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꽃일다'입니다. 이 말을 말집(사전)에서는 '화학적 작용이나 발효의 과정 따위에서 한창 순화한 현상이 나타나 보이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무슨 뜻인지 어림은 할 수 있겠는데 똑똑히 알기 어렵지 싶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다시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김치나 젖갈 따위가 발효되어 맛이 달다'는 뜻으로 쓰는 '삭다'라는 토박이말을 아실 것입니다. 김치가 삭는 것을 보신 분들은 '한창 순화한 현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시지 싶습니다. 김치에서 물이 나오고 그 국물이 보글거리다가 마침내 신맛이 나게 되면 잘 삭았다고 합니다. 그처럼 썩지 않고 먹기 좋게 삭는 길(과정)에서 눈에 띄게 뭔가 일어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이라는 말이 가진 느낌과 '일다'라는 말이 '없던 현상이 생기다'는 뜻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꼭 삭는 것만 가지고 말할 게 아니라 뭔가 좋아지는 게 나타나 보일 때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이 말의 뜻풀이를 '뭔가가 삭을 때 또는 어떤 일에서 한창 좋아진 게 나타나 보이다'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그리고 '뭔가 좋은 쪽으로 바뀌게 되다' 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우리가 흔히 쓰는 '진국'이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 '꽃물'입니다. 이 말은 '곰국이나 설렁탕 따위의 고기를 삶아 내고 아직 맹물을 타지 않은 짙은 국물'을 가리키는 말로 '꽃국물'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물을 '진한 국물'이라는 뜻으로 흔히 '진국'이라고 하지요. 우리가 그렇게 자주 쓰는 '진하다'의 '진'도 '나루 진(津)'을 쓰는데 말집(사전) 풀이를 보면 '짙다'는 말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 '진하다'는 '짙다'는 말로 갈음해 써도 되겠다 싶습니다. '진국'이라는 말도 진한 국물이라는 뜻보다는 '거짓이 없이 참된 것.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쓴다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앞으로 '진국'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꽃물', '꽃국물'이라는 말도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고 둘레 분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들봄달 열여드레 낫날(2021년 2월 18일 목요일) 바람 바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37쪽부터 3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놀랍게도 37쪽 첫째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세 낱말을 빼고는 모두 다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 줄부터 둘째 줄까지 있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우리 몸에 피가 잘 돌고 숨도 잘 쉴 수 있다.”는 요즘 책이라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우리 몸의 혈액 순환이 잘 되고 호흡도 잘 할 수 있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마음대로 움직인다’, ‘피가 잘 돈다’, ‘숨도 잘 쉴 수 있다’는 말이 참 쉽고 좋습니다. 셋째 줄부터 일곱째 줄까지 이어진 “여러분이 책상 앞에 앉을 때에 허리를 구부리고 앉거나, 옆으로 비스듬히 기대고 앉으면 가슴이 오므라들어서 허파와 염통이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한다.”에서는 ‘책상’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글에 나왔던 ‘허파’와, ‘염통’도 또 나왔네요. 옛날 배움책에서는 ‘폐’와 ‘심장’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음을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곱째 줄부터 아홉째 줄에 걸쳐 있는 “또, 이것이 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설날 구순하고 즐겁게 잘 쇠셨습니까?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새해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늘 알음이 함께하시길 비손합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평가하다'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 '꼲다'입니다. 이 말을 말집(사전)에서는 '잘잘못을 따져 평가하다' 또는 '(사람이 실적을) 잘잘못을 가려서 평가하다'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풀이 끝에 '평가하다'라는 말도 있지만 앞에 있는 '잘잘못을 따지거나 가리는 것'이 '평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집(사전) 풀이 아래에 다음과 같은 보기월(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한 명씩 불러내어 성적을 꼲았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일기가 하도 좋으니까 시험 성적을 꼲기에 피로한 선생님들까지 운동장에 나와서 테니스 선수들과 공을 치고...(염상섭, 모란꽃 필 때) 이 말은 꼲아 [꼬나], 꼲으니 [꼬느니], 꼲는 [꼰는], 꼲소 [꼰쏘]처럼 쓰이고 비슷한말로 '꼬느다'가 있다고 풀이를 해 놓을 것을 보면 '꼬느다'라고 쓰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시고 '꼲다'라는 말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건 이제까지 '평가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공무원들이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는 《유형별로 알아보는 보도자료 작성 길잡이》를 펴냈다. 지난 10년 동안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공공언어(보도자료) 진단 사업이 이어져 오면서, 보도자료 표준안을 마련해 달라는 부처 담당자들의 요구가 지속하여 왔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보도자료 작성 과정에 도움을 주고자 중앙행정기관에서 생산한 2,000여 건의 보도자료를 수집ㆍ분석하여 보도자료를 유형별로 나누고 그에 따른 표준안을 마련하였다. 보도자료의 유형은 크게 정책안내형, 정보제공형, 기타로 구분하였고 보도자료에 들어가야 할 주요 항목과 갖추어야 할 형식 체계를 8가지 세부 유형별로 제시하였다. 이번 책자에는 보도자료의 유형별 정보뿐만 아니라 ‘표제, 부제, 주제문(리드문), 문단 구성’ 등의 구성적인 차원과 ‘문장 종결 방식, 문장 길이, 글씨체 및 여백 설정’ 등의 형식적인 차원이 두루 담겨 있어 평소 보도자료를 작성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소강춘 국립국어원장은 “보도자료는 국민이 직접 볼 수 있는 공문서이니만큼 친절하면서도 쉬운 말로 작성해야 한다.”라면서 “ 《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의 고유 글자인 한글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소리를 내는 구조에 따라 문자가 만들어진 한글 창제의 원리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실려있는데, 한글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널리 알린 이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랐다. 한글의 이 과학적인 창제 방식은 조형에서도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해 한글이라는 문자가 지닌 폭넓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문자 추상에 대한 흥미에서 한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오랜 시간 한글을 연구해온 한재준 작가의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 <한글ㆍ예술> 전시다. 이 전시는 오는 2월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이기도 한 한재준 작가는 한글이 소리와 꼴, 뜻이 하나의 이치로 이어진 글자이자 인류의 역사에 없던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이루어진 문자임을 깨닫고 1980년대 후반부터 한글의 특성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글꼴 개발, 저술 활동, 전시 기획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한 작가는 ‘타이포잔치 비엔날레_ 타이포그래피와 사물’, ‘궁중문화축전_ 한글타이포전’, ‘세계문자심포지아 20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바이말바라기 #설인사 #빎말 #덕담 #토박이말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설날 #설 [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설인사 바꿔 보기 ] 해다마 설이 되면 서로 나누는 인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토박이말바라기에서도 설을 앞두고 설인사를 좀 바꿔 보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내 놓은 '설인사 바꾸기'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시고 널리 알려 주시면(공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흔히 많이 하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와 같이 남에게 시키는 듯한 말보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와 같이 바람을 담은 말을 주고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설날/명절 되세요."와 같이 설날이나 명절에게 하는 듯한 말보다는 "설날 구순하고 즐겁게 잘 쇠시기 바랍니다."와 같이 토박이말을 잘 살린 말을 주고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빎말(덕담)도 손아랫사람, 손윗사람 가리지 않고 " ~하세요."와 같이 시킴꼴의 말보다 옛날 어른들께서 마치 좋은 일이 일어난 것처럼 해 주시던 말처럼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손아랫사람은 손윗분들의 튼튼함을 기뻐해 드리고 손윗분은 손아랫사람이 하는 일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설과 아랑곳한 토박이말]까치설 쇠다 설빔 해마다 설을 맞이하는데 설날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는지 궁금합니다. 설을 앞뒤로 듣거나 쓰게 되는 말 가운데 알고 쓰면 좋을 말 세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까치설’이라는 말입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애노래(동요) 때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까치설’이란 말의 뜻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더라구요. 말집(사전)에 찾으면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지요. 이 ‘까치설’을 두고 여러 가지 풀이가 있지만 가장 그럴 듯한 풀이는 옛날부터 설 앞날을 ‘작은설이라고 했고 작은설이라는 뜻으로 ‘아치설’ 또는 ‘아찬설’이라고 했다는 거죠. ‘아치설’의 ‘아치’는 ‘작다’는 뜻을 지닌 말인데 그 뜻을 잃어버리면서 소리가 비슷한 ‘까치’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보기로 음력 스무이틀(22일) 조금을 남서쪽에 있는 고장에서는 ‘아치조금’이라고 하는데 경기도 쪽에 있는 고장에서는 ‘까치조금’이라고 한답니다. 그 밖에도 제가 자란 고장에서는 ‘송아지’를 ‘송아치’라고 했는데 ‘송아치’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김연수)는 10일부터 12일까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유튜브에서 해양문화유산을 주제로 제작한 3차원 입체(3D) 만화영상 1편과 360° 가상현실(VR) 2편을 게재해 공개한다.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10일 공개하는 3차원 입체(3D) 만화영상은 ▲ 서해바다의 전설–바다귀신의 비밀이고, 이후 이틀간 360° 가상현실(VR)로 선보이는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문화재 발굴조사(2.11.),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 고선박 상태점검(2.12.) 영상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 「서해바다의 전설」은 태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청자두꺼비모양벼루와 청자사자모양향로를 캐릭터로 활용해 태안선 발굴의 시작점이자 상징인 주꾸미, 서해바다에서 서식하는 고래인 상괭이를 포함한 4가지 캐릭터를 다채로운 색채와 친근한 이미지로 구현하였다. 꾸미(주꾸미)와 괭이(상괭이)가 바닷속 침몰선에서 벼리(두꺼비모양벼루)와 향이(사자모양향로)를 만나고, 그들이 오랜 세월 침몰하였다가 태안해양유물전시관으로 오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 태안선: 20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꺽지다'입니다. 이 말은 '됨됨(성격)이나 몸이 억세고 꿋꿋하다'는 뜻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에 비추어 보면 우리가 흔히 많이 쓰는 '용감하다'와 비슷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용감하다'는 말이 익어서 '꺽지다'는 말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런 느낌은 제가 토박이말을 알려드릴 때마다 갖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누구나 무엇이든 처음 보면 낯설고 어겹게 느끼기 마련입니다. 자꾸 보고 만나다보면 낯이 익고 만만해지지요. 토박이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을 먼저 알고 쓰다보니 새로운 토박이말이 낯설고 어렵게 느끼게 되는 거죠. 이렇게 오늘 처음 만난 '꺽지다'라는 말도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말 가운데 하나인 '꺽지'라는 민물고기를 떠올려 보시면 이 말과도 이어진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서로 알려주고 쓰다보니 '용감(勇敢)하다'라는 말이나 브레이브(barve) 라는 말을 만났을 때 '꺽지다'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다면 더는 낯선 말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몸이나 됨됨 어디를 봐도 꺽진 것과는 아주 먼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둘레에 꺽진