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산에 가면 산자락 아래 흔하게 보이는 꽃이 물봉선입니다.연분홍으로 무리지어 피어있는 물봉선은 등산의 또 다른 매력이지요. 봉선(鳳仙)은 봉황을 나타내는 봉(鳳)과 신선을 의미하는 선(仙)이 결합된 이름이고 보면 산야에 아무렇게나 자라 흔한 모양이지만 꽃의 아름다운 자태나 색의 고움이 고결한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입니다. 물봉선이라고 이름함은 습지를 좋아하는 습성 때문일 것입니다. 여렸을 땐 밤낮으로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열심히 일을 해도 먹을 것이 늘 부족했습니다. 봄부터 삘기, 진달래, 찔레 순, 아카시아, 잔대 싹........ 독이 없고 순한 것이면 무엇이든 먹거리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봉선 꽃을 따서 돌돌 말린 끝을 떼어내고 빨면 달달한 꿀물이 입 안 가득 퍼지기도 했지요. 빈약한 먹거리에 바짝 마른 사람이 대세였던 시절 배를 쑥 내밀고 사장이 되겠노라 호언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옛날엔 먹을 것이 없어 채소(푸성귀)만 먹고 살았는데 요즘엔 먹거리가 넘치지만 건강 때문에 채소만 먹는 사람이 많으니 흐른 세월 속에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산에 다니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여우에게 잡아먹히는 토끼 입장에서는 여우가 없는 세상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생태계 전체로 보면 먹고 먹히는 관계는 필요하다. 천적은 꼭 필요한 존재로서 만일 천적이 없다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 대부분의 생물종은 많은 자손을 퍼뜨리기 때문에 만일 어떤 식으로든지 억제되지 않으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한 쌍의 파리는 15일 동안 자라서 약 200개의 알을 부화시킬 수 있다. 만일 새끼가 모두 살아남고 다시 번식을 계속한다면 7개월 만에 지구 크기의 파리 떼가 될 것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꽃씨가 새나 곤충에 먹히지 않고 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면, 이듬해 봄에 들판은 온통 민들레로 뒤덮일 것이다. 바다에 사는 거북이는 뭍으로 올라와 모래 속에 알을 낳는데, 부화된 새끼 거북이 중에서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서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비율은 1퍼센트 미만이라고 한다. 한 생물종의 번식을 억제하는 요인으로는 천적, 식량 부족, 질병 등이 있는데, 이러한 억제 요인을 환경 저항이라고 한다. 환경 저항은 어느 한 종의 급격한 번식을 막고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에 매우 필요한 요소이다. 그 중에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당신 김태희가 예뻐 내가 더 예뻐?" 도대체 왜 여자들은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요? 객관적으로 김태희보다 더 뛰어난 미모를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걸까요? 단지 여자들은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겠지요. "몰라서 물어? 그야 김태희가 훨씬 예쁘지.." 이렇게 대답한 남자는 아침밥을 굶거나 각방을 쓸 각오를 해야 합니다. 정답은 "당신이 훨씬 더 예뻐, 김태희 한 트럭을 갖고 와도 안 바꿔!"입니다. 마음은 “먼발치라도 김태희 같은 미모의 여자를 한 번이라도 봤으면 원이 없겠다.”이지만 대답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 여자는 남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까요? 그런데 그 말에 속고 싶고, 또 아주 작은 일말의 믿음 때문에 여자는 하루를 즐겁게 시작합니다. 우리는 영혼 없는 칭찬이나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거짓말을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4대 미녀는 양귀비, 초선, 서시, 왕소군을 꼽습니다. 그 가운데 양귀비는 약간 통통한 체형을 갖고 있었지요. 그녀는 그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성당시절의 시인 이태백은 양귀비와 동시대 사람입니다. 그는 당현종 앞에서 양귀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가 경계해야 할 세 가지 독이 있으니 그것을 “삼독(三毒)”이라고 합니다.탐냄(貪, 탐), 성냄(嗔, 진) 어리석음(痴, 치)가 그것입니다. 이는 불가에서 착한 마음을 해치는 세 가지 번뇌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탐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집착을 의미하고 진은 좋아하지 않는 대상에 대한 반감이나 혐오, 불쾌의 감정이며 치는 지적인 번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탐냄이란 무언가를 가지거나 차지하려는 마음을 말합니다. 이것은 즐겁거나 매혹적인 대상과의 접촉에서 발생하게 되지요. 주변의 끌리는 현상을 마주하면 자신도 모르게 탐냄에 물들게 됩니다. 붙잡을 수도 없고 붙잡아서도 안 되는 것이라면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성냄은 일을 그르치는 단초입니다. 성내지 말고 다른 사람이 성내어도 성냄으로 갚지 말아야 합니다. 용서는 보복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무식한 귀신은 부적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장자는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만들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아무리 총명하더라도 배우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다. 노력과 배움, 이것 없이는 인생을 밝힐 수 없다.“ “탐진치”는 무엇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 우실하 항공대 교수의 <요하문명의 발견과 동북아 상고사의 재편>이라는 강좌가 있었습니다. ‘요하문명의 발견’이라는 제목에 눈이 번적 띄어 참석하였습니다. 전에 요하지역에서 황하문명보다 앞선 시대의 유물이 계속 출토되면서 중국학자들이 당황해하더니, 이를 중국문명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강의를 들으니 이미 중국에서는 이를 황하문명보다 앞선 요하문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다만 이는 한족과는 상관이 없는 오랑캐의 - 동이족이 되겠지요 - 문명이 아니라 중화문명의 기원으로 보는 것입니다. 즉 요하문명의 건설자는 중국 한족들이 자신의 조상으로 생각하는 황제족의 문명이며, 이곳에서 일군의 사람들이 중원으로 들어와 하왕조를 정복하고 상왕조를 건설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동이족이나 몽고족을 포함한 동북아의 민족들이 모두 황제족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므로 이들 민족들의 역사도 다 중국사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역사도 중국사의 일부가 되는 것이고, 이게 바로 동북공정이지요. 얼마 전에 시진핑이 트럼프와 회견하면서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라고 얘기한 것이 이런 시각에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가끔 군대 간 아이가 집에 옵니다. 부사관이니 출퇴근이 자유로운 게 이유이지요. 그럼 파이를 시켜서 같이 먹을 때가 있습니다. 파이는 정확하게 8조각으로 분리되도록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저는 파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분배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전체적인 파이의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누군가 많이 먹으면 누군가는 적게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안의 사소한 일로 치부하면 그만이겠지만 사회적으로 인식을 높이면 분배의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곧 사회적으로 생산된 파이의 총량은 같습니다. 이 총량을 늘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더 많이 가져가는데 혈안이 된다면 분배의 불균형이 만들어지게 마련이고 이는 소득의 양극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폐지를 주워 살아가는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지런한 사람은 더 많은 폐지를 줍게 되겠지요. 그런데 폐지의 수량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누가 많이 주워간다면 좀 굼뜬 사람의 몫은 적어지게 마련이어서 그 가난의 정도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진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성장우선이냐 분배우선이냐 하는 것은 늘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파이를 키우는 데에만 신경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요즘 사람들은 매우 피곤하게 살아가고 있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뛰다 보니 도무지 쉴 틈이 없다. 불행한 사실이지만 40대 남성 가운데 과로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로사란 쉬지 않고 일만 해서 죽게 되는 병이다. 그런데 한문으로 쉴 휴(休) 자는 사람 인(人) 변에 나무 목(木)을 한 형태이다. 곧 사람이 나무 옆에 있으면 그것이 곧 쉬는 것이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은 나무 곁에 갈 시간이 없는 것이 문제다. 최초의 인류는 숲에서 살았다. 숲에서 식량을 얻고, 은신처를 마련하고, 맹수를 피해 나무에 올라가기도 했다. 사람은 위기에 처하면 자기도 모르게 손에 땀이 나는데, 이것은 과거 숲에서 살던 시절, 맹수에 쫓기면 얼른 나무에 오르기 쉽도록 생리적으로 손에 땀이 나던 무의식적인 반응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숲은 오랫동안 인류의 생태적 근거지였다. 인류의 역사 200만 년 중에서 인간이 숲을 떠나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만 년 전이다. 지난 1만 년 동안에 농경지, 목장, 도시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 내었고, 지구 삼림의 1/3이 사라졌다. 언제부터인지 나무와 숲은 삼림 자원이라는 경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물론 실현될 수 없는 소망이지만 나는 어렸을 때 ‘사람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진시황은 죽지 않기 위해 불로초를 구하러 한반도에까지 사람을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환경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이 죽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복잡해진다. 만일 우리의 10대조 할아버지까지 모두 죽지 않고 살아 계신다면 그분들을 위한 식량과 주택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한 후손들은 설날이 되면 세배하러 다니느라고 정신이 없을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태어난 후에 일생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죽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인체를 구성했던 물질이 썩어서 분해되어 흩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유기 물질이란 무기 물질과 대비되는 말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호르몬, 셀룰로스, 효소, 요소(尿素) 등 생물체의 몸을 구성하며 생물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을 말한다.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동물과 식물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을 유기 물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옛날에는 유기 물질은 생물체의 신비한 생명 현상에 의해서 생명체 내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으로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지난 7월 26일 문재인 정부 내각 1기가 본격적으로 출범하였지요? 이번에도 새 각료 인선을 위한 청문회에서 많은 후보자들이 크고 작은 흠으로 곤욕을 치렀고, 결국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퇴하였네요. 아마 임명된 장관들 중에도 청문회에서 발가벗겨진 자신의 민낯에 마음이 편치 않을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청문회 때마다 자신의 개인 이력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부담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이를 원치 않아 후보로 제청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 동안 대한민국이 짧은 기간 안에 압축 성장을 해오면서 도덕보다는 물질 만능의 사회가 되고, 심지어는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어떠해도 좋다는 의식이 형성된 것은 부정할 수 없겠지요. 그러니 사회 지도층의 사람들도 노블리스 오블리제 보다는 자기 개인의 욕심 채우기가 우선이 되었기에, 청문회 때마다 이런 사태를 보게 되는 가 봅니다. 더구나 교육에 있어서도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한 교육보다는 1등주의 교육을 위주로 한 것이 그런 의식을 더욱 조장한 것이구요. 과거 조선에서는 어떠했을까요? 유학
[우리문화신문=[정운복의 아침시평 13] 저는 들꽃(야생화)을 잘 알지 못하지만 좋아는 합니다. 들꽃 가운데서도 특히 패랭이꽃을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고향집 논과 밭에 가려면 들길에 곱게 피어있던 패랭이 꽃 그 고운 빛깔의 앙증맞은 꽃에 발걸음이 무뎌지곤 했습니다. 옛날 서민들이 쓰던 모자를 패랭이라고 합니다. 꽃이 꼭 그 패랭이 모자를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대나무처럼 줄기에 마디가 여러 개 나 있어서 석죽(石竹)이라고도 불리지요. 감사의 꽃인 카네이션이랑 많이 닮았는데 둘 다 같은 석죽과 패랭이속입니다 이 꽃을 만나려면 햇빛이 충분한 오래 묵은 넓은 풀밭이나 무덤가로 가야 합니다. 특히 사람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이면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패랭이꽃은 군락을 이루는 듯 하면서도 서로 조금씩 거리를 두고 서식하니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함이 멋스런 꽃이지요. 패랭이꽃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며 거친 황무지에도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습니다. 단원(檀園) 김홍도도 패랭이를 즐겨 그렸다고 하니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킨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원에서 피어난 꽃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산기슭이나 들녘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피워 올린 순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