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의정부시 금오동 천보산 기슭에는 족두리 산소라고 불리는 무덤이 있습니다. 효종 때 청나라에 공녀로 끌려갔다가 6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화냥년으로 손가락질 당하다 28살에 병으로 쓸쓸하게 죽은 의순공주의 무덤입니다. 얼마 전에 의정부 교도소에 갔다가 잠시 짬을 내어 의순공주 무덤에 들러보았습니다. 지금부터 비운의 의순공주 삶에 대해 간단하게 말해보겠습니다. 참! 그전에 혹시 ‘공녀’와 ‘화냥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잠깐 말씀드려야겠네요. 병자호란에서 조선이 참패하자 청나라는 조선의 처녀들을 상납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렇게 끌려가는 여자들을 공녀(貢女)라고 하였지요. 그리고 이렇게 공녀로 끌려갔거나 전쟁 직후 포로로 끌려간 여인들 중에 용케 조국으로 돌아온 여인들을 고향에 돌아온 여인이라고 하여 환향녀(還鄕女)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당시 조선은 고리타분하게 여자에게 삼종지도(三從之道)를 요구하던 유교국가 아닙니까? 그래서 환향녀를 몸을 더럽히고 돌아온 여인이라고 손가락질 하고 양반댁에서는 아예 집안에 들여놓지 않으려고 할 정도였지요. 이 환향녀가 음운변화를 일으키면서 화냥년이 된 것인데, 오늘날에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코카콜라가 인기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콜라 병의 잘록한 곡선이 여체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직선은 두 점을 잇는 최단 거리인 만큼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곡선은 어떠한가? 곡선은 비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이 난초를 즐겨 키우는 것은 잎이 항상 푸르고, 또 곡선을 이루며 늘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관찰해 보면, 직선은 매우 드물며 대개는 곡선을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천과 강, 해안선은 모두 곡선이며 나뭇잎, 조개, 조약돌 등도 모두 곡선을 이룬다. 그러나 자연물에 인공이 가해질수록 곡선이 변하여 직선이 된다. 옛날 길은 구불구불 곡선이었고, 논두렁도, 기와집도 곡선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되면서 도로도 논두렁도 건물도 모두 직선으로 변하고 말았다. 얼마 전에 친구와 함께 수원대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조그만 섬인 제부도에 가 보았다. 제부도는 화성 8경 중 하나로서, 썰물 때에는 육지와 이어지지만 밀물 때에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마침 썰물이어서 쉽게 자동차로 섬 안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양쪽 바다에는 온통 시커먼 갯벌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늘이 초복(初伏)입니다. 옛날부터 삼복더위라는 표현이 있고 보면 앞으로 더위의 절정기가 올 것입니다. 초복은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을 지칭하는 것이니 24절기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복(伏)이란 글자를 파자하면 “人”과 “犬”이 나오니 사람 옆에 개가 엎드려 있는 모습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복날에 복놀이 용으로 개를 식용하니 그렇게 썼다고 주장하기도 하지요. 어찌되었던 복날엔 개와 닭이 수난을 당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영양이 비교적 부실했던 시기에 날을 잡아 보양식을 먹어야 더운 여름을 날 수 있으니 어쩌면 선조들의 지혜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식재료를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을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밥투정이나 반찬투정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릴 때 없이 살았기 때문에 먹을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니까요.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 식문화가 또 도마에 오른 모양입니다. 먹는 것도 문화입니다. 물론 개인의 식생활의 호오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나와 다르다고 해서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삶은 밀웜(딱정벌레목에 속하는 식용곤충 애벌레)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바다를 잘 그리고 싶다면 매일, 매시간 같은 장소에 가서 바다를 관찰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특정한 곳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특정한 소재를 계속 반복해서 그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빛은 곧 색이라는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켰으며 같은 주제를 가지고 시간과 날짜를 달리하여 반복하여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작품 가운데 유명한 것 하나가 수련입니다. 요즘 각종 연꽃이 한창입니다. 연은 크게 백련이나 홍련, 어리연, 개연, 가시연, 수련 등으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수련은 한자로 ‘水蓮’이 아니고 ‘睡蓮’으로 씁니다. 물에서 피는 연꽃의 의미가 아니라 잠잘 수자를 쓰니 밤에는 연꽃잎이 오므라드는 특성을 살려 지은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홍련이나 백련은 물 밖으로 잎이 1m이상 자라기도 하지만 수련의 잎은 꼭 물 높이 만큼만 자랍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의 모습을 지켜가는 아름다움이 있으며 주돈이가 지은 애련설에서 밝혔듯이 연은 연못 한가운데 피어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누구든 자신의 생각과 관념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생각에 고착화되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없게 되고, 마음의 근력을 잃게 됩니다. 자신이 늘 하던 생각은 패턴으로 고정화되게 마련이어서 심리학자들은 이를 고정관념이라고 부릅니다. 입성이 남루하고 왜소하며 낡고 작은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면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아 가난한 사람이라고 여겨 업신여기게 마련입니다. 겉만 보고는 그 사람이 평소 검소함이 몸에 밴 상당한 재력가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기 어렵습니다. 생각의 고정화가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지적 장애를 하나씩 안고 살아갑니다. 그건 정형화된 생각인 고정관념인 것이지요. 사람의 원래 생각은 자유로워 어떤 장벽도 없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 매너리즘에 의하여 일정한 사고의 패턴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진실인 것처럼 믿어버리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즉 관념의 벽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 눈앞에 가로막힌 벽이 있다면 그건 물리적인 벽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지지 않는 벽도 있으니 그것은 관념의 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물리적인 벽보다 더 허물기 어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제비는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면 날아왔다가 음력 9월 9일 중앙절에 따뜻한 강남으로 돌아가는 여름 철새이다. 삼짇날 돌아온 제비는 4월 초에 진흙을 물어다가 추녀 안쪽에 집을 짓고 4월 하순이 되면 3~5개의 알을 낳고 15~18일 동안 알을 품어서 새끼를 부화시킨다. 새끼는 어미가 25일 정도 키우면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다. 제비는 곡식은 먹지를 않고 벌레만 잡아먹는 육식성 익조로서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제비를 영물이라고 믿었다. 제비가 새끼를 많이 낳으면 풍년이 들 것이라고 믿었다. 초가집에서 제비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제비를 가족처럼 돌보면서 한 지붕 아래 살아왔다. 판소리 흥보가에서는 가난한 흥보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서 이듬해에 대박이 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충북산림환경연구소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87년에는 면적 100㏊당 무려 2만 2,000마리의 제비가 살고 있었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거의 집집마다 제비가 둥지를 틀고 번식했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2011년에는 제비의 수가 100㏊당 20마리로 줄었다. 불과 24년 만에 제비의 개체 수는 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대리출석에 몸서리를 앓던 대학에서는 급기야 출석부에 사진을 붙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붙이고 나서도 교수와 여학생간의 줄다리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 사진이 네가 맞아??" 교수는 의심으로 불행하고 학생은 억울함으로 불행합니다. 이 모두가 디지털 기기가 지나치게 발달하여 사진 편집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은 결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탈리아 영화배우 안나 마니냐를 아시나요? 그녀는 만년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찍기 전에 사진사에게 조용히 부탁하지요. "사진사 양반, 절대 내 주름살을 수정하지 마세요." 사진사가 그 이유를 묻자 마니냐는 대답합니다. "그걸 얻는 데 평생이 걸렸거든요." 영상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외모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를 맞이하였습니다. 실제로 외모가 출중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하여 소득이 더 많다는 보고도 있으니 말입니다. 요즘 골목골목마다 미용실이 성업 중입니다. 외모를 가꾸기 위한 노력이 미용사의 수입으로 직결되니 말이지요. 미스코리아 경연을 마치고 수상대에 선 미인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는 미용사 원장에 대한 감사의 말이고 보면 외적 미모의 아름다움 뒤에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꺼끌꺼끌한 피부에 개구리눈알처럼 튀어나온 눈 두꺼운 입술에 납작하게 주저앉는 코 올챙이처럼 불룩 나온 배~~~ 이 정도면 옥떨메(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정도로 못생긴 얼굴이지요. 이 못생긴 외모는 세계 4대 성인의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에 관한 묘사입니다. 소크라테스는 가난한 석수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평생 변변한 일자리 한번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가장으로서는 빵점에 가깝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요. 그의 아내 크산티페는 악녀로 소문나 있지만 자녀까지 둔 가장이 가정에 무관심했으니 아내가 바가지를 긁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그는 시장이나 광장(아고라)에서 젊은이들과 대화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넘쳐났지요. 그럼 소크라테스는 무엇을 가르쳤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을까요? 사실 소크라테스는 가르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신중하게 듣고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지요. 그것이 지혜의 산실로서 기능한 것입니다. 살다보면 늘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그 일을 계속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기계적으로 살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인 카아슨 여사는 1962년에 《침묵의 봄》이라는 작은 책을 썼다. 이 책은 환경운동가에게는 성경 같은 책으로서 이후에 등장하는 환경 운동의 효시가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인간이 식량증산을 위해 DDT같은 농약을 만들어서 해충을 죽이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충뿐만 아니라 이로운 곤충도 죽이고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죄 없는 새들까지도 죽일 것이라는 예언서 같은 내용이었다. 이 책은 미래 어느 날, 산골 마을에 봄이 왔지만 새 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침묵의 봄이 나타날 것이라고 암울한 예측을 하였다. 《침묵의 봄》 영향으로 세계의 지성들이 로마 클럽을 만들었는데, 로마클럽에서는 1972년에 《인류의 위기 (The Limits to Growth)》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이 책의 저자인 메도스 등은 인구와 공업생산, 식량생산, 자원소비, 환경오염 등의 상호작용과 그 장기적 영향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이들은 이러한 요소들의 상호작용 결과가 다음 세기에 어떻게 나타날지 추정하기 위해 컴퓨터 모의실험(simulation)을 하였다. 세계인구의 증가율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결과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뉴월 하루를 놀면 동지섣달 열흘 굶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 만큼 오뉴월 농촌의 하루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테고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은 손님으로 인해 일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을 경계하는 속담입니다. 바쁠 때는 고사리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할 일이 많은데 요즘 농촌에는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실업자는 넘쳐나는데 중소기업 및 농촌에는 일할 사람이 없는 사회는 그다지 건강해보이지 않습니다. 엊그제 화천에서 하우스 농사를 거들고 왔습니다. 밖의 기온보다 10도는 더 높은 듯 한 하우스 안에서의 일은 힘듦 이전에 열기와 땀과의 전쟁입니다. 그래도 식물들은 따뜻한 온도와 촉촉할 정도의 습기를 좋아하니.... 하우스 안은 농작물에 최적화된 환경일지는 모르겠으나 농부들이 일하는 환경으로서는 최악입니다. 같은 햇볕과 같은 거름을 먹고 사는데도 하우스 안과 밖의 농작물 성장 속도는 두 배 이상의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20일 전에 심어 놓은 고추가 성장을 이루어 하얀 꽃망울을 이었고 앙증맞게 작은 고추가 꽃마다 매달려 있습니다. 이 작은 것이 커서 식탁에 오른다고 하는 것은 자연의 위대한 섭리 말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