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 행크 윌리엄스 음반 표지 잘 있게 Joe 나는 가네 강어귀로 통나무배를 저어서 사랑스러운 나의 Yvonne와 강어귀에서 신나게 놀거야 티보도, 판테노에 수십 명의 친척들이 Yvonne를 보러 왁자지껄 몰려오고 그녀는 근사한 옷을 입고 우린 강어귀에서 신나게 놀거야 잠발라야와 가제파이와 감보스프 오늘밤이 새도록 나의 연인과 기타치고 과일주스 마시며 강어귀에서 신나게 놀거야 필자는 10여 년 전 서울에서 음악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다. 학원들이 밀집한 곳인지라 외국인 강사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한두 명씩 눈에 띄더니 머잖아 소문을 타고 필자의 카페에 외국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금요일 밤이면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을 지경이었다. 벽면을 빼곡히 채운 LP음반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 Amazing!을 연발하거나 Top of the world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흥이 많은 그들은 음악이 나오면 다소곳이 듣는 법이 없었다. 큰 소리로 합창하거나 엉덩이를 흔들며 남녀가 어우러져 춤을 추었다. 그들 가운데는 중년들도 간혹 섞여 있었으나 대부분이 이삼십 대 젊은이들이었다. 디지털세대인 그들이
▲ 《그들이 사는 마을》, 스콧 새비지 엮음, 느린 걸음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어느 날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살지?라고 생각해보신 적 없으십니까? 기계문명의 거대한 흐름에 밀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남들이 가는 대로 자신도 따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흠칫 놀라신 적은 없으십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것을 느꼈을지라도, 이 거대한 흐름 앞에 한 개인이 뭘 어찌 하겠느냐는 체념 속에 그저 묵묵히 흐름을 따라 갈 것입니다. 아니, 그 흐름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다시금 그 흐름 속에서 경쟁하며 탐욕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그런 흐름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나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콧 새비지가 엮고 느린 걸음 출판사에서 낸 책 《그들이 사는 마을》이 바로 그런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그들이 사는 마을》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소박한 삶을 위한 모임에서 발행하는 잡지 《플레인(Plain)》에 실린 글을 위 잡지의 편집자 스콧 새비지(Scott Savage)가 엮은 책입니다. Plain이란 단어 자체에 소박한의 뜻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사는 마을이란 바로 이런 흐름을 떨쳐버리고 나온 사람들이 소박하게 사는 마을을 뜻하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설악산 대청봉으로부터 시작된 단풍소식이 이제는 필자가 살고 있는 동해시 인근의 두타산에서도 들려온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단풍 곱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만 그 가운데서도 우리 강원도 단풍이 으뜸임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하리라. 꽃은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 이더군 이란 시구처럼 나뭇잎도 그렇게 우리들 애를 태우며 돋더니만 짧은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가 버린다. 전천강가를 거닐다 맞은 편 산을 바라보니 아직 만산홍엽(滿山紅葉)이 이른데도 성질 급한 낙엽은 벌써 소슬바람에 표표히 산책로를 나뒹군다. 갑년(甲年)이 가까우면 가을이 더 쓸쓸하게 다가서는 것인가? 저녁노을 비끼는 강물을 바라보니 마음이 바람 든 무처럼 성글어진다. 오늘은 장현이 부른 마른 잎을 들으며 가을정취를 만끽해본다. 마른 잎은 신중현 사단 가수들이 무대에서 즐겨 부르는 단골 메뉴였다. 그 가운데서 임아영 장현 박광수가 음반에 실었는데 장현의 노래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중현 사단이 언급된 김에 우리 가요 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음악 집단이기에 그 실체를 한번 들여다보기로 한다. ▲ 장현 마른 잎 수록 음반 표지 마른 잎 떨어져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광명 케이티엑스(KTX) 역 뒷산인 서독산 기슭에 있는 이순신 장군 무덤을 찾았습니다. 제가 이 말을 하면 다들 어? 이순신 장군 무덤이 광명에 있나?라고 하실 것입니다.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장군 무덤은 당연히 현충사가 있는 아산에 있겠지요. 제가 찾은 무덤은 무의공 이순신(李純信) 장군 무덤입니다. 그러면 무의공 이순신 장군은 또 누구야?라고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무의공은 충무공 휘하 장수로 임진왜란에 참전하여 바다에서 왜군과 싸운 장수이지요. 그러니까 한 부대에 동명이인이 있었던 겁니다. 전부터 충무공 이순신 장군 휘하에 이름이 같은 이순신 장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그 이순신 장군 무덤이 서독산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번에 찾은 것입니다. 무의공은 양녕대군의 후손으로 1577년(선조 10)에 무과에 급제하였으며,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에는 방답진 첨절제사로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충무공 휘하에서 중위장, 전부장 등의 직책을 맡아 한산도, 옥포, 부산포, 당포해전 등에서 활약을 하였습니다. ▲ 광명 케이티엑스(KTX) 역 뒷산인 서독산 기슭에 있는 이순신(李純信) 장군 무덤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 박일남 갈대의 순정 음반 표지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는 말아라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 갈대의 순정 말없이 보낸 여인이 눈물을 아랴 가슴을 파고드는 갈대의 순정 못 잊어 우는 것은 사나이 마음 울지는 말아라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 갈대의 순정 이태 전 가을은 유난히 비가 잦았다. 전국이 물난리로 고통을 받던 그해 여름 동해안 지방은 비가 내리지 않아 그렇게도 애를 태우더니, 뒤 늦게나마 상수원 댐에 물이 차고 마른 내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와 한시름 덜었었다. 그런데 올해도 역시 가뭄은 사람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비 온 뒤의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대단한 순화작용을 한다. 눈은 내릴 때는 아름답지만 녹을 때의 질척거림이 불편하고, 비는 내릴 때는 불편하지만 내린 뒤엔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세상은 어쩌면 이렇게도 조화를 이룰까?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는 말이 나왔나보다 생각하며 갈대 우거진 냇가에서 옛 생각에 잠겨본다. 주홍빛 가을 햇살이 싸리울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 황규현 애원 음반표지 목이 메어 불러보는 내 마음을 아시나요 사랑했던 내님은 철새 따라 가버렸네 허무한 마음으로 올리는 기도소리 그대는 아나요 무정한 내 사랑아 몸부림 쳐봐도 재회의 기약 없이 가버린 그님을 소리쳐 불러본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소식이나 전해다오 얼마 전 40년 만에 동두천을 다녀왔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옛 모습을 잃은 건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지만, 그나마 변하지 않고 있는 개울과 역 광장을 토대로 옛 모습을 그려 보았다. 미군 제2사단이 있던 자리며 개천을 따라 늘어선 기지촌자리, 자취방이 있던 생연리. 본토음악 배우겠다고 전국의 기지촌을 떠돌던 시절, 동두천읍 보산리는 기지촌의 대명사이자 8군무대의 대명사였다. 오늘은 기지촌과 8군무대를 회상하며 얘기꽃을 피워본다. 일반적으로 기지촌에 있는 클럽과 8군무대를 같은 존재로 보는 사람들이 많으나 그 둘 사이엔 엄연히 경계가 있다. 8군무대는 부대에 부속된 클럽을 지칭하는 용어로 장교들이 출입하는 officers 클럽, 하사관들을 위한 NCO 클럽, 사병들이 이용하는 EM클럽이 있었다. 8군무대에 서기 위해선 미 국방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지난 주 김남윤 클래식 투어 수업은 오케스트라 펼쳐보기로 오케스트라의 얼굴인 현악기, 그 중에서도 첼로와 더블베이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당연히 연주자들이 나와서 첼로와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시간도 있었지요. 연주곡 중에는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ens)의 동물의 사육제도 있었는데, 첼로는 사육제에 나오는 동물 중 백조를, 더블베이스는 코끼리를 연주합니다. 첼리스트 이지영씨의 연주를 들으니 첼로 연주가 백조의 우아함을 더하는 것 같고, 또한 신윤경씨가 연주하는 더블베이스는 뒤뚱뒤뚱 대는 코끼리의 모습을 잘 표현한 것 듯합니다. 더블베이스는 워낙 저음 악기라 독주 연주를 듣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 더블베이스 독주 연주도 들어보았습니다. 연주곡 중에서 수강생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신 것은 이지영 첼리스트가 연주하는 쟈클린의 눈물입니다. 원래 첼로의 음색이 처연한 맛이 있지만, 쟈클린의 눈물은 사람의 마음을 쥐어짜는 애절함이 더합니다. 이는 쟈클린의 눈물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운의 천재 첼리스트 쟈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 1945~1987)에게 헌정된 음악이라 더욱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 장계현 음반 표지 동녘에 해뜰 때 어머님 날 낳으시고 귀엽던 아가야 내 인생 시작 됐네 열두 살 시절엔 꿈 있어 좋았네 샛별의 눈동자로 별을 헤던 시절 커피를 알았고 낭만을 찾던 스무 살 시절에 나는 사랑 했네 너밖에 몰랐고 너만을 그리며 마음과 마음이 주고받던 밀어 그러나 둘이는 마음이 변해서 서로가 냉정하게 토라져 버렸네 새파란 하늘처럼 그렇게 살리라 앞날을 생각하며 인생을 생각 하리 벽면을 빼곡히 채운 LP판을 보니 제가 처음 음악다방에 갔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대학생이던 저의 형은 음악다방과 생맥주집 구경을 고교 졸업선물로 제게 주었습니다. 그때를 회상하며 듣고 싶습니다. 민생고를 덜어보려고 음악카페를 할 때였다.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들어온 한 중년이 일만 장이 넘는 음반에 넋을 빼앗겨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더니 한참 만에 신청곡 쪽지를 보내왔다. 그래, 한때는 매일 전파를 탈 만큼 인기가 좋았었지. 신청곡이 나가는 동안 나 역시 그 시절 추억 속으로 빠져 들었다. 내가 처음 다방에 갔을 때 커피 값이 30원이었던가? 50원이었던가? 자장면이 35원 이었으니까 50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한국문화신문=김상아 기자] ▲ 나훈아의 고향 음반 표지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 역 이뿐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눈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 역 코스모스 반겨주는 정든 고향 역 다정히 손잡고 고갯마루 넘어서 갈 때 흰 머리 날리면서 달려온 어머님을 얼싸안고 바라보았네 멀어진 나의 고향 역 고향 역 가운데 코스모스는 그리움이다. 아득한 그리움이다. 그날,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에 나부끼던 영월역의 코스모스는 역사 처마의 단청처럼 고왔다. 삭도에서 날리는 석탄가루에 새까매진 플랫 홈이 배색이 되어 더욱 그랬다. 서울이 아무리 좋기로서니 명절이나 쇠고 가라며 붙잡던 이웃들. 타관살이가 정 힘들면 다시 돌아오라며 눈물로 배웅하던 반장 댁. 그들을 뒤로한 채 눈 뜨고도 코 베인다는 서울로 우리 모자가 떠나던 날, 그때는 몰랐다. 코스모스 씨방 속에 그리움의 가시가 여물고 있다는 것을. 제천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탔을 때부터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지는 새 세상에 정신이 팔렸다. 영월선의 딱딱한 의자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푹신한 중앙선 의자는 신천지로 향하는 철부지 소년의 포근한 꿈을 부추겼고, 서울거리를 가득
[한국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우리는 그녀 아버지의 의뢰로 혹시 정보기관의 추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지체 없이 서울을 벗어나기로 하였습니다. 계절은 벌써 가을의 끝자락에 와 있었습니다. 야간열차는 우리의 앞날만큼이나 캄캄한 어둠속을 달려 부산역에다 우리를 내려놓았습니다. 남국이라고는 하지만 늦가을 새벽바람은 사정없이 우리 몸을 파고들었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도피 길에 올랐기에 아침밥을 사먹고 나니 벌써 주머니가 바닥이 났습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굶으며 무작정 거리를 헤맸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피로와 허기에 지친 우리 몰골은 영락없는 노숙인이었습니다. 나는 주민등록증을 꺼내들고 상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여행 왔다가 여비가 떨어져 그러니 차 삯을 빌려주면 나중에 우편환으로 꼭 보내드리겠노라고 통 사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전 몇 닢도 아닌 돈을 선뜻 내어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후덕하게 생긴 약사분께서 속는 셈치고 천 원짜리 지폐 열장을 금고에서 꺼내 주었습니다. 우리는 허기를 때우고 다시 새벽열차에 몸을 싣고 나의 외가로 향했습니다. 절망이 비구름처럼 몰려와 객차 안을 덮었습니다. 우리는 두려움에 손을 꼭 잡았습니다.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