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환경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어 가운데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최초의 환경경제학자라고 말할 수 있는 슈마허가 1973년에 쓴 책의 제목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공장을 크게 지어 대량으로 생산하면 이른바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 보다 값싸게 많은 물건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물론 모든 이론이 그렇듯이 ‘규모의 경제’ 이론도 근래에 사람들의 욕구가 다양해져서 어떤 분야에서는 ‘소품종 대량 생산’보다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가 더 유리하다는 식으로 수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학을 따르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더 큰 것, 더 많은 것이 좋다고 보는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큰 것이 좋고 많은 것이 좋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으며, 우리의 자녀를 아직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나의 세대만 해도 많이 달라졌지만 나의 부모 세대만 해도 자녀가 많은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자녀의 수가 5~7명인 집이 대부분이었다. 큰 차와 넓은 평수의 아파트, 대형 냉장고와 커다란 TV는 아직도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정치가는 국민 소득을 두 배로 늘려 주겠다고 장미빛 공약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뜻하지 않게 선거로 맞이한 휴일사전 투표를 마쳤기에 가평에 있는 명지산을 찾았습니다. 입구부터 흐드러진 철쭉의 화사함은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명지(明智)”라는 이름으로 보아 지혜를 밝혀주는 산이니 산에 오르기 전에 자못 기대가 컸습니다. 1,267미터의 산은 자못 높은 편이었는데 들머리 고도가 낮은 이유로 꼭대기까지 네 시간을 걸어야 하는 긴 산행입니다. 오르는 길 양안으로 피어난 연분홍 철쭉의 고운 자태가 멋스럽고 꼭대기엔 봄의 마지막 자락이 아쉬워 곱게 물들여 보내려는 진달래의 가녀린 몸짓이 애처로습니다. 사람은 대부분 힘들 때 생각이 깊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산도 오를 때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내려갈 때는 별 생각 없이 내려가니 말이지요. 그래서 잘 지은 대학은 가장 높은 곳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공감능력과 배려심 또한 고난 속에서 깊어가는 것이니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 일찍 철이 드는 이유일 것입니다. 나물을 뜯을 요량으로 오른 산이 아니기에 그냥 눈으로 만날 수 있는 산나물은 굳이 취하지 않아도 반가움이요 풍요로움입니다. 삽추, 나물취, 우산취, 둥글레, 잔대, 으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벚꽃이 폭발하듯 피었다가 꽃비 되어 장엄하게 스러져가고 남은 대지엔 조팝나무가 하이얀 순결을 이어받았습니다. 이제 곧 아카시아와 라일락의 향기가 진동하겠지요. 봄에 돋아나는 생명의 잎은 유난히 싱그럽습니다. 그 아기 손 같은 연한 새싹이 두꺼운 대지를 밀어내는 것을 보면 자연에 깃들어 있는 위대함이 느껴집니다. 작년에 화사한 꽃을 피웠던 백합이 뾰족뾰족 얼굴을 내밀고 주인의 배려로 겨우내 실내에서 동사를 면했던 달리아와 칸나도 분주히 싹을 틔워 올렸습니다. 참 좋은 계절이지요. 산이 푸르러지고 있습니다. 봄의 푸름은 같은 푸름이 아니어서 이맘때의 산의 색을 흉내 내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천재적인 미술가가 있어 색의 마술을 부린다고 한들 여기저기서 색색으로 수놓아지고 있는 자연을 모방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찬란한 색을 감탄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다 썩어가는 고목에 생명의 새싹이 돋아난다는 것은 희열입니다. 그러니 인고의 세월, 겨울의 절망을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우울한 마음을 버리고 삶의 환희를 노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봄이니까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자동차를 발명한 헨리 포드의 꿈은 ‘모든 집에 달리는 궁전 하나’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세계의 여러 곳에서 그의 꿈은 실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황제가 1903년 최초로 자동차를 승용차로 수입하였다. 그 후 백년이 지나 지난 2000년에 자동차 등록대수는 1200만대이었는데, 2015년에는 무려 2100만대로 증가하여 세계에서 15번째로 자동차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가정이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며 고급 승용차 내부를 보면 ‘달리는 궁전’이라는 말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자동차는 조선 시대의 가마나 중세 시대의 마차에 비해 놀랄 만큼 빠른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이나 부산 등의 대도시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경험하듯이 도시 내에서 승용차는 그렇게 빠른 것 같지 않다. 도로를 계속 넓힌다고 자동차 소통이 원활해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브라에스의 역설’이라는 것을 들먹이는데, 그 역설이란 도로가 넓어지면 체증이 오히려 심화된다는 것이다. 2013년에 조사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 승용차 평균 주행 속도는 도심에서 시속 18.7㎞, 외곽지역에서 시속 26.6㎞로 나와 있다. 교통 방송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농부아사침궐종자(農夫餓死枕厥種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농부는 굶어죽더라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뜻이지요. 아무리 궁핍하더라도 내년에 심을 종자는 남겨둔다는 의미랍니다. 그런데 요즘엔 그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씨앗을 종묘상에서 구입해 쓰지 않고는 다수확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토종 씨앗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한 작물의 씨앗을 포기하고 외래종을 선택하는 이유는 수확량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해마다 거액의 돈이 외국의 종자상으로 흘러 나갑니다. 심지어는 유전자를 조작하여 씨앗이 싹트지 못하게 불임씨앗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도 있어 국부의 유출이 심각한 것이 현실입니다. 옛날 어릴 적에는 자주감자가 대세였습니다. 길쭉길쭉 한데다 크기가 작고 생으로 먹으면 아주 아린 맛이 나는 감자이지요. 그 감자는 껍질이 두꺼워서 집집마다 달챙이 숟갈이라고 부르는 반쯤 달아 없어진 숟가락으로 껍질을 벗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얗고 매끈매끈한 외래 감자가 들어오더니 그 토종감자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토종감자를 보기가 하늘에 별달기만큼이나 어렵지요. 랜드레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구한말에 태어나신 나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지가 벌써 40년이 넘었다. 할아버지는 청년 시절에 천주교의 신부가 되고자 대구에 있던 신학교에 다니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도중에 병을 얻어 학업을 중단하고 결혼을 하셔서, 결국 나까지 태어나게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에 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을 아직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얘야, 지구는 공처럼 둥글다는 데 허공에 떠 있단다.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떠 있는 것이 참 신기하지? 하느님의 능력은 정말로 오묘하기도 하구나!” 우리의 고정관념은 경험의 산물이다.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만 보면서 자란 사람에게는 허공에 떠 있는 지구가 신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로케트를 타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만화 영화의 주인공 ‘우주 소년 아톰’이 볼 때에는 우주 곳곳에서 별들과 지구가 허공에 떠 있는 모습이 당연하게 생각될 것이다. “경험은 가장 좋은 스승이다”라는 말은 대개는 맞지만 경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때로는 답답하다. 현대건설에서 성공하여 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었는데,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정책을 결정하면서 “내가 해 봐서 잘 아는데...”라는 말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가끔 무료할 때 유튜브에서 마술쇼를 봅니다.마술은 신기함으로 포장된 눈속임의 미학을 보여주지요.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임에도 그 속내를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속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 저변에는 속임수가 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하지만 그냥 재미로 보는 것에 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눈은 진실만을 보지 않습니다. 엊그제 <재심>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그 속 주인공의 억울함이 큰 울림으로 다가 왔습니다. 멀쩡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고 진범이 나타났음에도 자신이 한 수사의 정당성과 사회적 영달을 위하여 거짓으로 일관한 기득권자의 모습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민낯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울컥하였습니다. 우린 어쩌면 진실을 감당할 용기가 없어 거짓을 택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느슨한 잣대로 타협을 통해 세상과 영합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큰 어려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정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갑니다. 보이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 있고 보여지는 나의 모습에 엄격한 사람이 있습니다. 전자는 남이 보지 않아도 같은 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저의 두 번째 책 제목이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가는 것"입니다. 단순히 두뇌로 인식하는 것보다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붙여본 제목입니다. 경험은 생각보다 강한 것이니 말입니다. 자동차의 비약적인 증가와 탈것이 만연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걷기를 잃어버렸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일상에서 걷는 것이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버스 두 정거장 정도 되는 짧은 거리임에도 자가용을 몰거나, 택시를 부르니 걷는 문화의 실종시대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걷기는 단순한 발걸음을 옮기는 행위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 속에는 우리네 삶의 궤적이 존재하고, 배려와 존중도 함께 들어 있으니 말입니다. 옛날 우리 아버지 세대는 남녀가 같이 걷는 것을 데면데면 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삼사 미터 앞에 가고 여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따라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지요. 그 간격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실 걷는 속도는 같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단지 사회적 체면 문화가 그런 문화를 창출한 것이지요. 그들이 따로 떨어져 걷는다고 해서 사랑이 없거나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그 속에서도 같은 공간에 함께 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의 환경을 말하는 시평 <이상훈 교수의 환경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상훈 교수는 1985년 뉴욕주립대에서 환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토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ㆍ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ㆍ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회장을 지냈습니다. 특히 2013년부터 2015까지 수원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고질적인 학내 비리 해결 투쟁에 몸을 던져 일했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사)한국투명성기구가 주는 2015 투명사회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이상훈 전 교수는 그의 전문 분야인 환경이야기를 독자여러분께 쉽게 들려드리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추임새 부탁합니다. (편집자 말)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환경’이라는 단어는 매우 익숙하다. 환경이라는 단어는 사회의 여러 영역에도 침투하였다. 환경법, 환경행정, 환경외교, 환경경영, 환경음악, 환경미술 등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 것을 보면, 모든 영역에서 환경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환경을 공부한 한 사람으로서 흐뭇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환경이라는 용어의 정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일반인들은 환경이라고 하면 환경오염을 연상한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기자] 강원도 양구여자고등학교 정운복 교사의 글을 연재합니다. 교육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깨끗한 눈으로 글을 씁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편집자말) 세계에는 약 6,80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문화를 비롯한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금세기 말에는 언어의 90%인 6,000여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문제는 언어가 사라지는 것보다 다양한 정신문명이 함께 소멸한다는 것에 있지요. 우리나라는 훈민정음이라는 매우 우수한 부호체계로 이루어진 한글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자이기도 하지요(1997년 등재) 그런데 우리나라 국어정책은 물론 국민들도 한글에 대한 관심도가 적습니다. 우리나라는 개인을 제외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세운 영어를 위한 예산이 한글을 위한 예산보다 무려 37배나 높습니다. 영어 사교육까지 거론한다면 계산할 수조차 힘든 천문학적인 돈이 영어를 위해 쓰입니다. 심지어 옛날에는 공문과 회의를 영어로 진행할 것과 영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