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우리네 인생은 내일에 속으며 살아가는 것이라 한다. 내일이 되면 좀 나아지겠지 하지만 내일이 오늘이 되어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래도 우리는 내일에 기대를 걸고 또 다시 속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아직 그럴 능력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복술에 기대어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점술은 토정비결과 사주로 둘 다 사람이 태어난 때를 기본정보로 하여 점을 친다. 사주는 인간을 하나의 집으로 보고 태어난 년 월 일 시를 네 개의 기둥이라 여겨 사주(四柱)라 한다. 그 사주를 간지로 바꾸면 여덟 글자이기 때문에 팔자라 한다. 토정비결은 사주에서 시(時)를 뺀 세 기둥을 바탕으로 하여 주역의 64괘중 48괘를 풀어 점을 친다. 그런데 사주건 토정비결이건 시간이 언제 시작되었느냐를 알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시간의 시작과, 우주가 태어난 날은 고사하더라도 지구가 생겨난 날 정도는 알아야 사람의 생년월일을 입력시켜 운세를 점칠 것이 아닌가? 비단 사주와 토정비결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점술은 다 마찬가지이다. 미래를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 칼럼니스트]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활동하고 있는 가수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에서 그나마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하는 가수가 있는 반면,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가는 가수가 훨씬 더 많다. 거기에서도 정상의 꿀맛을 본 가수는 극소수이고, 그들 중에서도 인기와 존경을 함께 얻은 가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오늘은 그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하나인 레이 찰스를 추억한다. 타락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범죄자가 자의식에 눈을 뜨고 점차 자아를 완성해나가는 인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그러한 현상이 유독 심한 우리나라는 전과자라면 무조건 백안시했다. 필자 역시 그러한 편향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했었다. 하지만 문턱이 닳도록 교도소를 드나들던 사람이, 음악을 통해 마음을 순화하고 마침내는 훌륭한 인격체를 이루어낸 사례들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 대표적 인물들이 바로 레이 찰스, 자니 캐시, 멀 해거드로 필자의 고정관념을 바꾸어 놓은 인물들이다. 특히 레이는 인종차별 철폐운동을 이끌며 존경을 받았다. 2004년 6월 10일 세상을 뜬 레이 찰스는 1930년 조지아주 노동자
[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공허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하찮아 보였다. 어느 청년 기업가의 성공 신화가 입 바람을 타고 떠돌았으나 귀 밖에 머물렀다. 바다 건너에서 전해지는 올림픽 승전보에도 환호하지 못했다. 동물적 투쟁본능의 잔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우중(愚衆)으로만 보였다. 승자와 패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분구도 현실은 더욱 경멸스러웠다. 무얼 위해 살아야 하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답을 구하다 무력감을 감당치 못해 자학에 빠져 있었다. 유서를 써서 주머니에 넣고 친구 화실을 찾았다. 좁은 공간에서 풍기는 테레핀 냄새가 화실 밖까지 진동했다. 가난뱅이 딴따라와 환쟁이. 그래도 우린 신기하리만치 밥은 굶어도 술은 안 굶었다. 루핑지붕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릴 들으며 소주잔에 허무를 타서 마셨다. 진아(眞我)라는 명제로 논쟁을 하다 아메바와 에테르를 들먹이기도 하고, 생명의 기원을 찾느라 우주도래설을 논하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혀꼬부라진 소리로 선언했다. “나 오늘 유서 썼다. 술 마시다 죽던가, 참된 나를 찾아 떠나던가!” 그리고 다음날 나는 산사 행 버스에 몸을 실
[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부부의 연은 따로 있다고 한다. 그런 까닭인지 연인들 가운데 부부의 인연을 맺지 못한 채 가슴 아픈 이별을 하는 쌍들도 많다. 사실 생면부지의 남녀가 만나서 하나가 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여 각기 다르게 형성된 성격을 맞추어 간다는 게 어디 그리 만만한 일인가? 예전에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기에 헤어짐도 어려웠지만, 요즘은 만나기가 쉬워진 탓인지 헤어짐도 쉬운 것 같다. 사람들의 마음이 강퍅(剛愎)해진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타인의 사고와 가치관이 자신과 다르면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풍조가 만연하게 되었다. 자신만이 옳다고 우기고 융화하려 하지 않는다. 그 이기와 독선이 남녀관계라고 다를 바 없어 상충을 거듭하다가 마침내는 결별을 선택하고 마는 것이다. 개인의 성격 차이로 헤어지는 경우에는 그래도 마음에 상처가 덜 남는다. 둘 사이의 마음이 잘 맞고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받는 사이라 할지라도, 부부의 연이 닿질 않아 아픈 이별을 해야 하는 연인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런 경우엔 평생 쓰라림을 달래며 살아가야 한다. 전생에서 수백 번의 인연을 쌓아야 부부가 된
[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기억 하나요? 한 섬 들목의 바다 새라는 커피숍을. 창문엔 늘 두툼한 커튼 자락이 반쯤 내려져 있고, 희뿌연 전구들이 바닷바람에 한들한들 졸고 있는 그 커피숍을. 손님의 그림자조차 보기 힘든 그 적막한 커피숍을 지나면 당신과 내가 사랑하는 산책길이 시작되지요. 오른쪽에는 푸른 바다가 하늘만큼 펼쳐져 있고 왼쪽 언덕에는 해송들이 빼곡한 길. 그 길을 걸으면 비릿한 미역냄새가 나기도 하고 풋풋한 들풀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냄새가. 인적 없는 숲길은 간밤에 내린 겨울비로 처녀림 같은 신비감마저 돌고, 마른 잎 몇이 나뭇가지 끝에서 풍경처럼 간당입니다. 우리는 그 길에서 수없이 많은 대화를 눈빛으로 나누었고, 대화의 마지막은 늘 이런 약속이었지요. 그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 내자는. 한순간도 떨어지지 말자는. 같은 날 같은 배를 타고 영원의 항해를 떠나자는. 알고 있나요? 그때 그 길은 지금 나 혼자 걷고 있다는 것을. 밀리는 파도도, 세찬 비바람도 씻어내지 못한 당신과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되짚으며 걷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떠나간 지 어느 덧 다섯 해가 흘렀네요. 후회하고, 후회하고 또 후
▲ 《그림, 영혼의 부딪힘》, 김민성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큐레이터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헬레나와이즈앤컴퍼니라는 예술과 의료를 연결하여 마케팅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의 대표로 있는 김민성 대표가 《그림, 영혼의 부딪힘》이란 책을 냈습니다. 그림, 영혼의 부딪힘? 그림을 본다는 것은 열망하는 화가의 영혼의 부딪힘을 목격하는 매우 특별한 일이어서 이렇게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저하고는 성공회대 인문공부 11기 동기입니다. 김대표가 이번에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서양화가들에 관한 책을 냈다고 할 때에, 그동안 이런 류의 책은 꽤나 많이 나왔고, 저도 이런 책은 틈틈이 읽어보았기 때문에 솔직히 책을 펼치면서는 그 동안의 미술사 관련 서적에 또 하나의 책을 얹는 정도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우선 김 대표가 화가에 대해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기존의 책과는 달랐습니다. 김 대표는 한 화가의 인생 스펙트럼에서 한 가지 점을 주제로 잡으면 우선 그에 관한 자신의 경험이나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부터 풀어나갑니다. 그러다가 지금부터 그 비밀의 정원 속으로 들어가보자든가, 그 시간으로 떠나보도록 하자면서 본격적으로
[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 현경과 영애 음반 표지 간밤에 흰눈이 왔어요 가지엔 눈꽃이 폈네요 참 예쁘네요 간밤에 흰눈이 왔어요 가지엔 눈꽃이 폈네요 참 예쁘네요 다같이 노래를 불러요 힘차게 손뼉을 치면서 다같이 노래를 불러요 참 예쁘네요 다같이 노래를 불러요 힘차게 손뼉을 치면서 다같이 노래를 불러요 참 예쁘네요 다같이 노래를 불러요 모두 다 즐거운 노래를 다같이 노래를 불러요 참 예쁘네요 참 예쁘네요 가운데서 강원도 산골의 겨울은 유난히 길다. 예전에는 더욱 그랬다. 동짓달이면 벌써 외부세계와 왕래가 단절되는 마을이 수두룩하였다. 강원도의 눈은 내렸다하면 한 길이 넘기가 일쑤였다. 이듬해 봄까지 꼼짝없이 마을 안에 갇혀 겨울을 나야 했다. 남정네들은 새끼를 꼬거나 돗자리 짜기, 소쿠리 만들기로 하루를 보냈다. 어쩌다 무리지어 나가는 사냥은 비길 데 없이 재미있는 놀이였다. 아낙네들은 엿을 고거나 콩나물을 기르며 명절준비를 하였다. 그렇게 단조로운 산골마을에 어쩌다 이야기꾼이라도 찾아들면 마을사람들은 반색으로 모셨다. 텔레비전이 귀하던 시절,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에서 이야기꾼의 존재는 오늘날로 치면 저널리스트요, 만능 엔터
[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 Neil Sedaka의 음반 표지 나는, 나는 내 캘린더걸을 사랑 합니다. 매일 매일 일 년 내내 January 한 해를 멋지게 시작해요 February 당신은 나의 발렌타인 March 복도를 함께 행진해요 April 당신이 웃으면 부활절 토끼 May 아마 그대 부모님께 여쭈어 본다면 June 댄스 파티에 함께 가는 걸 허락할 거예요 왜 하필이면 한 해 가운데 가장 추운 이맘때를 첫 번째 달로 정했을까? 오랫동안 필자가 품어온 궁금증이다. 음력 정월이야 입춘이 들어 있으니 일리가 있는 것 같으나, 차라리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대지가 기지개를 켜는 3월이 합당하지 않을까? 고대 로마인들은 기껏 3월을 첫째 달로 사용해 오다가 2대 왕 누마는 무슨 생각으로 책력을 고쳐 3월 앞에 두 달을 배치했을까? 율리우스력도 그레고리우스력도 그렇게 사용하는 걸보니 그만한 과학적 이유가 있을 듯 한데, 필자가 과문한 탓으로 그저 천문학과 지중해적 기후와 관련이 있나보다 추측할 따름이다. 영어의 1월 January는 라틴어 Ianuarius에서 파생되었다. 로마의 수많은 신 가운데 야누스 신이 신들의 공회 장소에 가장 먼저 입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현인 선생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를 속으로 되뇌면서 이 글을 씁니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았습니다. 영화는 초반부의 과거로의 회상 장면에서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부두 철수 현장이 나오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굳세어라 금순아가 떠오른 것이지요. 1.4 후퇴 때 미 함정에서 내려준 그물망 같은 줄을 필사적으로 기어오르는 소년 덕수, 그의 등에는 어린 여동생 막순이가 꼭 붙어 있습니다. 덕수는 막순이에게 여기는 운동장이 아니다. 꼭 붙잡으래이!라고 신신당부 합니다. 그러나 거의 함정 위에까지 다다랐을 무렵 막순이는 그만 다른 피난민에 떠밀려 떨어지고 맙니다. 동생을 애타게 부르는 소년 덕수의 피 토하는 아우성. 여기서 굳세어라 금순아 1절 후반부 가사가 다시 떠오릅니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던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 이후 나 홀로 왔다~~ 먼저 배에 올랐던 덕수 아버지는 딸을 찾으러 배를 내려가면서 덕수에게 내가 없으면 장남인 네가 가장이다. 어머니와 두 동생을 잘 보살피거래이라는 말을 남기는데, 그게 그
[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요즘은 지방 소도시에서도 배낭을 둘러매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는 외국인을 흔히 볼 수 있다.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외국에서도 여행을 많이 오고 우리도 해외로 많이 떠난다. 이제는 시골 노인들도 중국이나 동남아 몇 개국 정도는 다녀오는 세상이 되었다. 나라밖이라고는 강화도밖엔 가본 적이 없다며 농반진반으로 너스레를 떨던 필자도 단 한번 해외여행을 경험하였다. 첫 여행지 치고는 제법 먼 나라인 스페인을 다녀왔는데, 다행히 패키지관광이 아니라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뒷골목 구석구석까지 뒤질 수 있어 좋았다. 라틴문화와 아라비아문화가 혼재된 독특한 문화를 경험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먹을거리가 문제였다. 음식이 얼마나 짠지 도무지 먹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대도시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이 있어 라면이나 김치 맛을 볼 수 있지만 길을 나서면 늘 파스타로 때워야했다. 스페인 전 지역의 음식이 대부분 짜지만 안달루시아 지방이 유독 짜다한다. 바다를 끼고 있지만 염전이 없어 소금이 귀하기 때문에 반가운 손님에게는 소금 한 줌을 더 쳐주는 풍습이 있었던 탓이다. 그 영향으로 음식이 그렇게 짜졌다는 민박집 주인의 설명을 떠올리며 외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