물을 주고 보듬어 키워야 합니다. 서가에서 시집을 꺼내 들어야하고 마음이 따뜻한 에세이를 읽으며 밑줄을 그을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의 풍부함도 연습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배고파본 사람만이 가난한 이의 빵 한 조각의 의미를 알고 누군가를 시리게 사랑해본 사람만이 사랑이 기쁨만이 아닌 아픔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깊은 불행을 겪어본 사람이 행복의 참 의미를 알지요. 감성을 키우는 일은 행복을 키우는 일입니다. 행복하기를 기다린다면 기다림의 시간이 영원으로 통할 수 있는 것이고 지금 행복하다면 그 행복이 영원으로 향할 수 있을 겁니다. 그 행복의 시작은 풍부한 감성에 있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그해 단풍은 유난히 고왔다. 당단풍이며 고로쇠, 산사나무 잎엔 잡티 하나 없었다. 언론에선 관측 이래 가장 단풍이 고운 해라며 호들갑을 떨던 그 가을에 나는 소중한 기억 한 편을 짓게 된다. “한터라는 곳으로 가는데요. 사형 한 분이 수행하는 움막이 있다하여...” 국도에서 갈라져 40여분을 덜컹거린 끝에 시골버스는 우리를 왕산골 종점에다 짐짝처럼 부려 놓았다. 시간은 아직 한낮이지만 늦가을 해는 잰걸음으로 서쪽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한터라, 서둘러도 해 전에는 들어가기 어렵겠는데요. 스님, 먼 길이니 일단 요기부터 하십시다. “ 우리는 점방 쪽마루에 걸터앉아 라면에다 식은 밥을 말아 태백준령을 넘을 힘을 비축했다. 라면을 먹으면서 나는 초면임도 잊은 채 언제 출가를 했느냐, 어느 절에서 입문 했느냐, 은사스님은 누구냐는 등 시시콜콜한 질문들로 고요를 깨웠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단단해 보이는 그였으나 속인의 부질없는 물음에 이름 모를 산새와 같은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서둘러 전방을 떠나긴 했으나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산 그림자가 가로로 눕기 시작했다. “남들은 겨울이 무서워 시내로 내려가는데 저는 무엇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건강을 핑계 삼아 일요일마다 등산을 합니다.산에 오르면 맑은 공기, 청정한 자연, 이름 모를 꽃들의 향연..... 계절감속에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목전에서 향유할 수 있습니다. 건강은 덤으로 주어지는 것이지요. 몸으로 느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철마다 다른 풍경을 보며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언제까지 등산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약은 병에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연은 순리(順理)입니다. 봄부터 여름까지의 성장기간 동안 서두르지 않는 꾸준함 속에 가을의 열매가 익어갑니다. 그러니 때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시간에 깃든 삶의 리듬을 살리는 것은 자연의 경이로움만큼 소중합니다. 자연은 하나하나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그 오묘한 조화를 보면 상생과 공생, 더불음과 나눔, 경쟁과 공존의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그러니 지부장무명지초 천불생무록지인입니다. 地不長無名之草 天不生無綠之人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고 하늘은 할 일없는 사람을 내지 않는다는 말씀이지요. 우리가 배우고 느껴야할 모든 것들은 이미 자연에 있습니다. 저들만의 낮선 언어로 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겨울이 예전처럼 춥지 않으며, 한강은 좀처럼 얼지 않는다. 스키장에는 눈이 내리지 않아서 인공눈을 만드는 날자가 많아졌다. 사과 재배 단지는 남쪽인 대구지방에서 점점 북상하여 경기도 파주, 강원도 평창 등이 새로운 사과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한반도가 이제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혁명이 일어날 당시인 18세기에 15도 정도로 추정된다. 산업 혁명 이후 200년이 지나는 동안 지구 온도는 1도가 증가하였다. 과학자들은 21세기가 끝나는 2100년에는 산헙혁명 시기보다 지구 온도가 2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온도가 1도 오른다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현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에도 얼음이 쌓여 있던 빙하기의 지구 온도가 평균 10도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지구 온도가 앞으로 100년 이내에 2도 오른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로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왜 지구가 더워지는가? 지구가 더워지는 현상을 과학자들은 온실 효과로 설명한다. 유리로 창문을 한 온실 안은 바깥보다 온도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