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지난 7월 13일, 14일 이틀에 걸쳐 국악의 성지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창극단이 제57회 정기공연 창극 <춘향>을 선보였다. 이 공연은 2012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초청작으로 ‘춘향아씨’로 선보인 이후 12년 만이다. 춘향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하나로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음악으로 ‘사랑가’와 ‘쑥대머리’가 인기 있는 눈대목이다. 춘향가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로 고전 소설, 신소설, 현대소설 ‘춘향전’으로 지속해서 개작되며 대중들과 만나기도 하였다. 이 작품은 단순한 남녀의 사랑만을 노래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 속에는 부정부패한 탐관오리들에 대한 질책과 높고 낮음이 없는 신분에 관한 이야기, 여성의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담으며, 사회적 모순과 비판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또한, 춘향가는 영화로도 제작되기도 하며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로 서울 국립창극단이 정기적으로 올리는 창극으로도 유명하다. 오랜 세월 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단골 소재인 것이다. 이렇듯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와 노래로 대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거기에 판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81) 장다리는 한철이요, 미나리는 사철일세 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철이라 메꽃 같은 우리 딸이 시집 삼 년 살더니 미나리꽃이 다 피었네 표독한 장희빈, 천사 같은 인현왕후, 사랑에 눈멀어 부인을 내치는 숙종… 어느덧 역사를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선명한 선악의 구도는 어쩔 수 없는 흡인력이 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대립이 수많은 사극에서 무수히 변주되는 까닭이다. 인현왕후 폐비는 당대에도 참 충격적인 사건이기는 했다. 조선 개국 이래 왕후가 폐출되어 사가로 나가게 된 것은 처음이었으니, 당시 지식인들과 관료들은 군주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였으나 젊은 임금 숙종의 혈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임생이 쓴 이 책, 《인현왕후전》은 계축일기나 한중록과 더불어 대표적인 궁중문학으로 꼽히는 소설이다. 작자는 인현왕후를 모시고 있던 궁인이라는 설도 있고, 왕후 폐출에 반대하던 박태보의 후예나 왕후의 친정 가문에서 지은 것이라는 설도 있다. 줄거리는 대체로 다 아는 바다. 인현왕후 민씨는 숙종 당시 병조판서이던 민유중의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아름답고 덕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단군 이래로 지금의 사회처럼 정보가 넘치고 빠른 시절을 살아온 세대가 없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일어난 실상을 우린 잘 파악하고 있을까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절대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린 스스로 현재 이 순간, 바로 여기에 살면서도 이 세상의 진상을 알지 못합니다. 현실은 복잡하고 인간사의 진실은 켜켜이 깔린 무지와 은폐의 장막에 가려져 있습니다. 어제 일어난 일의 진실을 밝히려 해도 수개월이나 수년이 걸리고, 때론 수십 년이 지나도 실상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죽어 묻힌 사람도 아니고 치매나 기억상실로 인지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사람도 아니고 권력의 중심부에서 떵떵거리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존 인간임에도 우린 그 진실을 파헤칠 수 없습니다. 마치 문이 수없이 많이 존재하는 철옹성 같아서 한 개의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이 막아서고 있지요. 진실은 하나이고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관료들은 눈치 속에서 진실의 눈을 감아버립니다. 참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세상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나면 거의 관련된 영상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전쟁까지도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세상이니까요. 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세계 최대의 제국이 있었다. 자국의 강력한 전투력을 바탕으로 하여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동유럽을 정복했다. 서쪽 끝으로 오스트리아의 빈에서부터 동쪽 끝으로 사할린까지 남쪽 끝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자바섬까지를 아우르는 단일 대제국이었다. 이 제국으로 동양과 서양이 모두 한 나라에 속하게 되어, "모든 나라들은 누구도 누구한테서도 어떠한 폭행도 당하지 않은 채 황금 쟁반을 머리에 이고 해가 뜨는 땅에서 해가 지는 땅까지 여행할 수 있었다." 1206년 건국 이후 1368년 명나라에 의해 고비사막 일대로 축소되기 전까지 이 제국은 곧 세계 그 자체였고 이들에 의해 세계사라는 개념이 생겼다. 이 대제국을 이룬 주인공은 칭기즈칸이었고, 주역은 몽골족이었다. 100만 명도 안 되는 이들이 어떻게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는가? 2024년 7월초 몽골 여행에 나선 필자는 7월10일 오전 10시 몽골의 수고 울란바토르의 거대한 중앙광장에 있었다. 광장에는 전통적인 병사 복장을 한 의장대와 군인들이 도열해 있었고 광장 끝 몽골정부청사 앞 계단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곧 거대한 몽고 국기가 등장했다. 마침 이날이 몽골의 독립기념일이었다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우리는 모두 다른 얼굴과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며,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고 다양하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마땅하다. 창작자가 생각한 주제를 관람하고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자신의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평 혹은 평론은 여러 경력을 갖지 않으면 언론사에서 쉽게 글을 올려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그 글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고심 끝에 예술을 전공한 학생들이 문화평론가로서 성장할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예비 문화평론가 소개”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소개에는 ‘문화톺아보기’의 문화평론가로서 후대들에게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의 발전을 위한 막중한 책임감으로 필자의 <비평> 수업을 통해 양성한 이들로 제한하여 뽑았다. 많은 신청자 가운데 <우리문화신문>의 주제와 색깔이 어울리고 단순한 감상과 평가로서 끝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주체성으로 시대의 영향이 되어줄 글을 기준으로 하였다. “Who cares?” 영어에서 자주 쓰이는 이 표현은 “누가 상관이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0) 옛집 새로 옮겨 이 물가에 지으니 그대 허술한 집 찾아와 어찌 견디냐 묻네 만 권 책의 훈기를 내가 경모하니 한 바가지의 물로 사는 삶에도 진정한 기쁨을 느끼네 스물여섯 해 전 마음먹었던 것을 오늘 되새겨 보매 근심은 동해물로 달려와 측량할 수가 없구나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를 끝으로 공직생활을 일단락짓고, 자기 고향에 ‘계상서당(溪上書堂)’을 짓고 읊은 시다. 20대 후반부터 꿈꿔 왔던 소망이 이제야 실현된 것을 기뻐하며, ‘만 권 책의 훈기’와 ‘한 바가지의 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노래했다. 이황은 대학자이자, 문과에 급제하고 ‘직장생활’을 오래 한 관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항상 학문 쪽에 더 있었던 것 같다. 마침내 온전히 학문에 집중하려 정계 은퇴를 결심하고 지은 서당이 계상서당이었다. 이 책, 《퇴계 이황》은 2,500년 유교 역사를 소설로 그려낸 최인호 작가의 《유림》을 청소년용으로 각색한 책이다. 동화작가 표시정이 쉽게 풀어쓰고 최인호가 머리말을 붙였다. 조광조, 공자, 이이 등 유교 사상계의 걸출한 인물을 다룬 최인호의 《유림》 6부작 가운데 여섯 번째 책이다. 이황이 정계 은퇴를 결심한 데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전국이 장마권이다. 비가 억수처럼 온다는 소식이다. 비가 오는 사이사이로 잠깐 햇빛이 고개를 내밀면 바로 무더위다. 대중교통의 냉방이 가동되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더위를 잊는다. 그러나 내려서 집으로 오는 동안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장롱에 들어가 있던 부채를 꺼내어 들어본다. 꺼내어 든 부채에는 먹으로 시원한 산수가 그려져 있다. 더운 만큼 부채가 더 춤을 춘다. 한쪽 죽지는 숨겨놓고 구름 속 멀찍이 숨겨놓고 한쪽 죽지만 접었다 펼쳐 든 날개라 하자 떨리는 눈썹은 내리깔고 이마 위에 주름살 다시 걷어 안개를 실어낸 학(鶴)이라 하자 물결에 일렁이는 학(鶴)이라 하자 ... 김상옥(金相沃) ‘부채’ 중에서 시인의 영감은 부채의 움직임에서 고고한 학의 날개짓을 연상, 추출해냈다. 너울거리는 날갯짓은 한쪽 손으로 접었다가 펼쳐 드는 모양이요, 물결에 일렁이는 학은 섬섬옥수로 부채를 부치는 모양을 표현했으리라. 몹시 무더운 날 연거푸 활활 부치는 모양은 신들린 듯 너울대는 춤, 바로 그것이 아닌가? 조선시대 태종 임금은 ‘朗月淸風在手中’(낭월청풍재수중)이라고 했다. 밝은 달, 맑은 바람이 손바닥 안에 있다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정도전. ‘조선개국’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이뤄낸 인물로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 정도전이다. 조선 개국은 사실상 정도전이 이성계를 택해 이뤄낸 업적이라는 시각이 있을 정도로 정도전은 이방원과 더불어 개국의 일등 공신이었다. 이런 이방원과 정도전이 왕권과 신권(臣權)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결국 정도전이 패배하며 가문이 몰락하고 말았다. 그 뒤 정도전은 오랜 세월 잊혔다가 정조가 정도전의 글 《삼봉집》을 읽으며 조선 건국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신이 추구해야 할 개혁 과제를 찾으며 다시 부상했다. 마침내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통치하던 고종 8년(1871년) 3월, 정도전은 약 오백 년간 이어진 역적의 누명을 벗고 ‘문헌(文憲)’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조선 왕조를 개창한 공으로 후손 대대로 복록을 누릴 수 있었으나 한순간 몰락해 버린 아픔을 오백 년 뒤에야 떨쳐낸 것이다. 민병덕이 쓴 이 책, 《재상 정도전》은 새로운 시대를 꿈꾸던 한 풍운아가 겪은 삶의 부침을 알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정도전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굴곡진 어린 시절을 보내며 열과 성을 다해 공부해 고려왕조의 신하가 되었지만, 친원 정책에 반대하고 명나라와 가까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런치 데이트>는 미국에서 1989년 만들어진 흑백 단편영화입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기차역에서 어느 백인 귀부인이 흑인과 부딪쳐 쇼핑백을 떨어뜨립니다. 쏟아져 나온 물건들을 주워 담느라 기차를 놓치고 말았지요. 하는 수 없이 주변 음식점에 가서 샐러드 한 접시를 주문하고 식탁에 자리 잡은 그녀는 포크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깨닫습니다.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서 포크를 가지고 돌아옵니다. 그사이에 어떤 흑인이 자기 식탁에 앉아 샐러드를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녀는 화가 났지만, 포크를 들고 같이 샐러드를 먹습니다. 서로 한 포크씩 집어서 말이지요. 샐러드를 먹고 난 뒤 흑인이 커피를 두 잔 가져와 한 잔을 그녀에게 건넵니다. 커피를 마신 귀부인은 기차를 타러 갑니다. 허걱~~ 그만 쇼핑백을 놓고 온 것이었습니다. 급히 음식점으로 뛰어갔지만, 흑인도 쇼핑백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귀부인은 음식점 여기저기를 찾아보던 중에 아까 샐러드를 먹었던 곳 바로 뒤의 식탁에 손도 대지 않은 자기 샐러드 접시와 쇼핑백이 있는 것을 발견하지요. 귀부인은 자신이 자리를 잘못 잡은 탓에 흑인의 음식을 빼앗아 먹었고 커피도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2012년 10월 6일 자 빌보드 차트 순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8년 정도가 지난 2020년 9월 5일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빌보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랑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빌보드는 이제 한국 음악 시장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고 김치와 태권도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과거와 달리 K-POP이라는 우리의 대중음악으로 외국에 우리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임세혁의 K-POP 서곡’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 위에 치열하게 음악의 탑을 쌓아서 오늘에 이르게 만든 음악 선학들의 이야기다. 그의 노래는 강물처럼 깊이를 알 수 없지 흘러 흘러가는 곳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그의 노래는 바람처럼 시작을 알 수 없지 불어 불어 가는 끝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그의 노랜 자유의 소리 깊은 잠을 깨우는 가슴속에 가둘 수 없는 열정을 그는 노래하네 아! 나에게 처음으로 노래를 사랑하게 한 그는 내 맘속 깊은 곳에 언제나 함께 하겠지 <새벽기차>,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같은 곡들로 유명한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