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인 소한(小寒)이다. 원래 절기상으로 보면 대한(大寒)이 가장 추운 때지만 실제는 소한이 한해 가운데 가장 추운데 절기의 기준이 중국 화북지방에 맞춰졌기 다른 것이다. 그래서 이때 전해지는 속담을 보면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 같은 것들이 있다. 이때쯤이면 추위가 절정에 달했다. 아침에 세수하고 방에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당기면 손에 문고리가 짝 달라붙어 손이 찢어지는 듯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뿐만 아니다. 저녁에 구들장이 설설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두었지만 새벽이면 구들장이 싸늘하게 식는다. 그러면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고 자게 된다. 이때 일어나 보면 자리끼로 떠다 놓은 물사발이 꽁꽁 얼어있고 윗목에 있던 걸레는 돌덩이처럼 굳어있었다. 그렇게 추운 겨울. 지금이야 난방이 잘돼 어려움이 적지만 예전 사람들은 어떻게 견뎠을까? 조선시대 선비들은 동지가 되면 <구구소한도>를 그린다.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에서 구구(九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두째이며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동지(冬至)’입니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해’의 부활이라는 큰 뜻을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하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첨치(冬至添齒)’라 하여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부릅니다. 동지의 특별한 풍속을 보면 다가오는 새해를 잘 계획하라는 뜻으로 달력을 선물하는데 더위를 잘 견디라는 뜻으로 부채를 선물하는 단오 풍속과 함께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동지의 또 다른 풍속에는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나 시할머니에게 버선을 지어 선물하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이란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습니다. 이날 새 버선을 신고 길어지는 해 그림자를 밟으면 수명이 길어진다고도 믿었지요. 그런데 이날 가장 보편적으로 지내는 풍속은 팥죽을 쑤어 먹는 일일 것입니다. 특히 지방에 따라서는 동지에 팥죽을 쑤어 솔가지에 적셔 집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시월은 초겨울 되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소리 높이 난다 /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다했구나 (중간줄임)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매흙 바르기 /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 깍짓동 묶어세우고 땔나무 쌓아 두소.” 농가월령가 10월령에 나오는 노래입니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무째로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소설(小雪)”입니다. 소설 무렵 아직 따뜻한 햇살이 비치므로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르지만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많이 추워집니다. 따라서 곧 한겨울에 들 것이므로 서둘러 문에 문풍지도 바르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땔나무도 해놓습니다. 또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목화를 따서 이불을 손보기도 하지요. 또 겨우내 소먹이로 쓸 볏짚도 모아두면서 미처 해놓지 못한 겨울준비를 마저 합니다. 이때 감이 많이 나는 마을에서는 줄줄이 감을 깎아 매달아 곶감을 만드느라 처마 밑이 온통 붉은빛으로 출렁이기도 하지요. 한편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오늘은 24절기의 열여덟째 “상강”입니다.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수증기가 땅 위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때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하지요.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면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른데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수채색 물감으로 범벅을 만든 듯 누렇고 빨갛게 바뀌었지요. 옛 사람들의 말에 “한로불산냉(寒露不算冷),상강변료천(霜降變了天)”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한로 때엔 차가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상강 때엔 날씨가 급변한다.”는 뜻입니다. 이즈음 농가에서는 가을걷이로 한창 바쁘지요. 〈농가월령가〉에 보면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라는 구절이 보이는데 가을걷이할 곡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일손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라는 말이 있는데, 쓸모없는 부지깽이도 요긴하고, 바쁘고 존귀하신 대부인까지 나서야 할 만큼 곡식 갈무리로 바쁨을 나타낸 말들이지요. 갑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꼬리가 긴 잔서(殘暑, 남은 더위)도 차츰 물러가고 산양에는 제법 추색(秋色, 가을빛)이 깃들고 높아진 하늘은 한없이 푸르기만 하다. 농가 초가집 지붕 위에는 빨간 고추가 군데군데 널려 있어 추색을 더욱 짙게 해주고 있는가 하면 볏논에서는 어느새 ‘훠이 훠이’ 새를 날리는 소리가 한창이다.” 위 글은 “秋色은 「고추」빛과 더불어 「白露」를 맞으니 殘暑도 멀어가”란 제목의 동아일보 1959년 9월 8일 치 기사일부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다섯 째 <백로(白露)>인데 위 글은 백로 즈음의 풍경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백로는 “흰이슬”이란 뜻으로 이때쯤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다는 뜻이지요. 백로부터는 그야말로 가을 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때입니다. 이때쯤 보내는 옛 편지 첫머리를 보면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만강하시고…….” 하는 구절을 잘 썼는데, 포도가 익어 수확하는 백로에서 한가위까지를 <포도순절>이라 하지요. 또 부모에게 배은망덕한 행위를 했을 때 <포도지정(葡萄之情)>을 잊었다고 하는데 이 “포도의 정”이란 어릴 때 어머니가 포도를 한 알, 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음력 7월 15일로 백중날인데 백종(百種)ㆍ중원(中元)ㆍ망혼일(亡魂日)ㆍ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도 부릅니다. ‘백종’은 이 무렵에 과실과 푸성귀가 많이 나와 옛날에는 백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 하여 유래된 이름이지요. 또 ‘중원’은 도가(道家)의 말로, 도교에서는 천상(天上)의 선관(仙官)이 한 해에 세 번 인간의 선악을 살핀다고 하는데 그때를 ‘원(元)’이라 합니다. 음력 1월 15일을 상원(上元), 7월 15일을 중원, 10월 15일을 하원(下元)이라 하여 이를 삼원(三元)이라 부르며 별에게 제사를 지내는 “초제(醮祭)”라는 세시풍속이 있었습니다. 또 ‘망혼일’은 이날 돌아가신 부모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술ㆍ음식ㆍ과일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데서 유래한 것이며, ‘우란분절’은 불교에서 우란분재(盂蘭盆齋)를 지내는 날을 말합니다. 백중은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송도지(松都志)》, 《송남잡지(松南雜識)》, 《경도잡지(京都雜志)》, 《규합총서(閨閤叢書)》, 《조선세시기(朝鮮歲時記)》, 《이운지(怡雲志)》, 《용재총화(慵齋叢話)》,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따위의 여러 문헌에 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쇠를 녹일 무더위에 땀이 마르지 않으니 가슴 헤치고 맨머리로 소나무 난간에 앉았노라 옥경의 신선 벗이 나를 지성스레 생각해 주어 맑은 바람 한 줄기를 나누어 보내주었구려 - 옥담 유고집 ‘부채선물에 화답’ 가운데- 무더위가 쇠를 녹인다는 말은 한여름 더위를 잘 표현한 말이다. 선비가 체신을 잊고 가슴을 헤치고 맨머리로 소나무 난간에 앉을 정도로 무더위 속의 요즈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중복(中伏)이요 내일은 24절기의 열두 번째 대서(大暑)인 까닭이다. 이렇게 중복과 더위가 하루 사이로 드는 것은 드문 일로 1929년과 2011년에도 있었을 뿐이다. 각도 관찰사에게 전지하기를, "금년은 가뭄으로 인하여 더위가 매우 심한데, 이제 유(流) 이하의 죄수는 모두 다 사면하여 놓아주었으나, 석방되지 아니한 죄수는 옥(獄)에서 더위로 인하여 혹시 죽게 될까 두려워, 내 마음에 몹시 근심된다. 경은 나의 지극한 마음을 몸받아 곡진(曲盡)하게 조처하여, 각 고을 수령들로 하여금 옥에 있는 죄수들을 무휼(撫恤, 어루만져 구호함)하여 병이 나지 않게 하라."하였다. 이는 《세종실록》 세종 25년(1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단오, 단오는 단오절, 단옷날, 천중절(天中節), 포절(蒲節:창포의 날), 단양(端陽), 중오절(重午節, 重五節)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고 했다. 단오의 '단(端)'자는 첫째를 뜻하고, '오(午)'는 다섯이므로 단오는 '초닷새'를 뜻한다. 수릿날은 조선 후기에 펴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이 날 쑥떡을 해 먹는데, 쑥떡의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만들어졌기 때문에 '수리'란 이름이 붙었다. 또 수리란 옛말에서 으뜸, 신(神)의 뜻으로 쓰여 '신의 날', '으뜸 날'이란 뜻에서 수릿날이라고 불렀다. 이날 부녀자들은 '단오장(端午粧:단오날의 화장)'이라 하여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로 만들어 머리에 꽂아 두통과 재액(災厄)을 막고,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아 윤기를 냈다. 또 단옷날 새벽 상추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 분을 개어 얼굴에 바르면 버짐이 피지 않고 피부가 고와진다고 생각했다. 반면 남자들은 단옷날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니는데, '귀신을 물리친다'는 믿음을 가졌다. 단옷날은 양수 “5”가 겹친 원기 왕성한 날인데 그 가운에서도 오시(午時:오전 11시∼오후 1시)가 가장 양기가 왕성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월이라 한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나니 날씨도 좋구나.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바쁘구나. 남녀노소 일이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이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4월령으로 이즈음 정경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 4월은 맹하(孟夏) 곧 초여름으로 입하와 소만이 들어 있다고 노래한다. 오늘은 24절기 여덟째 “소만(小滿)”으로 이 무렵에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온 세상에 가득 찬[滿]다는 뜻이 들어 있다. 또 이때는 이른 모내기를 하며, 여러 가지 밭작물을 심는다. 소만에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고, 죽순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찍어 먹는 것도 별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드는데 들판에는 밀과 보리가 익고, 슬슬 모내기 준비를 한다. 또 이 무렵 산에서는 뻐꾸기가 울어대며, 아카시아와 찔레꽃 향기는 바람을 타고 우리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온 천지가 푸른데 대나무는 누레져 그런데 소만 때는 온 천지가 푸르름으로 뒤덮이는 대신 죽순에 모든 영양분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넷째 춘분(春分)으로 해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곧 추분점(春分點)에 왔을 때다. 이날은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 음양이 서로 반이라 함은 더함도 덜함도 없는 중용의 세계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24절기는 단순히 자연에 농사를 접목한 살림살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세계를 함께 생각하는 날이기도 하다. 춘분 무렵엔 논밭에 뿌릴 씨앗을 골라 씨 뿌릴 준비를 서두르고, 천둥지기 곧 천수답(天水畓)에서는 귀한 물을 받으려고 물꼬를 손질한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는 옛사람들의 말이 있으며 옛말에 ‘춘분 즈음에 하루 논밭을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가 고프다.’ 하였다. 또 니라 농사의 시작인 논이나 밭을 첫 번째 가는 애벌갈이 곧 초경(初耕)을 엄숙하게 행하여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음력 2월 중 춘분 무렵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2월 바람은 동짓달 바람처럼 매섭고 차다. 이는 바람의 신 곧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